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 심해도 수업 들어야… 학생들 생리공결제 도입 원해
생리통 심해도 수업 들어야… 학생들 생리공결제 도입 원해
  • 곽태은 기자
  • 승인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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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어서 생리할 때마다 통증이 심해요. 그런데 생리 결석이 인정되지 않아서 아파도 수업을 들어야 했어요. 교수님께 말씀드리기도 어려웠고요.”

응급실에 가서 진통제를 맞을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ㄱ씨는 본교에 생리공결제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수업에 나와야 했다. 생리통이 잦은 김미지(역교·16)씨 또한 “생리통이 심해 도저히 수업에 갈 수 없어 집에서 휴식을 취한 날은 모두 결석 처리됐다”며 “대부분 다른 대학에는 생리공결제가 있는데 우리 학교에 없는 게 의문”이라고 말했다.

본교에 생리공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작년 10월 제50대 총학생회 ‘E;ffect(이펙트)’는 인사이드 이화 협의체를 통해 학생처에 생리공결제 도입을 요구했다. 해당 협의체에서 학생처는 “1~2월 중 정책 시행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다음 학기에 교수 재량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무처 수업지원팀 관계자는 “당시 생리공결제 관련 논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현재는 중단된 상태”라며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본교는 재작년 6월 신설된 학칙 제40조 2항에 따라 ▲중대한 질병 ▲직계존비속의 사망 ▲국제대회 등의 참가 ▲그 밖에 총장 또는 교수가 허가한 경우의 사유로 결석했을 시, 사유 발생 2주 이내로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 중대한 질병으로 인한 결석의 경우 본교 부속병원장 또는 그에 준하는 종합병원장의 발행 진단서를 제출해야 출석으로 인정된다. 이전에는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이 병결로 인정됐지만, 미래라이프대 사태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학병원 진단서에 준하는 증빙서류가 없으면 출석이 인정되지 않는다.

 

△ 타대 생리공결제 도입 현황은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교육부에 생리공결제 도입을 권고했다. 2004년 9월 한 중등교사가 인권위에 제출한 “여학생이 생리로 인해 결석하거나 수업을 받지 못할 경우 병결이나 병조퇴로 처리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진정서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권고에 따라 2006년 중앙대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생리공결제를 도입했다. 잇따라 덕성여대, 성신여대 등의 서울 소재 여자대학에도 생리공결제가 도입됐다. 18일 기준 서울 소재 주요 10개 대학(▲고려대 ▲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중 본교,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를 제외한 6개 대학은 생리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교수 재량에 따라 병결로 인정한다. 성균관대 학생처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공식적인 생리공결제 규정은 없지만 결석사유서를 제출하면 교수 재량에 따라 출석 인정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생리공결제를 시행하는 대학 대부분은 증빙서류 없이 신청서만 제출하면 출석을 인정한다. 신청 가능 횟수는 보통 월 1회 혹은 학기당 최대 4~5회다.

 

△ 생리공결제, 오남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편 생리공결제를 오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강대의 경우 2007년 1학기부터 생리공결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했으나 3학기 만에 폐지했다. 시범기간에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일반 결석의 대체 수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양대 인권센터는 생리공결제 오남용을 우려해 의료기관 진단서와 신청서를 필수로 제출할 것을 규정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에 작년 9월 진단서 필수 제출 요건을 삭제했다.

숙명여대 또한 오남용 문제를 우려해 진단서 제출을 통한 유고결석으로 통합해 운영했지만, 올해 생리공결제 도입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숙명여대 교무처 학사팀 관계자는 “총학생회의 요청으로 생리공결제 재논의를 시작했으며, 제도 시행 여부 및 방법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본교도 생리공결제의 오남용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무처 수업지원팀 관계자는 “오남용의 소지가 있어 제도를 쉽게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화를 할 경우 신청 가능 일수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생리공결제는 인권 문제, 본교의 입장은

본교 재학생들은 생리공결제가 여성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 12일 본지 패널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오남용 우려보다 개인이 겪는 생리통이 더 심각하다”며 “이화여대는 더욱이 여성 인권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생리학적 원인 때문에 오는 생리통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권리의 문제”라고 답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2005년 생리공결제 도입 과정에서 발표한 <여학생의 보건관리 개선방안 연구>에서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은 여성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출석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생리통을 경험하는 여학생들에게 의사 진단서를 요구해 병결로 처리하는 것은 여성의 고유한 생리현상으로 인한 ‘질병이 아닌 고통’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는 남성의 생리적 현상을 기준으로 ‘정상성’을 부여하고 여성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본교 인권센터 또한 생리공결제가 여성의 권리문제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수의 수업권 보장과 오남용 문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본교 인권센터 관계자는 “생리공결제 시행은 여성들의 건강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생의 학습권, 교수의 수업권 등 다른 문제들도 얽혀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성적에 민감해 출결과 관련된 생리공결제 도입은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렵다”며 “악용을 걱정하는 의견들이 있어 교무처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본교 생리공결제 도입에 대해 교무처 수업지원팀 관계자는 “새로 취임한 부서 처장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