대학 내 말하기 문화, 옥스퍼드 대학만의 특별한 해답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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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폐막 기자회견장. 미국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겠다고 하자, 기자회견장에 정적이 흘렀다. 대학 수업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것의 중요성이 커져가는 지금, 한국 대학 내에서도 활발한 토론 문화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 명문 대학 중 하나인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Oxford University)에는 튜토리얼(Tutorial)이라는 독특한 수업 시스템이 있다. 재작년엔 본교 약학대학 학생들이 직접 옥스퍼드 대학교에 방문해 튜토리얼을 체험하기도 했다. 본지는 옥스퍼드 대학교가 어떻게 튜토리얼을 진행하고 토론 문화를 형성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2월 옥스퍼드 대학교를 방문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내부 식당. 영화 ‘해리포터(Harry Potter)강당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유명하다.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밥을 먹는 장소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이러한 각 칼리지(College)내 식당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생과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함께 저녁 먹는 문화가 발달해있어 이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옥스퍼드 대학교의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내부 식당. 영화 ‘해리포터(Harry Potter)강당의 모티브가 된 곳으로 유명하다. 관광지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실제로 밥을 먹는 장소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이러한 각 칼리지(College)내 식당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생과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다. 함께 저녁 먹는 문화가 발달해있어 이곳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기도 한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 대학 내 튜토리얼 시스템

옥스퍼드 대학교엔 세 가지 종류의 수업이 있다. 강의(lecture)와 클래스(class), 그리고 튜토리얼(tutorial)이다. 강의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수업과 비슷한 개념이고, 클래스는 학기 시작 전이나 보충이 필요할 때 등 때에 따라 개설되는 수업이다. 튜토리얼은 주로 튜터(Tutor)와 학생이 그룹으로 토론을 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한국에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튜토리얼이 학생과 교수의 1대 1 수업이라고도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2대 1 또는 3대 1 튜토리얼 수업이 많다. 

튜토리얼 수업은 강의와 연동된다. 전공 강의 하나를 들으면 그 전공의 튜토리얼 수업도 진행한다. 만약 이번 학기에 전공 수업을 두 개 듣는다면 튜토리얼 수업도 두 개를 듣는다. 옥스퍼드 대학교 소피 켄덜 프라이스(Sopie Kendall-Price·화학 전공 박사과정)씨는 “일주일에 보통 1~2개의 튜토리얼 수업을 듣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의 교수와 튜터는 다를 때가 많다. 한 교수가 많은 전공 학생을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교수뿐만 아니라 박사(PhD)가 튜토리얼 튜터가 되기도 한다.

튜터와 학생이 연결되는 시스템은 칼리지(college)마다 다르다. 본인이 배워야 하는 전공의 교수가 소속 칼리지에 없으면 다른 칼리지의 교수와 배정되기도 한다. 튜터를 배정하는 교수 또는 직원이 칼리지에 따로 있어 학생이 튜터를 고를 수는 없다. 옥스퍼드 대학교 정지운(PPE: 철학,정치,경제·17)씨는 “전공이 아니라면 튜토리얼 수업을 들을 수 없다”며 “교양과목이란 게 없기 때문에 3년 동안 전공 수업만 들어야 하는 점은 단점”이라고 전했다.

튜토리얼 수업에서 학생은 매주 특정 주제에 대한 에세이 과제를 부여받는다. 학기 시작 전 미리 부여된 책 목록(reading list) 또는 튜터가 매주 알려주는 논문을 참고해 읽기 자료를 읽은 뒤 2000개~3000개 단어 분량의 에세이를 쓴다. 2018~2019 정치사회학 전공의 책 목록에는 계급(Class), 성별(Gender), 종교(Religion) 등 주제에 맞는 책이 많게는 20권이 넘게 쓰여 있었다. 튜토리얼 수업 때는 학생이 써온 에세이를 가지고 교수와 학생이 생각을 나눈다.

2월22일 옥스퍼드 대학교의 펨브로크 칼리지(Pembroke College)에서 튜토리얼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튜토리얼 수업은 보통 튜터의 사무실(office)에서 진행된다. 본지 기자가 “튜토리얼 수업이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해준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니콜라서 콜(Nicholas Cole)박사가 “I hope so(그러길 바라요)”라고 답했다.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2월22일 옥스퍼드 대학교의 펨브로크 칼리지(Pembroke College)에서 튜토리얼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튜토리얼 수업은 보통 튜터의 사무실(office)에서 진행된다. 본지 기자가 “튜토리얼 수업이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해준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니콜라스 콜(Nicholas Cole)박사가 “I hope so(그러길 바라요)”라고 답했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 교수와 학생이 말하는 튜토리얼

2월22일 오전10시 옥스퍼드 대학교의 펨브로크 칼리지(Pembroke College)에선 역사 전공 학생 3명과 니콜라스 콜(Nicholas Cole) 박사가 튜토리얼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의 주제는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과 인종·노예제도’였다. 

튜터는 학생이 써온 에세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학생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 니콜라스 박사는 “학생들에게 주제 선택의 자유를 주려고 한다”며 “하지만 시험을 준비해야 하므로 약간의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의 전공마다 튜토리얼 수업 방식도 조금씩 달랐다. 철학이나 역사 수업의 경우 정해진 답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지만, 경제나 과학의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논을 주로 한다.

철학, 정치, 경제를 전공하는 정씨는 “철학 튜토리얼 수업을 할 때는 내가 논리를 펼칠 때 그 논리를 다른 학생이나 교수가 인터넷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의견으로 반박한다”며 “경제는 그와 달리 답이 있다”고 설명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사라 토마스(Sarah Thomas·의학·17)씨는 “의학 전공 튜토리얼 수업 때는 토론보다 튜터가 케이스를 주고 이 환자는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지 등을 얘기한다”며 “의학윤리를 배울 땐 토론을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튜토리얼 수업은 학생과 교수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씨는 1대 1보다 학생이 여러 명인 튜토리얼 수업을 선호한다며 “학생이 나와 같은 논리 수준에서 반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교수는 전문가로서 학생에게 도움을 준다. 화학을 전공하는 소피씨는 “한 전공을 평생 연구해온 튜터와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 생각을 바꿀 기회도 준다”며 “그런 면에서 튜토리얼 수업은 내 생각을 확장해준다”고 전했다.

튜토리얼 수업은 전공 강의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한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도 대형 강의 때는 학생들이 질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질문이 생기면 튜토리얼 수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소피씨는 “강의는 사람이 많아 질문하기가 힘들어서 궁금한 게 생기면 튜터에게 질문한다”고 설명했다.

전공 강의는 대부분 과제나 출석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강의보단 튜토리얼 수업에 시간을 더 투자하는 편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리사 리(Lisa Li·의학·17)씨는 “하나의 에세이를 쓰는 데에 많게는 12시간 적게는 6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씨는 “강의는 미리 준비할 게 없다”며 “튜토리얼 수업의 에세이 과제는 적어도 3일은 걸린다”고 설명했다.

튜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에세이 과제 등 수업에 대한 성적은 부여하지 않는 편이다. 니콜라스 박사는 “가르치는 것과 시험하는 것을 분리할 수 있는 게 튜토리얼 수업의 큰 장점”이라며 “학생에게 점수를 주면 학생이 점수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피씨는 “튜토리얼 수업은 다른 대학에는 없는 시스템”이라며 “토론하는 것이나 말하는 걸 꺼리면 튜토리얼 수업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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