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여성, 이제 ‘진짜 주인공’ 될 차례
게임 속 여성, 이제 ‘진짜 주인공’ 될 차례
  • 남서현(융합콘텐츠·16)
  • 승인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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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최초의 비디오 게임인 Pong의 출시이래, 오랜 세월 동안 게임은 남성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다. 멋들어진 콧수염에 빨간 모자와 멜빵바지를 입은 배관공이 장애물을 피하고 괴물을 무찔러 연신 도와 달라 외치는 공주를 구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란 고슴도치가 빠르게 달리며 마법에 걸린 동물 친구들의 저주를 푼다. 비디오 게임을 즐겨 하지 않더라도, 게임 ‘슈퍼마리오’ 와 ‘소닉’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듯 힘을 가진 남성 영웅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힘없게 묘사되는 여성이나 약자를 구하는 클리셰는 너무나 당연하게 재생산되는 게임 소재다. 이전부터 자라나는 남자 아이들에게는 영화나 소설뿐 아니라 게임에서도 롤모델로 삼을 만한 멋지고 강한 영웅이 과다하게 존재했고, 현대에도 이 암담한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비디오 게임에서의 여성 표현의 진보라고 보긴 어렵다. ‘미스 팩맨(1982)’에는 ‘팩맨의 아름다운 아내이자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어머니, 팩맨만큼 도전적이진 않지만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여성’ 주인공이 나온다. 설명과 걸맞게 미스 팩맨은 노란색 동그라미와 세모난 입, 단 두 개의 단순한 도형으로 표현된 팩맨의 모습에 빨간 리본을 달고 립스틱을 칠한 후 하이힐을 더한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 캐릭터는 ‘팩맨’처럼 특별한 스토리가 없는 게임에서조차 남성 캐릭터의 보조자 혹은 조력자였으며, ‘기본 형판’으로 여겨지는 남성 캐릭터 디자인에 부수적인 요소를 덕지덕지 덧붙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오늘날 게임의 대중화로 주요 소비층이 남성에서 모든 성별로 점차 옮겨가면서 게임 산업 역시 격동의 시대를 겪고 있다. 예로 ‘유비소프트(Ubisoft)’사의 ‘어쌔신 크리드(Assassin’s Creed)’ 시리즈가 있다. 작년 10월 발매된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기에 활약한 암살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체역사 게임이다. 주인공이 남성 캐릭터로 고정되었던 이전 게임들과 달리, 시리즈 최초로 게임을 시작할 때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 어느 성별을 선택하든 플레이어는 고대 그리스의 능력 있는 암살자로 활동할 수 있다. ‘호라이즌 제로 던(Horizon Zero Dawn)’ 역시 젊은 여성 에일로이(Aloy)을 주인공으로 하는 게임으로, 인류와 문명이 멸망하고 동물 형태의 기계들이 점유한 대자연의 세계를 주인공 스스로의 힘으로 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앞서 살펴본 내용과 같이 여러 게임 회사들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여성 주인공을 내놓고 있지만, ‘진짜 주인공’이라 부를 만한 여성 캐릭터는 게임의 긴 역사에 빗대어 봤을 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변화는 확실하게, 그리고 빠르게 오고 있으며, 게임이라는 콘텐츠 역시 한 쪽 성별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대체 현실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