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늘, 어디서든 카메라 앞에 서 있습니다. 내가 원했던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카메라 앞에 서 있었습니다. 나는 카메라가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의 두려움은 누군가에겐 유희 거리가 되곤 합니다. 이젠 두려움 속에 사는 일상이 익숙해졌습니다. 사실 하나의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건지, 다른 많은 사람의 눈앞에 서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습니다. 알더라도 저는 제 모습을 그들에게서 지우지 못합니다. 지우려 하면 오히려 제게 날카로운 말들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나는 사회로부터 철저히 보호받고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 나는 약자라고 규정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힘들고 궂은일을 하지 않아도, 내가 사는 나라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나는 그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대신 저는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절대 위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그들이 내가 올라가지 못하게 무언가로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투명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단단합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것을 평등이라고 배웁니다.

나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미 사회가 할 일을 정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일은 아이를 갖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아무도 내가 아이를 갖고 싶은지, 갖고 싶지 않은지는 궁금해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나는 자연의 순리에 따르기 위해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기만 한다고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낳은 사람은 나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아이를 낳고부터는 점점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온전한 나의 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평가됩니다. 언젠가부터는 나 자신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나 자신을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앞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옷을 고를 때도, 머리를 할 때도, 행동 하나하나 그들이 보기에 좋게끔 해야만 합니다. 나는 나다워야 한다고들 하는데 나다운 게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나에게는 내가 없습니다. 어쩌면 이게 원래 나인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문제가 너무 어려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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