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말하기 문화, 옥스퍼드 대학만의 특별한 해답

2월21일 진행된 옥스퍼드 유니언(The Oxford Union)의 메인 토론. 주제는 ‘좌파는 포퓰리즘을 되찾아야 하는가’였다. 영국의 방송작가 겸 기자인 폴 메이슨(Paul Mason)이 찬성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메인 토론은 찬성과 반대 측이 각각 3명씩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토론자가 아니어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메인 토론장에서 참석자들은 격식을 갖추어 옷을 입는다.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2월21일 진행된 옥스퍼드 유니언(The Oxford Union)의 메인 토론. 주제는 ‘좌파는 포퓰리즘을 되찾아야 하는가’였다. 영국의 방송작가 겸 기자인 폴 메이슨(Paul Mason)이 찬성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메인 토론은 찬성과 반대 측이 각각 3명씩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토론자가 아니어도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 메인 토론장에서 참석자들은 격식을 갖추어 옷을 입는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새로운 생각을 억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억압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저는 독립그룹을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월21일, 한 학생이 옥스퍼드 유니언(The Oxford Union) 토론장에서 ‘독립 그룹을 지지해야 하는가’란 주제에 찬성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바로 3일 전, 영국에서 브렉시트(Brexit)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제1야당인 노동당 의원들이 탈당한 후 만든 독립 그룹(Independent group)에 대한 토론 현장이다. 토론 전날 독립 그룹은 집권 보수당 3명이 합류해 정치적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익숙한 듯 손을 들고 일어나 발언을 하는 이곳은 바로 옥스퍼드(Oxford) 대학교의 토론 단체, 옥스퍼드 유니언이다. 옥스퍼드 유니언은 토론과 자유 발언을 위해 만들어진 동아리로, 현재 약 74%의 옥스퍼드 학생들이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원이다.

옥스퍼드 유니언은 그 주의 시사적 이슈를 상정해 학생들만이 발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매주 목요일 진행되는 메인 토론이 있기 전, 학생들만 발언할 수 있는 긴급 토론이 진행되는 것이다. 토론장에서는 학생들이 손을 들고, 발언권을 얻은 학생은 서기에게 학생증을 제출한 뒤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토론장에서 마이크 없이 청중들을 향해 큰 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 정치적인 사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슴없이 말하는 모습은 옥스퍼드 학생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이다.

옥스퍼드 유니언의 일정표는 한 학기인 8주 동안 매일 다양한 행사들로 가득하다. 토론은 물론 강연, 퀴즈 등 학생들의 지성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채워져 있다. 회원들은 일정표를 확인한 뒤 관심 있는 주제의 토론과 행사들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메인 토론은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다. 학기 중 매주 목요일 저녁, 학생들이 참여하는 긴급 토론이 진행된 후 진행된다. 메인 토론 시간에는 학생은 물론 유명 인사들까지 토론에 참여한다. 토론 주제에는 ‘예술가와 예술을 분리할 수 있는가’와 같은 추상적인 주제부터, ‘좌파는 포퓰리즘을 되찾아야 하는가’와 같은 정치적인 주제까지 다양하다.

강연에는 국회의원부터 운동선수, 연예인, 기업인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가 초청된다. 한국인으로는 2012년 싸이가 강연했었으며, 타르야 헬로넨(Tarja Halonen) 전 핀란드 대통령 등 저명한 정치인들도 연사로 방문했다. 그 외에도 펍에 모여 퀴즈를 푸는 펍 퀴즈(pub quiz), 코미디 클럽과 같은 사교 행사들도 진행된다.

2월25일 옥스퍼드 유니언(The Oxford Union)에서 진행된 강연. 기타리스트이자 가수인 조니 마(Johnny Marr)가 참석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학생들은 조니마가 등장하자 환호하며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연설 후반부에는 학생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2월25일 옥스퍼드 유니언(The Oxford Union)에서 진행된 강연. 기타리스트이자 가수인 조니 마(Johnny Marr)가 참석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학생들은 조니마가 등장하자 환호하며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연설 후반부에는 학생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회장단과 위원회 회원들은 방학에도 옥스퍼드 유니언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다음 학기의 계획들을 채우기 위해서다. 메인 토론의 주제들, 초대할 연사들, 행사 등 한 학기의 전체적인 일정을 정한다. 또한 새 학기에 신입 회원들을 모집하기 위한 이벤트들도 함께 고민하고 기획한다.

토론이 진행되는 공간 또한 토론 문화에 최적화돼 있다. 토론장에 들어가는 문은 찬성과 반대 두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이는 토론 주제에 대한 입장을 둘 중 하나의 문으로 출입함으로써 드러내기 위함이다. 토론장 외에도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 회원들을 위한 휴게 공간 등이 있다.

옥스퍼드 유니언의 회장 다니엘(Daniel Wilkinson)(PPE: 철학, 정치, 경제·17)은 “옥스퍼드 유니언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고 많은 사람과 서로 질문하고 토론한다”며 “이러한 과정들은 교육과정의 확장이고, 학문에 많은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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