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취미 생활이나 특기 사항이 하나의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창업률은 2015년 기준 14.6%로, OECD 주요 국가 평균 10.4%보다 높은 수치다. 

본지는 좋아하는 분야를 살려 ‘사장님’이 된 이화인을 만났다. 이들은 ‘리얼관광연구소’ 대표 윤지민(국제·10년졸)씨, 비건(Vegan)·논 비건 (Non-vegan) 빵을 판매하는 ‘제이니 베이커리(JANEE BAKERY)’ 대표 차지윤(중문·15)씨, 연남동의 브랜딩&디자인 스튜디오 ‘더모먼트라이크민(The moment like min)’ 대표 최현민(섬예·15년졸)씨다. 창업의 시작부터 초기 자본, 사업 전략, 아이디어 발상 등에 이르기까지의 창업 스토리를 들어보자.

리얼관광연구소 대표 윤지민씨 제공=본인
리얼관광연구소 대표 윤지민씨 제공=본인
제이니 베이커리 대표 차지윤씨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제이니 베이커리 대표 차지윤씨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더모먼트라이크민 공동대표 김소정(왼쪽), 최현민씨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더모먼트라이크민 공동대표 김소정(왼쪽), 최현민씨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나의 창업스토리, ‘대표’가 되기까지

윤지민: 2012년부터 1년 10개월 동안 서울시청 관광 사업과 한류 관광 담당 공무원으로 일했다. 사무 업무만 하다 보니 관광 사업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그래서 공무원직을 그만두고 260일간 19개국 약 50개 도시를 도는 세계 여행을 떠났다. 각국의 관광청과 국제기구를 무작정 방문해 관광 사업 정책들을 묻고 현지인들이 즐기는 문화를 직접 경험하기도 하며 ‘리얼관광’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기업과 정부 기관이 추진하는 관광 프로젝트를 컨설팅하고 관광 인력을 교육하는 1인 기업 ‘리얼관광연구소’를 창업했다.

차지윤: 재작년 9월 영국 런던에서 비건 친구들을 만났다. 원래 제빵을 좋아해서 그 친구들에게 비건 빵을 자주 만들어줬는데, 빵집을 하나 차리라고 할 만큼 반응이 좋았다. 한국에 돌아와 작년 10월 작업실을 열었다.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파운드, 머핀 등의 비건 제품과 크럼블 등의 논 비건 제품을 판매한다. 아직 매장이 없어 택배로 상품을 배송한다. 

최현민: 회사에 다니면서 일기 형식으로 그림을 자주 그렸다. 내 작품이 그려진 달력을 텀블벅(tumblbug.com)에 소소히 팔았고, 본격적으로 브랜딩 작업을 시작하면서 회사 동료 김소정(커미·16년졸)씨와 함께 작년 5월 사업자 등록을 했다. 같은 해 10월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다. 직접 디자인한 엽서, 에코백 등을 스튜디오에서 판매하고, 타 사 업체의 이미지와 정체성 등을 디자인하는 브랜딩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사업 규모는 크지 않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자리 잡고 있는 단계다.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매출은 약 6000만원 정도다.

-씨드 머니(Seed money) 어떻게 마련했나

윤지민: 나 자신이 브랜드가 되는 ‘관광 커뮤니케이터’ 프리랜서기에 씨드 머니 없이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됐다.

차지윤: 1000만원 정도로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과 부모님이 빌려주신 돈으로 초기 비용을 마련했다. 부동산과 가전제품 매장을 발품 팔며 초기 비용을 최소화했다. 

최현민: 디자인 회사 특성상 초기 자본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있는 작업물이 곧 사업체이다 보니, 재료비 외에 크게 든 비용은 없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회사 다니면서 모은 자금과 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거둔 수익으로 차리게 됐다.

 

-동종 업체와 비교해 차별화된 점은

윤지민: 관광 커뮤니케이터는 관광 가이드처럼 여행지를 소개하는 일이 아니다. 전반적인 관광 산업의 발전 방안이나 관광 사업의 추진 방향을 컨설팅한다. 관광이라는 분야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큐레이션 하는 역할을 한다.

차지윤: 비건 빵을 처음 접하더라도 낯설지 않은 맛을 내려고 한다. 또 소비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가격으로 책정하고 있다. 

최현민: 일러스트와 브랜딩 작업 안에서 ‘나다움’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히 브랜딩의 경우 고객의 성향과 장점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식객’(2003)의 스토리 작가 이호준씨가 명함 디자인을 의뢰했을 때는 창작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자 명함에 자필로 쓴 이름을 그대로 넣었다. 또 ‘파파도나스’의 경우 ‘어릴 적 아버지가 퇴근길에 사 오시던 간식’이라는 구체적인 줄거리로 공감대를 만들었다. 추억이라는 영감을 인테리어 등의 디자인에 적용한 결과 브랜드 실적이 향상되기도 했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윤지민: 스스로 끊임없이 여행하며 수요자의 시선을 충분히 경험하려 한다. ‘리얼관광’은 현지인이 자신의 문화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길 때 이뤄진다. 이를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나라가 멕시코다. 여행에서 만난 멕시코는 자국의 문화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나라다. 전통음악 ‘마리아치’를 길거리에서 남녀노소가 즐긴다. 여기서 한국의 관광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봤다. 

차지윤: 여러 종류의 빵을 많이 먹었다. 그래야 새로운 제품을 구상하기 쉽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의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주변 비건 친구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다. 주문을 받지 않는 날에는 늘 작업실에 나와 신제품을 개발한다.

최현민: 일상적인 소재들이 모두 일러스트 작업의 원천이다. 덜 구워진 빵에 젓가락을 찔러 넣었더니 반죽이 묻어나오는 순간, 양파를 볶다가 국자를 들었는데 국자 밑에 양파가 붙어있는 순간이 그렇다. 특히 제철 채소와 과일, 바다와 같은 자연물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내 작품에 대해 ‘잘 그렸다’는 말보다 ‘현민이 같다’는 말을 듣는 게 더 좋아서, ‘나다움’을 작품에 녹여내려고 한다. 

 

-창업을 꿈꾸는 이화인에게

윤지민: 관광 사업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자유 여행이 대세가 되면서 패키지 여행 위주의 기존 여행사들이 줄줄이 폐업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관광 트렌드에 적합한 관광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자들이 필요하다. 관광 사업은 1인 기업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 여성들의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는 분야다. 

차지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좋겠다. 취미를 가지면 보이는 게 많다. 난 즐겨하던 베이킹을 발전시켜 사업을 시작했다. 취미가 창업으로 이어진 셈이다. 최대한 짧게 생각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현민: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후회하는 게 낫다. 사실 창업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이 하는 걸 따라 하지 않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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