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성매매 가담자? “그들은 성차별 구조의 피해자”
청소년이 성매매 가담자? “그들은 성차별 구조의 피해자”
  • 박서영 기자
  • 승인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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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성 지원, 법 개정 등 여성인권 위한 20년,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를 만나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조 대표 뒤로 보이는 포스트잇에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실태를 담은 전시 ‘오늘전(展)’에서 관람객에게 받은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들을 향한 응원 메세지가 적혀있다.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조 대표 뒤로 보이는 포스트잇에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실태를 담은 전시 ‘오늘전(展)’에서 관람객에게 받은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들을 향한 응원 메세지가 적혀있다.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아이들이 정말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참여할까요? 매매라는 건 양쪽이 거래했다는 의미잖아요. 하지만 성인과 청소년은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죠. 성‘매매’란 용어는 성 ‘착취’로 바꿔야 해요.”

청소년 대상 성매매 범죄를 얘기하는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기독교·92년졸) 대표의 목소리에선 단호함이 느껴졌다. 그는 약 20년 동안 성매매 근절을 위해 피해자 지원, 법 개정 등의 노력을 해왔으며, 특히 2011년 청소년의 성 인권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설립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청소년 성매매 방지를 위한 종합적 지원 센터로, 관련 이슈 생산, 연대 활동 등을 통해 성매매 조기 유입 예방에 힘쓰고 있다. 또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상담, 교육, 주거, 일자리, 법적 지원 등을 제공해 이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10대 때 성매매 산업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막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십대여성인권센터 설립 배경을 밝혔다.

센터를 찾는 청소년들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17세부터 19세까지의 청소년이 가장 많지만, 작년 12월 일주일간 3명의 초등학생이 찾아왔고, 최근에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까지 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십대여성인권센터에 성매매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찾아오는 청소년들은 많지 않다. 부모에게 알려질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에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는 ‘사이버또래상담’ 사업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성매매 유형 등의 정보를 알려주고, 문제가 있다면 센터 방문을 권유하는 식이다. 조 대표에 의하면 대부분의 피해 청소년들은 사이버또래상담 팀의 권유를 받아 센터를 찾는다.

조 대표는 청소년의 성매매 유입 통로로 ‘채팅 어플리케이션(앱)’을 언급했다. 이전에 성매매 유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채팅 앱을 설치했던 조 대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이를 19살이라고 설정했음에도 53살 남성이 ‘얼굴 보고 싶다’, ‘사진을 보내주면 50만 원을 주겠다’며 대화를 걸었고, 심지어는 자신의 신체 일부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저는 앱이 사이버 포주라고 봐요. 성매매를 원활하게 할 수 있게끔 장소를 제공하잖아요. ‘얼굴만 보여주면 큰돈을 주겠다’ 같은 말에 혹하는 게 현실이에요. 어린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문제죠.”

청소년의 성매매 유입이 늘어나며, 이들을 어떻게 탈(脫)성매매 시킬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하지만 ‘탈성매매’란 단어에 조 대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은 문제가 없어요. 성적 욕구를 아이들한테 풀겠다고 하는 성인들이 문제죠. 성인이 아닌 아이들을 어떻게 탈성매매 시킬지 고민하는 사회가 잘못됐어요.” 

조 대표는 청소년을 성매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7년 동안 현행 아동청소년보호법(아청법) 개정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행 아청법은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강요 여부에 따라 ‘피해 청소년’과 ‘대상 청소년’으로 구분한다. 만약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했다는 걸 입증하지 못할 경우 성매매 피해 청소년은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돼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강도·상해·성폭력 가해 등을 저지른 청소년 역시 같은 보호 처분을 받는다는 점에서 대상 청소년은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아청법 개정을 위해 조 대표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하지만 ‘청소년을 피해자로 두면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법제사법위원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에 조 대표는 “법이 아이들을 협박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꾸준히 전달했지만, 사법체계가 아이들을 피해자로 볼 수 없도록 만든다”며 “아이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성인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아이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매매가 성차별과 맞닿아 있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성매매는 여성 차별의 문제예요.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성의 99%가 여성이고, 사는 성의 99%가 남성이에요. 왜 한 성은 구매자에 집중돼있고, 다른 한 성은 판매자에 집중돼 있을까요?” 조 대표는 그 답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언급했다. “남성은 돈이 있고, 여성은 돈이 필요해요. 여성이 경제적으로 차별받는 문제이자 사회의 문제죠. 성매매 문제는 여성 차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예요. 이는 성차별이 없어지지 않는 한 해결할 수 없어요.”

조 대표는 성매매와 여성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 세계가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국가가 잘한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국내 성매매 단속이 많아지면 해외 원정 성매매를 하면 그만이니까요. 남성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버리고, 여성을 도구화하고 차별하는 시선을 버려야 문제가 해결돼요.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가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20년 가까이 성매매 근절을 위해 노력해온 그에겐 한 가지 확신이 있다. 성매매가 사라지는 것은 옳은 일이고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언젠간 이뤄지리라는 것이다. “우리 역사가 늘 평등을 향해, 모두의 자유를 향해 열려 있던 것처럼 당연히 성평등도 이뤄질 거예요. 많은 사람이 함께 하면 그 속도는 빨라질 거고, 그렇지 않다면 성취가 느려질 순 있겠죠. 그러나 성평등과 성매매 근절은 언젠간 될 일이고,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