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여야 4당의 합의로 선거법, 공수처법, 수사권 조정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랐다. 짧으면 180일, 길면 330일 후 패스트트랙에 올린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된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과제들의 개혁 여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 모두 제기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의석수 확대 불가’ 요구와 연동형 비례제를 합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시됐다. 의석 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면서 비례성은 높이기 위한 안이다. 지역구 의석수는 253석에서 225석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린다. 이에 지역구를 뺏길까봐 우려하는 의원들이 반대 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여야 정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의석수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패스트트랙 통과 여부와 관련해 이후의 개혁안의 방향성보다도 크게 화제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아수라장이 된 국회의 모습이었다.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국회의 모습은 낯설다고 이야기하기도 곤란하다.

정치권의 난잡한 싸움을 본 국민의 실망은 정당 해산 청원으로 이어졌다. 3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175만,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이 29만을 넘었다.

정당 해산 청구 권한은 오직 정부에 있고, 해산 결정 권한은 헌법재판소만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 청원을 통한 정당 해산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정당 해산의 가부와 무관하게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가시적으로 보인 셈이다.

대화와 협상으로 보다 나은 국민의 생활과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하는 정치는 정당 간의 이익 차지를 위한 싸움만 보였다.

한국의 높은 사회 피로도에 크게 기여하는 것 중 하나가 정치 싸움이다. 정단 간의 이념 싸움이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일상 속으로 스며들면서 하나의 스트레스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국가의 발전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 마련이 점차 어려워지고만 있다.

선거제 개혁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만큼 정치와 국회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으면 한다. 국민을 대신해 국가의 발전에 힘써야하는 정치인들이 정당의 이익에 치우쳐 싸움판만 벌이는 것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만 살 뿐이다.

국민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설문 조사에서 마지막 순위를 차지한 국회의 자리를 보며, 특권을 누리는 자리가 아닌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수행하는 모습으로의 국회는 어떨까 어렴풋이 머릿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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