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말하기 문화, 옥스퍼드 대학만의 특별한 해답
“새로운 생각을 억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억압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저는 독립그룹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월21일, 한 학생이 옥스퍼드 유니언(The Oxford Union) 토론장에서 ‘독립 그룹을 지지해야 하는가’란 주제에 찬성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바로 3일 전, 영국에서 브렉시트(Brexit)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제1야당인 노동당 의원들이 탈당한 후 만든 독립 그룹(Independent group)에 대한 토론 현장이다. 토론 전날 독립 그룹은 집권 보수당 3명이 합류해 정치적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익숙한 듯 손을 들고 일어나 발언을 하는 이곳은 바로 옥스퍼드(Oxford) 대학교의 토론 단체, 옥스퍼드 유니언이다. 옥스퍼드 유니언은 토론과 자유 발언을 위해 만들어진 동아리로, 현재 약 74%의 옥스퍼드 학생들이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원이다.
옥스퍼드 유니언은 그 주의 시사적 이슈를 상정해 학생들만이 발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메인 토론이 있기 전, 학생들만 발언할 수 있는 긴급 토론이 진행되는 것이다. 토론장에서는 학생들이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은 학생은 서기에게 학생증을 제출한 뒤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토론장에서 마이크 없이 청중들을 향해 큰 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슴없이 말하는 모습은 옥스퍼드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이다.
옥스퍼드 유니언의 일정표는 한 학기인 8주 동안 매일 다양한 행사들로 가득하다. 토론은 물론 강연, 퀴즈 등 학생들의 지성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다. 회원들은 일정표를 확인한 뒤 관심 있는 주제의 토론과 행사들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메인 토론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다. 학기 중 매주 목요일 저녁, 학생들이 참여하는 긴급 토론이 진행된 후 진행된다. 메인 토론 시간에는 학생은 물론 유명 인사들까지 토론에 참여한다. 토론 주제에는 ‘예술가와 예술을 분리할 수 있는가’와 같은 추상적인 주제부터, ‘좌파는 포퓰리즘을 되찾아야 하는가’와 같은 정치적인 주제까지 다양하다.
강연에는 국회의원부터 운동선수, 연예인,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가 초청된다. 한국인으로는 2012년 싸이가 강연했었으며, 타르야 헬로넨(Tarja Halonen) 전 핀란드 대통령 등 저명한 정치인들도 연사로 방문했다. 그 외에도 펍에 모여 퀴즈를 푸는 펍 퀴즈(pub quiz), 코미디 클럽과 같은 사교 행사들도 진행된다.
회장단과 위원회 회원들은 방학에도 옥스퍼드 유니언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다음 학기의 계획들을 채우기 위해서다. 메인 토론의 주제들, 초대할 연사들, 행사 등 한 학기의 전체적인 일정을 정한다. 또한 새 학기에 신입 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한 이벤트들도 함께 고민하고 기획한다.
토론이 진행되는 공간 또한 토론 문화에 최적화돼 있다. 토론장에 들어가는 문은 찬성과 반대 두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는 토론 주제에 대한 입장을 둘 중 하나의 문으로 출입함으로써 드러내기 위함이다. 토론장 외에도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 회원들을 위한 휴게 공간 등이 있다.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장 다니엘(Daniel Wilkinson)(PPE: 철학, 정치, 경제·17)은 “옥스퍼드 유니언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고 많은 사람과 서로 질문하고 토론한다”며 “이러한 과정들은 교육과정의 확장이고, 학문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