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대 떠나 청양에서 찾은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
사범대 떠나 청양에서 찾은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
  • 허해인 기자
  • 승인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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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간장 등 발효식품 기업, ‘아나농‘ 부대표 김민솔 동문의 일터를 찾아가다
‘아름다운 나라의 농부’ 부대표 김민솔씨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아름다운 나라의 농부’ 부대표 김민솔씨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20개의 항아리로 시작한 작은 기업이 2년 만에 약 200개의 옹기에서 고추장, 간장, 된장을 꺼내 전국으로 전달하고 있다. 김민솔(과교·16년졸)씨가 부대표로 있는 ‘아름다운 나라의 농부’(아나농)라는 회사다. 그의 일터가 있는 충청남도 청양군에서 김씨를 만났다.

수원에서 태어난 김씨는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농촌에서의 생활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전공은 잘 맞는 편이었어요. 사범대학에 입학할 때는 선생님이 제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일 거라고 생각했었죠.” 안정적인 직업을 추천한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지만, 스스로도 교사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귀농을 생각하게 된 것은 임용고시를 두 번 치른 후였다. 첫 번째 시험에 떨어진 후 청양에서 두 번째 임용고시를 준비했지만, 작은 점수 차로 탈락하자 진로에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할 만큼 교사가 되고 싶은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 ‘임용고시만 붙으면, 열심히 돈 모아서 퇴직한 다음 시골에 내려와 살 거야’라는 목표를 가진 저를 발견한 거죠.” 그는 그 목표를 당장 실행하기로 했다. 청양에 정착해 어머니가 준비하던 장류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스스로 시골이 잘 맞는 것 같다며 “임용고시를 그만둔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시 주변의 반응은 달랐다. 아버지는 안정적인 직업을 포기하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려는 그를 만류했고, 마을 주민들도 ‘이화여대씩이나 나왔으면서 시골에서 뭐 하냐’고 묻곤 했다. 하지만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표정에서 느낄 수 있듯, 그는 농촌 생활에 매우 만족 중이다. “여행 동아리에서 활동했을 정도로 자연을 좋아해요. 외향성과 내향성을 모두 가진 성격인데, 시골에서 사업을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니까 저한테 딱 맞는 거죠.”

그는 후배들에게 진로를 고정된 방식으로만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발효 과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컴퓨터 학원에서 취미로 배운 디자인 기술도 제품 디자인에 많이 활용하고 있고요.”

김씨는 청양에 와서 매일 새로운 일을 경험 중이다. 사업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트럭 운전대를 잡아봤고, 가마솥으로 콩을 삶기 위해 직접 부뚜막을 설치했으며 한동안은 도끼로 장작도 직접 팼다. 얼마 전에는 마을 청년회에서 여성 부회장을 맡게 됐다. “시골이라 그런지 단체나 모임에서 남성 중심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편이에요. 여성의 목소리가 크지 않죠.” 내려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임원을 맡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농촌 여성이 원하는 바를 주장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까 걱정돼 ‘나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딱히 할 말이 없어도 최대한 의견을 내고 있다”며 웃었다.

김씨는 청양군4H연합회, 청년여성농업인CEO 같은 단체에서도 활동 중이다. 로컬푸드 조합원과 모여 발효 기술, GMO 식품에 관해 스터디도 하고 있다. 그는 “시중에 파는 된장, 간장에 들어가는 콩 대부분이 GMO 제품”이라며 “사람들이 음식에 경각심을 갖고 좋은 음식을 추구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장을 담글 때 꼭 지키는 원칙으로 위생 관리와 국내산 원재료를 꼽았다. 대부분 재료는 충청남도 농민에게서 직거래로 가져온다. 아직은 수익을 내는 족족 옹기를 사고,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매출 상승보다는 전통 장을 널리 알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이 좋은 음식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목표예요. 학교 급식에 저희 장을 납품하고 있는데, 그것도 일환이라고 할 수 있죠.” 메주가 나란히 걸려있는 작업실, 수많은 옹기가 근사하게 깔려있는 마당을 보여주며 장과 발효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에서 전통 장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졌다.

‘더 빨리’를 외치는 세상에서 그는 장이 익을 때까지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삶을 택했다. 그래서인지 회사의 다음 목표를 설명하는 그의 표정에는 조급함이 없다. 평화로운 열정과 여유만 느껴질 뿐이다. 작년 장류의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은 후, 현재 메주 품목 인증을 위한 서류 준비로 바쁘다는 그. 봄이면 개구리와 새 소리로 시끄러울 지경이라는 청양군 락지리에서 그가 내디딜 발걸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