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 추첨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기숙사 배정을 빨리 했다면 휴학을 결정하는 학생도 없을 거예요.” 

편한 등하교, 자취보다 비교적 싼 거주비 등 학생들은 여러 이유로 기숙사 거주를 지원한다. 작년 기준 기숙사 수용 가능 인원은 4210명으로, 재학생 수 대비 수용률은 약 21%였다. 작년 지원자 수는 7444명으로, 입사 경쟁률은 약 2대1이었다. 

지원자의 절반은 떨어지게 되는 현실. 학생들은 무작위 추첨 배정 방식과 긴 시간 기다려야 하는 결과 발표 일정에 불합리함을 느끼고 있다. 본지는 꾸준히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기숙사 배정 문제를 짚어봤다. 

 

무작위 추첨 방식의 배정

학생들은 방학 거주 여부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다. 입주는 이화포탈정보시스템(eportal.ewha.ac.kr) 유레카통합행정을 통한 컴퓨터 무작위 선발로 결정된다. 선발 시 거리 및 소득분위, 성적 등에 대한 기준은 없다. 한 학기 한정 거주를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명 ‘폼림픽’이라 불리는 선착순 배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현 배정 방식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대전 출신 주영은(커미·18)씨는 연이은 기숙사 탈락에 결국 하숙을 선택했다. 주씨는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추첨하는 방식은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기숙사 탈락 이후 집을 구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힘들었다”고 했다.

경남 진주 출신인 김혜주(심리·16)씨는 기숙사 지원을 포기하고 방을 구했다. 불확실한 결과와 늦어지면 방조차 구할 수 없겠다는 시간적 압박 때문이었다. 김씨는 “거주지도 성적도 고려하지 않아서 기숙사 거주를 위해 노력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 5곳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의 경우 모두 거리, 소득분위, 성적 중 적어도 한 가지를 고려해 기숙사를 배정한다.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는 성적을 고려하며, 서강대는 거리와 성적을 고려하고 소득분위는 일부 고려한다. 

서울대의 경우, 세 가지 모두를 고려해 점수화하고 이를 배점표로 만들어 점수 순으로 선발한다. 서울대 기숙사 행정실은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으로 사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기준에 관한 표준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로운 배정 방식에 대한 서울대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기숙사 행정실은 “점수화돼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다”며 “선발 방식에서 문제 될 게 없어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불만이 제기된 배정 방식에 기숙사는 “(거리 기준으로 선발할 경우) 외국인 유학생들과 재외국민 학생들이 우선적으로 입사하게 된다”며 “내국인 학생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어 해당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강 후에도 계속되는 배정

기숙사 배정이 완료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불만도 있다. 1차 지원 후 공식 발표까지 걸리는 시간은 5일. 추가 모집을 제외하고 기숙사 배정이 최종적으로 완료되기까지 약 한 달이 걸린다. 학생들은 컴퓨터 시스템으로 배정을 하는데 결과 발표가 늦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윤지(호크마대·18)씨는 왕복 4시간 거리의 경기도 안산 출신이다. 통학 시간이 긴 이씨는 기숙사 거주를 희망했으나 탈락했다. “자취를 위해 갑작스레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결과를 기다리는 기간이 길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혼란을 준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 선혜령(커미·18)씨는 현재 자취를 하고 있다. 선씨는 “학교와 가까운 자취방은 2월 중순에 진작 다 나갔다”며 “학생들이 적절한 시간을 두고 방을 구하기 위해선 적어도 2월 중순 전까지는 배정이 완료돼야 한다”고 했다.

기숙사는 7일~10일 추가 모집을 받고, 13일(수) 결과 발표 및 입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1~3차 지원 및 배정이 끝나고 여석은 추가 모집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개강 이후까지 계속되는 기숙사 배정으로 인해 거주지가 불투명한 상태다. 추가 모집을 기다리며 친구 자취방에 잠시 머무르는 학생들, 기숙사에 떨어져 급하게 방을 구해야 하는 학생들이 있다.

충북 청주 출신인 ㄱ(행정·18)씨는 1~3차 지원에 모두 떨어져 추가 모집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ㄱ씨는 최소한의 짐으로 친구 자취방에서 임시 거주 중이다. 만약 추가 모집마저 떨어진다면 바로 방을 구해야 한다. “학교가 추가 모집을 개강 전에 최대한 빠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추가 모집이 끝날 때쯤 가면 매물도 없을 것 같아 답답하다”고 했다.

김서현(국교·16)씨는 1, 2차 탈락 이후 자취를 시작했다. 김씨는 기숙사 탈락으로 휴학까지 고민한 적이 있다. 그는 “본가로 돌아가 할 수 있는 걸 생각해보니 할 일들이 결국 서울에 있었다”며 “기숙사 때문에 휴학을 고민했지만, 높은 집값 때문에 다시 기숙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숙사는 배정이 길어지는 이유를 “시스템 정돈, 사전 시험 등 여러 사전 작업이 필요하고 이전 차수 납부 기간 완료 후, 실제 취소 여석 파악 등 차수별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최대한 빠르게 차수별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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