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설 강의 다양화·세분화 원하는 전공생들 ··· 타 대학은 세부 전공 나누며 다양한 강의 선택지 마련하기도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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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사회과학대학(사회대) 일부 전공에서는 교과과정에 대한 학부 전공생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오지연(경제·17)씨는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한 학기 과정으로 학습하다보니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느낌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다민(정외·17)씨는 외교관을 꿈꾸며 전공에 진입했지만 정치학에 편중된 교과과정에 실망했다. 이씨는 “정치와 외교를 묶은 <국제정치학개론>, <국제정치경제> 등의 과목이 마련돼 있지만 주로 정치만 가르치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두 전공은 모두 매년 정규학기 전공과목 수요조사를 시행한다. 매번 전공강의 다양화와 세분화에 대한 요구는 반복되지만 실제 개설되는 강의는 전공생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 본지는 해당 전공의 교과과정 및 개설 강의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봤다.

 

△깊이 없는 ‘한 학기’ 전공 수업

본교 경제학과 개설 전공에는 전공필수 과목으로 지정된 과목이 없다. 모두 전공선택 과목으로 개설된다. 그중 전공 교과과정의 기초가 되는 과목인 <미시경제이론>과 <거시경제이론>은 각각 한 학기 교과과정으로 편성된다. 학부생들은 이에 대해 학습의 깊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김채연(경제·17)씨는 “한 학기가 지나면 강의에서 배운 경제학 이론을 잊기 일쑤”라며 “특히 영어강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깊이 있는 이해를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전공 교수는 현행 교과과정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미시경제이론>을 가르치는 김성현 교수(경제학과)는 “제도적으로 선수학습을 강력히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시·거시 경제학을 1, 2 과목으로 나누면 수강 신청 상 1과목보다 2과목을 먼저 수강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대학이 1년 2학기제로 운영되는 학제기 때문에 모든 과목이 한 학기 단위로 운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타 대학은 동일 교과과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연세대 경제학부는 <거시경제원론>과 <경제수학>, <미시경제원론>을 전공기초 과목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이후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수강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미시경제원론>과 <미시경제학>은 각각 다루는 내용은 비슷하나 후자가 더욱 깊은 세부 내용을 가르친다. <거시 경제학> 과목도 마찬가지다.

선수학습 과목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고려대 경제학과는 학과 차원에서 <경제원론1>과 <경제원론2> 수업을 선수학습 과목으로 지정했다. 두 과목을 수강해야만 <미시경제이론>과 <거시경제이론>을 각각 수강할 수 있다. 선수학습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은 수강 신청을 할 수 없다.

한편 본교 일부 교수는 전공생의 어려움에 공감한다. <거시경제이론> 수업을 담당한 차은영 교수(경제학과)는 학과장이던 시절 동일한 문제점을 인식해 교과과정을 개편했다. 현행 방식처럼 하나의 과목으로 운영되던 거시·미시 경제학을 각각 두 과목으로 나눠 1, 2과목으로 개설했다. 당시에는 선수학습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2과목을 먼저 수강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이후 학생과 교수의 반발로 과목이 다시 통합됐다.

현재는 선수학습을 관리할 시스템이 마련된 상태다. 교무처 수업지원팀은 “선수학습 과목을 지정하면 해당 과목을 수강한 학생 대상으로만 수강 신청 기회가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학문 분야 반영 못하는 개설 강의

2019학년도 1학기 기준 정치외교학과의 개설 강의 목록을 두고 ‘정치학과’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이번 학기 <정치학개론>, <국제정치사>를 포함해 정치외교학 전공 자체개설 강의는 10개다. 이중 외교 분야 수업는 <International Relations of East Asia(IREA)> 하나다. 특히 정치학 분야 중에서도 비교정치에 편중된 수업이 대부분이다. 현재 <국제정치경제>, <IREA>, <국제정치사> 세 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교정치 분야를 다룬다.

전공 교수들도 전공생의 속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전공주임을 맡은 이종곤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국제정치, 외교학 분야보다 비교정치 분야 수업 비중이 크다는 점에 공감했다. 현재 정치외교학과 전임교원은 8명으로 정치학과 외교학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교수는 “국제정치 분야 전공의 전임교원을 추가로 임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제관계 분야가 정치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강의 수도 적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타 국가에서 해당 학문의 공식명칭은 정치외교학이 아닌 Political Science(정치학)”라며 “해당 영역 내에 국제관계 학문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외교학 수업 자체에 대한 학부생의 수요는 크다. 전공생 정세윤(정외·17)씨는 “개론 성격의 강의가 많이 열려 기초를 다질 학습기회는 충분하지만 외교 분야에 적용할 기회가 없다”고 지적했다. 외교관을 꿈꾸는 전공생 이씨는 의견 교환이 활발한 강의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외교 분야는 국제정치에 대한 깊은 지식뿐만 아닌 공적 대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타 대학의 정치외교학 전공은 국제정치를 포함한 외교학 강의를 개설한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의 이번 학기 개설 강의에는 <국제관계이론>, <동북아국제관계론>, <미국외교정책론>, <중국외교정책론>, <현대국제안보론> 등 다양한 국제관계 및 외교 분야를 강의하는 수업이 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는 정치학 전공과 외교학 전공으로 나뉜다. 개설 강의 역시 다양해 폭 넓은 강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학부생은 4학기를 이수한 후 두 전공 중 세부 전공을 정한다. 교수 역시 세부 전공별로 10명 이상이 재직 중이다. 외교학 전공 강의를 담당하는 전임교원은 12명으로 정치학 전공 전임교원 14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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