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향 가득한 ‘향수’ 디저트부터 외로움을 가진 핑거푸드 아뮤즈까지
일상에서 받은 영감을 제철 식사재로 표현해… 3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올라

서초구에 위치한 플라워차일드에서 만난 조은빛 셰프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 정보안내서, 미쉐린 가이드에 3년째 이름을 올리는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서울 서래마을에 있는 ‘플라워차일드’다. 플라워차일드는 1960년 샌프란시스코의 히피 그룹으로, 꽃을 달거나 꽃이 달린 옷을 입으며 행복을 추구했다. 이들처럼 ‘행복’을 추구하며 이를 음식에 반영하고자 하는 플라워차일드의 오너 셰프 조은빛(국제·09년졸)씨를 만났다.

‘봄, 바람, 그리고 벚꽃’. 플라워차일드에서는 제철 식자재를 이용해 스토리텔링이 담긴 메뉴를 손님에게 선보인다. 식감, 색감, 맛 등을 다채롭고 복합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식의 장점을 메뉴에 살리고자 한다. 조 셰프는 ‘숲’이라는 플라워차일드의 샐러드를 예시로 들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과 산책하며 젖은 낙엽을 밟는 소리를 좋아했다”며 “우엉으로 통나무를 표현하고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맛으로 전달하기 위해 ‘키노아’라는 곡물을 튀겼다”고 설명했다.

시즌별로 바뀌는 메뉴 개발은 어떻게 이뤄질까. 그는 “개인적인 추억, 영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등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가 만든 ‘향수’라는 디저트는 한 입만 먹어도 장미향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이 디저트는 영화 ‘향수’(2007)에서 빨간 머리 여주인공이 창문을 열 때 펼쳐지는 장미 정원 장면이 와 닿아 만들게 됐다. “영화 장면을 보고 아, 이런 향이었겠구나 싶어 실제 장미향이 나는 디저트를 만들었어요.” 다양한 곳에서 얻는 영감 때문이었을까. 미쉐린 가이드는 그의 식당을 ‘새로운’을 뜻하는 ‘이노베이티브(innovative)’ 카테고리에 분류했다. 조 셰프는 “3년째 미쉐린 가이드에 오르고 있는데 너무 기쁘다”며 “손님들 반응 외에 내가 이 길을 잘 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잣대가 없는데 요리사의 길을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며 소감을 전했다.

'플라워차일드'의 식당 내부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플라워차일드'의 식당 내부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조 셰프의 진로는 처음부터 요리사가 아니었다. 그는 국제학을 전공한 뒤 정부 기관에 들어가 통역사로 일했다. 하지만 요리를 향한 열정은 멈출 수 없었다. 결국 본인이 진정 좋아하는 요리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 CIA(미국 요리학교)에서 준학사 과정을 마쳤다.

조 셰프는 토머스 켈러의 ‘퍼세(Per Se)’와 같은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다. 막내였던 그는 “하루 종일 허브만 따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조 셰프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며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단계별 수련을 거치고 팬을 잡았을 때의 소중함을 알게 돼 굉장히 즐겁게 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근무했던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그에게 ‘맞지 않는 옷’ 같았다. 레스토랑 내 대부분의 셰프들은 문신을 하고 투블럭 머리를 하며 엄격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에서 코스요리를 먹는 것을 깨고 싶었던 그는 한국에 돌아와 직접 레스토랑을 차렸다. 그의 생각은 레스토랑 인테리어를 통해 실현됐다. 화이트 톤과 따뜻한 분위기의 조명, 테이블에 배치된 각양각색의 꽃이 있는 식당 내부는 파인다이닝(고급 식당)의 분위기와는 다르다. 분위기에서 오는 편안함과 아늑함을 추구한 것이다. 그는 “페인트도 제가 하나하나 골라서 직접 칠하고 여기 있는 테이블도 직접 제작했다”며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을 추구하고자 직접 인테리어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느낌의 레스토랑 인테리어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부드러운 느낌의 레스토랑 인테리어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몇 년 전부터 JTBC ‘냉장고를 부탁해’(2014), OLIVE 채널의 ‘한식대첩’(2016)과 같이 셰프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화제다. 하지만 언론에 노출되는 셰프는 대부분 남성이다. 조씨는 생존율이 낮은 여성 셰프로서의 고충을 이야기 했다. 조 셰프는 “결혼하고 육아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포기해야 하는 것이 꽤 많다”며 “여성 셰프가 요리에만 집중하기에는 사회 구조적으로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학부 때로 돌아간다면 국제학부를 선택할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요리를 막 시작했을 때는 늦게 시작한 것에 대한 후회가 있었지만 오너 셰프로 자리 잡게 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요리뿐만 아니라 레스토랑 전체적인 운영부터 직원 관리까지,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통역 일을 안 했다면 언젠가는 요리사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꼈을 것”이라며 “내가 가고 싶은 길을 확실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이화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방황을 최대한 많이 해보며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그걸 토대로 단단해지거든요. 자신의 가치관을 갖는 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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