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퓨전교육’. 2000년대 초부터 강조돼 온 대학 교육의 키워드다. 이화는 1999년 연계전공을 개설하며 퓨전교육을 실천해오고 있다. 본교는 모집단위 설치전공(학과)이 아니지만 관련 있는 2개 이상의 전공(학과) 혹은 학부가 연계한 26개의 교과과정을 연계전공으로 제공한다. 다양한 단과대학의 전공이 어우러져 하나의 독자적인 연계전공이 탄생한다.

 

부·복수전공으로 연계전공을 이수하는 학생들이 많다. 현재 1152명의 학생이 전공 과정에 있다. 본지는 인기 있는 본교 연계 전공을 소개하기 위해 직접 전공 수업을 들어 봤다. 이번 호에서는 연계전공 중 전공생이 231명으로 가장 많은 ‘미술사학’의 이야기를 전한다.

 

△미술작품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안목을 기르고 싶다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여러 나라의 미술작품과 건축물을 주로 보는 해외여행에서 배경 지식은 작품을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본교 미술사학 연계전공은 일반대학원 미술사학과의 전공을 학부생 신분으로 맛볼 수 있는 트랙이다. 이번 학기 미술사학 전공 과목은 20개로, 그 중 전공 자체 개설 과목은 <도자기의역사>, <서양미술의이해>, <한국미술의이해> 등 8개다.

전공주임을 맡은 전동호 교수(미술사학과)는 미술사학을 ‘인문학의 꽃’이라고 소개했다. “미술뿐 아니라 역사나 문화 등 광범위한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고 넓힐 수 있는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박물관)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김주연 교수(미술사학과)는 “미술사 연구, 박물관 및 미술관의 학예 직무를 원하는 학생에게 본 전공을 추천하고 싶다”며 “다른 진로를 택할 경우에도 우리 문화에 대한 지식과 미감을 공부해 문화적 소양을 갖추는 것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큐레이터와 미술사 연구원을 꿈꾸는 복수전공생 임지윤(불문·16)씨는 수능을 치른 후 떠난 프랑스 여행에서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임씨는 “프랑스 미술에 감명받아 서양 미술사 위주로 세부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업 속으로: <한국미술의이해>

한국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온 미술사를 지닌 ‘문화강국’이다. 왕국을 상징하는 화려한 궁부터 서민의 생활상이 깃든 민화까지 작품 종류도 다양하다. 한국미술에 대한 기존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시대별 한국미술의 특성과 조형적 미감을 소개하는 수업이 있다. 3월13일 학관 108호에서 열린 김 교수의 미술사학 개설전공 수업 <한국미술의이해>를 들여다봤다.

“구석기부터 철기 시대까지는 문헌자료가 없는 시기죠. 그림과 장식들은 당시 문화를 짐작하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에 작은 토기 조각의 문양 하나도 소홀히 볼 수 없어요.”

이날 수업은 ‘조형적 미감의 태동: 한반도의 선사시대’를 주제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화면에 나온 것은 구석기 시대 대표 유물인 주먹도끼. 구석기인이 만들었지만 고도의 숙련성, 좌우 비례미, 대칭미 등 인간이 가진 예술 감각은 모두 반영돼있다. 이어 소개된 신석기 시대의 집터 유적은 출입구가 동남향 또는 서남향으로 돼있어 채광을 중시하는 오늘의 한국인들처럼 당시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음 화면에는 신석기~초기 철기 시대에 그려진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나왔다. 화면을 가득 채운 거대한 바위 그림은 유적을 직접 보는듯한 현장감을 준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그림이 바위 위에 더해졌기 때문에 시대마다 그렸던 그림이 다르다. 이를 통해 시대별 선조들이 사냥하고 숭배한 동물을 짐작할 수 있다. 즉 그림이 당시의 사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뒤이어 살펴본 울주 천전리와 고령 양전동의 암각화에 등장하는 추상적인 도상들 또한 그 상징을 명확히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수업은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과 대표 유물에 관한 설명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수강생들은 흥미로운 과제를 수행한다. 본교 박물관을 견학 후 전시 감상문을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다. 수강생에게는 한국의 미를 학교 안에서 느껴보는 기회가 된다.

 

△수업 속으로: <서양미술의이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Musee du Louvre)’,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 해외를 여행하는 대학생에게 서양의 미술관과 작품은 낯설지만은 않다. 시각 자료를 바탕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해 서구 문화에 대한 미적 경험을 확장하는 수업이 있다. 이화진 교수(미술사학과)의 <서양미술의이해> 수업에 3월26일 기자가 직접 가봤다. 약 200명의 수강생이 학관 414호를 가득 채웠다. 이날 수업은 ‘팍스 로마나’를 주제로 고대 로마의 건축물을 설명하며 진행됐다.

고대 로마 건물의 특징은 ‘콘크리트와 아치를 사용한 건물’이다. 건축 재료로는 콘크리트라는 반영구적 재료를, 건축 구조로는 아치라는 반원 모양을 택했다. 오늘날 터널의 형태 역시 아치가 응용된 원통형 궁륭(Barrel Vault)의 활용이다.

화면 가득 보이는 돔 건축물은 로마의 신전 판테온(Pantheon). 판테온은 범신전, 만신전이라고도 불리는데 고대 로마인이 중요시한 7명의 신 모두에게 바쳐진 신전이라는 뜻이다. 서양의 건축사에서 중요한 구조라고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원형’ 신전이다. 판테온 내부 구조를 통해 원이라는 도형이 신성한 세계를 표현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여러분도 고대 로마 돔 형식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요.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돔 건축물이죠. 이 건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로마의 판테온이 있습니다.”

이 교수는 수강생에게 익숙한 국내 건축과 비교하며 수강생의 이해를 도왔다. 이어 설명한 로마의 원형 경기장 콜로세움(Colosseum) 역시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보여주며 비교·설명했다. 수업은 영화 ‘글라디에이터(Gladiator, 2000)’ 속 콜로세움 검투 장면을 담은 영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영화 속 검투사는 콜로세움의 지하 공간에서 대기하다가 1층 경기장인 아레나로 나왔다. 또 계단식 관객석 구조, 아치가 연속된 아케이드 구조의 모습을 통해 수업에서 배운 건축의 특징을 보다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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