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최초의 자리에서 한국 여성 과학을 이끌다
이화, 최초의 자리에서 한국 여성 과학을 이끌다
  • 정다현 기자
  • 승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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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발명가 에디슨(Edison), 물리학자 아인슈타인(Einstein), 실학자 정약용,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개발한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까지. 흔히 과학 혹은 발명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며 전부 남성이다. 그러나 한국 최초의 과학자는 여성, 김점동이었다. 우리에게 박에스더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그는 이화학당 출신이다. 

박에스더 외에도 이화에는 과학, 기술과 관련한 최초의 역사가 많다. ‘한국 최초의 생리학 교과서 출간’, ‘한국 최초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한 의학과, 약학과 설치’. 이는 이화에서 과학 관련 연구가 끊임없이 이뤄져 왔음을 보여준다. 올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선정 ‘2019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에 포함된 것 역시 끊임없이 진행되는 연구의 일환이다. 본지는 이화인들이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선두에 서게 된 배경을 알아봤다.

 

△ 과학 교육의 활성화가 진행되는 곳, 자연과학대학이 설립되기까지

각 분야의 여성진출이 활성화되던 1950년대,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달리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여성들의 입지가 매우 좁았다. 자연과학계, 특히 기초과학과 과학교육 분야에 있어 여성진출은 극히 제한됐다. 그러나 본교는 일찍이 여성 과학교사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전망해 1951년 12월 사범대학(사범대) 내에 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생물학과를 설치했다. 

1962년, 국가적으로 기초과학 교육및 연구를 위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에 같은 해 2월, 사범대 내에 설치됐던 4개의 학과(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생물학과)를 문리대학 내 자연과학계 학과로 편성했다. 또한 기초과학의 고차원적 교육, 과학적 연구 체계의 확립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본교는 1978년 교사 양성을 위해 사범대에 과학교육과를 신설했다. 1981년 5월에는 전자계산학과가 기존의 자연과학계 4개 학과에 추가적으로 신설돼 1982년까지 문리대학 5개의 자연과학계 학과가, 사범대학 내 과학교육과가 자리잡았다.

자연과학대학(자연대)은 1982년 2월 인문과학대학(인문대)으로부터 분리됐다. 독립된 자연대는 5개의 기초과학 학과(수학과, 물리학과, 화학과, 생물학과, 전자계산학과)로 이뤄졌다. 현재 6개 전공(수학, 통계학,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이 있는 본교 자연대는 약 1400명의 학부 학생들이 재학중이다. 에코과학연구소, 수리과학연구소, 나노·바이오기술연구소, 미생물자원개발연구센터 등은 교수와 학생들의 연구 활동을 활발하게 돕고 있다.

​아산공학관에 설치된 3D프린터사진=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신공학관 B235호​에 설치된 3D프린터
사진=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2018년 진행된 ‘이꿈비’ 프로그램의 한 장면사진=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2018년 진행된 ‘이꿈비’ 프로그램의 한 장면
사진=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세계 최초 여성 공과대학, ‘여성이라고 해서 일이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여성이라고 해서 못 할 일이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제10대 윤후정 총장은 취임 초부터 여성 과학 인재를 기르고자 했다. 이는 그가 이화에서 공과대학(공대) 또는 과학기술계 대학을 설립을 추진한 이유다. 만약 설립 허가가 난다면 당시 여자대학으로서 세계 최초의 공대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윤 전 총장은 공대 설립의 필요성을 취임 초부터 인식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1992년 8월18일 전체교수회의에서 본교 공대 설립에 대한 연구 보고 및 논의가 이뤄졌다. 이화에서 왜 과학기술 관련 대학이 설립돼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른 어느 분야보다 과학기술 인력의 사회적 요구가 절실함에도 지금까지 여성인력이 이에 부응하지 못해온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의 산업구조 변화는 여성들의 의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고 특히 여학생들의 공업계 진출이 크게 늘어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이를 수용할 여성 고등 교육기관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화의 공과대학 설립은 공학분야를 포함하는 균형 잡힌 종합 대학교로서 이화에 대한 사회 인식을 새롭게 하고 여자대학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배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수한 학생 유치와 졸업생들의 전문직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1992년 4월부터 공대 설립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교수들의 좌담회와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15명 중 본교 공대 설립에 95명이 찬성했다. 6명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정에 대한 우려를 표했으며 14명은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논의 이후 공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자 대학의 명칭, 신설 학과, 교육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가 뒤따랐다. 

연구위원회는 공대 내 설치 학과의 선정 기준을 정했다. 공대 내 설치될 학과는 당시의 한국 사회 및 미래의 산업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 한국 실정에서 볼 때 여성의 적성에 맞는 분야와 일치해야 했다. 또한 앞으로 여성의 전문직 진출 가능성이 크고 기존의 학과들과 상호 연계해 발전할 가능성이 큰 분야를 우선으로 고려해야 했다. 또한 교육 및 연구 시설을 가급적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분야로 선정했다. 

이러한 선정 기준에 의해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 산업디자인공학과, 환경학과, 전파공학과 순으로 학과 설치 순위가 정해졌다. 1992년에는 환경과학과, 1994년에는 전자공학과와 건축학과가 신설됐고, 1996년에는 교육부로부터 공대 설립인가를 받았다. 

1996년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건축학, 환경공학 등 4개 전공으로 출범한 이화의 공대는 2006년 건축공학, 식품공학 전공을 신설했다. 2015년에는 화학신소재공학 전공을, 재작년에는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와 사이버보안전공,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전공을 신설했다. 동시에 공대의 명칭을 엘텍공과대학으로 변경했다. 현재 본교 공대는 4개 학부, 9개 전공으로 구성돼 약 1750명의 학부생이 재학중이다.

2018년 촬영한 신공학관 내부 전경 사진=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2018년 촬영한 신공학관 내부 전경
사진=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