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에 취직한 한국인은 2012년 3만1780명에서 2016년 4만8121명으로 4년 사이 약 1만6000명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도쿄지부가 2017년 발간한 ‘일본 취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는 일본에 취업한 이들 중 약 25%가 글로벌 기업 진출 등 미래 비전을 보고 일본 취업을 결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일본 기업에 입사한 본교 졸업생을 인터뷰했다.

딜로이트 토마츠 컨설팅(Deloitte Tohmatsu Consulting) 김지영(경영·14년졸)씨, 라쿠텐 북스(Rakuten Books) 이상은(컴공·17년졸)씨와는 스카이프(Skype)를 통한 화상 인터뷰를, 아빔 컨설팅(ABeam Consulting) 최효선(언론·19년졸)씨와는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일본어는 잘하지 못했지만 코딩 시험과 영어 면접을 보고 IT 개발자 직에 합격했어요”

라쿠텐 북스 개발자 이상은씨
라쿠텐 북스 개발자 이상은씨

이상은(컴공·17년졸)씨는 2017년 11월부터 일본 라쿠텐 북스(Rakuten Books) 백엔드(back-end)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백엔드 개발자는 웹사이트나 프로그램의 뒷부분에 해당하는 서버 혹은 프로그램 기능 개발자다. 이씨는 고객들이 우체국을 통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그는 “일반적인 일본 취업 과정을 거치지 않아 인터뷰하기 조심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메마시테. 와타시노나마에와 이상은데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이상은입니다)” 채용 면접에서 면접관이 일본어로 말해보라고 했을 때 그가 했던 말이다. 그가 말한 뒤 면접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이씨는 라쿠텐에 지원할 당시 일본어를 잘하지 못했다. “평소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음악을 많이 접해서 일본어를 듣는 것은 익숙했는데 말을 못 했어요. 일본어 자격시험도 본 적 없어요. 지금도 일상 대화는 길게 못 이어나가요.” 라쿠텐의 경우 개발자직은 영어와 일본어 중 하나의 언어를 골라 지원할 수 있다.

이씨는 서류, 온라인 코딩 시험, 면접의 과정을 거쳐 라쿠텐에 입사했다. 라쿠텐의 자기소개서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짧았다. “자기소개서 쓰는 것이 싫었어요. 일본이나 한국은 자기소개서나 이력서를 길게 써요. 그런데 라쿠텐은 자기소개서 양식이 달랐어요. 지원 동기나 프로젝트 경험도 한두 줄만 적으면 됐죠.”

이씨는 온라인 코딩 시험에서 한 시간 동안 코딩 문제 하나를 풀어야 했다. 본교 컴퓨터공학과 동아리 EDOC(Ewha Do Coding)에서 코딩 알고리즘 문제를 연습했던 그에게 코딩 문제는 쉬운 편이었다. 이후 면접은 영어로 진행됐다. 그는 라쿠텐에 지원할 당시 미국 취업을 준비 중이었다. 토플(TOEFL) 점수 85점, 토익(TOEIC) 점수 940점을 갖고 있었다. “영어로는 면접에서 술술 말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면접은 인성 면접을 위주로 진행됐다. 이씨는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기반으로 면접을 준비해야 한다”며 “일본 기업을 준비할 때 자주 나오는 면접 문항을 바탕으로 인성 면접도 준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면접관들은 그에게 직무 관련 질문을 하지 않았다.

이씨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점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일을 한국어로 진행했더라면 이 속도보다 빨리 이해했을 텐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일본에 온다면 훨씬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문과라면 일본어는 기본이죠. 영어는 토익 900을 넘기면 일본에서는 천상계 수준이에요”

아빔 컨설팅에 합격해 입사를 앞둔 최효원씨
아빔 컨설팅에 합격해 입사를 앞둔 최효원씨

최효원(언론·19년졸)씨는 아빔 컨설팅(ABeam Consulting)에 컨설턴트로 내정돼 올해 10월 입사를 앞두고 있다. 그는 세계무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일본 취업을 생각했다. 컨설팅 회사의 고객은 개인이 아닌 회사다. 경영전략에 차질이 있는 회사의 문제 사항을 컨설팅을 통해 해결해주는 식이다. 아빔 컨설팅은 클라우드 서비스 등 IT 시스템을 도입해 회사의 업무 효율을 증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업무를 주로 한다. 아빔 컨설팅의 컨설턴트 1~2년 차 연봉은 야근 수당과 성과급을 합해 평균 550만 엔이다.

그가 일본 취업 준비를 시작할 당시 가장 먼저 한 일은 일본 취업 스터디에 가입한 것이었다. “작년 초까지 일본 취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래서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일본 취업 스터디에 참여했죠. 스터디원들이 서류, SPI(인·적성 검사), 면접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줬어요.” 경기도 일자리재단에서 진행한 일본 취업 박람회(Global Job Discovery)도 도움이 됐다. “박람회에서 서류, SPI, 면접 준비를 도와주고 일본에 취업한 사람과 면담도 하게 해줬어요.”

최씨가 가진 스펙은 토익 910점,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 레벨 7, 6개월의 독일 교환학생 경험, 마케팅 인턴 등이다. 최씨는 문과일 경우 일본어는 일본 취업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문과는 일본어능력시험(JLPT)에서 최소한 N1을 취득해야 하고 사무직으로 일하고 싶으면 N1이 필수에요.” JLPT N1은 가장 높은 등급이다. 일본 기업에 지원할 때도 영어 점수가 높으면 유리하다. 최씨는 “일본에서는 토익 900을 넘기면 거의 천상계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에 지원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코트라(kotra.or.kr) 같은 에이전시를 통해 지원하는 것이다. 최씨도 코트라 합동 채용 과정을 통해 회사에 지원했다. 최씨는 “한국에서 에이전시를 통해 취업하는 경우 SPI 점수가 조금 낮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는 “한국 에이전시를 통해서 채용하는 기업이 소수이며, 뽑는 인원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본 회사 생활을 7개월 앞둔 시점에서 그는 “어렸을 때 일본에 거주할 당시 행복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일본에 가서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걱정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면 재무, 마케팅, 경영 전략 등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다”며 “내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공부하고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컨설팅이 매력적”이라고 말을 끝맺었다.

 

△ “합격 비결은 자기 분석과 기업 연구예요. ‘비즈니스 일본어 구사 능력’도 중요합니다”

딜로이트 토마츠 컨설팅 컨설턴트 김지영씨
딜로이트 토마츠 컨설팅 컨설턴트 김지영씨

김지영(경영·14년졸)씨는 2017년 10월 일본 딜로이트 토마츠 컨설팅(Deloitte Tohmatsu Consulting)에 컨설턴트로 입사했다. 그가 일본에서 취업하고 싶었던 이유는 큰 일본 시장 규모 때문이었다. 또한 일본은 인사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김씨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대학원에서 인사조직을 전공하며 같은 시간에 같은 노력을 투자했을 때 더 성장할 수 있는 외국으로 가고 싶었어요.”

김씨는 2016년 3월 서울대 경영대 일반대학원 석사를 졸업하고 10개월간 비즈니스 일본어와 일본 취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공부했다. 그는 코트라 등에 가입해 채용 정보를 찾아봤다. 2016년 12월부터 6개월간 취업을 준비해 일본 기업에 지원했고 2017년 5월 딜로이트에 합격했다. 일본 기업 채용 방법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서류, 인적성, 면접 순으로 심사한다.

“합격 비결은 자기 분석과 기업 연구예요. 기업에 지원할 당시 학점을 보지 않았어요. 인턴 경험이나 토익 점수가 있으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에요. 하지만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이 어떤 인재상을 중요시하는지, 또 내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왔는지 분석해서 나와 기업의 인재상이 맞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자기소개서와 면접도 이를 바탕으로 준비해야 하고요.”

그는 ‘비즈니스 일본어 구사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옛날에는 일본어를 조금 못해도 영어를 잘하면 외국인을 뽑았어요. 하지만 요즘은 일본어 실력을 많이 봐요.” 비즈니스 일본어는 존경어를 사용해 격식을 갖춰 비즈니스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그는 Post M&A(Mergers and Acquisitions) 부서에 속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Post M&A 부서의 대표적인 직무는 PMI(Post Merger Integration)로, 기업 인수 합병 후 예상되는 조직의 변화를 관리하는 일이다. 김씨는 “맡을 수 있는 직무가 다양해서 매력적이고 커리어 쌓기도 좋다”고 말했다. 딜로이트의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은 530만 엔이다.

그는 일본에서 일하는 본교 졸업생들과 함께 ‘도쿄 이화 동문회’를 만들었다. 본 인터뷰에 응해준 김씨, 이씨, 최씨 모두 도쿄 이화 동문회 구성원이다. 동문회는 일본에 취업한 이화인의 일본 생활 적응을 돕고 있다. 또한 본교 학생들에게 일본 취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이메일 계정 ‘Work in Japan for Ewha’(ewha.workinjapan@gmail.com)도 개설해 운영 중이다. 김씨는“학교 이메일(ewhain.net)을 통해 학번, 전공, 이름을 적어서 궁금한 사항과 함께 문의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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