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성·반대 자보 활발…감정적 ‘비난’ 넘어 논리적 ‘비판’해야 할 때

지난 3월12일(금)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많은 이화인들은 탄핵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 위해 이화이언·학교게시판 등을 뜨겁게 달궜다.

탄핵안이 가결된 지 3주가 지난 지금, 잠잠해질 줄 알았던 이화 안 탄핵 여론은 오히려 소수의 찬성 의견이 나오면서 다시 불 붙고 있다.

탄핵 찬·반 의견의 극명한 대비는 자보를 통해 보여지고 있다.

교문 펜스와 학생문화관에는 탄핵을 반대하는 ‘근조 16대 국회’ 검은 현수막과 ‘16대 국회는 해산하라’는 민주노동당 이화여대 학생위원회(학위)의 자보가 붙어있다.

한편 학내 보수단체인 이화아이즈는 학생문화관에 ‘대통령의 위법적 행동을 규탄하며 친북세력의 득세를 막자’는 탄핵 찬성 자보를 붙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인 학위는 탄핵안 가결 이후 자보·학교 게시판을 통해 두 차례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계속해서 반대 서명운동·스티커 설문조사 등 탄핵반대 운동을 진행하며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탄핵안을 가결시킨 16대 국회는 대통령을 심판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탄핵을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이화여대 학생위원회 위원장 장유진씨는 “‘정상적’·‘상식적’이란 말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며 “이번 사태도 정상적인 법 절차로 탄핵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상식적이지 않아 국민들이 탄핵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위측은 탄핵 반대 촛불시위에 대해 누가 시킨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광장’에 모여 의사표시를 한 것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즉 과거에는 일부 학생들의 데모와 집회를 통해 진보와 개혁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금은 누구든지 함께 모여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탄핵 찬성운동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비판’이 아닌 ‘비난’하고 있다”면서 “그것을 이념의 다양성이라는 논리로 포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탄핵을 찬성하는 입장인 이화아이즈는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및 국정수행능력 부재 등을 찬성 이유로 꼽았다.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선거법 위반을 중심 근거로 시작했듯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 등 경솔한 행동에는 법 질서를 위반하는 요소들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그들은 “현재 국가의 위기는 무엇이며 이 위기를 불러온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탄핵에 대한 입장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언행에 문제를 느끼지 않거나 그의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국회가 잘못했다고 생각할 것이고, 대통령의 발언이 국제사회 특히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대통령에게 경제·안보 등 국내외 여러 사안을 통치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국회의 탄핵을 잘한 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후자쪽을 지지하고 있다.

이화인 89.2%가 탄핵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고 있는가는 문제의 본질과 다르다”며 “여론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매스컴 의견을 쫓는 것보다 앞으로 나아갈 바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탄핵 찬·반 운동 상황에 대해 김정은(정외·4)씨는 “찬·반의 입장을 넘어 이제 서로가 너무 감정적으로 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우려를 표했다.

박통희 교수(행정학 전공)는 “서로가 논리적인 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탄핵으로 들끓었던 여론은 다가오는 4·15 총선 결과에서 또 다시 여러 물줄기로 뿜어져 나올 것이다.

이번 총선은 단지 국민의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라 ‘정치판’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만큼 국민 대다수의 시선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서로 원하는 ‘정치’는 다르지만 탄핵에 대한 반대·찬성을 떠나 이번 총선의 중요성에 대해서 만큼은 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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