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학의 장학금 심사 기준이 성적에서 소득분위로 이동하는 추세다. 성적 장학금을 축소·폐지하는 흐름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성적 장학금 폐지를 시행한 고려대에 이어 서강대, 중앙대, 한양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본교 역시 2015학년도부터 성적 장학금 규모를 축소하고 가계곤란 장학금 지급 비율을 확대한 바 있다. 본교의 대표 가계곤란 장학금인 이화복지 장학금 수혜 총액은 2015년 약 61억원에서 2018년 약 79억원으로 증가했다.

2019학년도 1학기 기준 재학생은 이화복지 장학금에 지원하기 위해 직전 학기 성적 2.0점 이상(4.3점 만점)을 충족하고 소득분위가 8분위 이하여야만 한다. 소득분위 1분위의 학생은 국가장학금과 이화복지 장학금을 합산해 등록금 전액을 감면받는다. 8분위에 해당하는 학생은 등록금의 약 15%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처럼 소득분위가 교내 장학금 수혜 금액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자 분위 산정 기준에 관한 학생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본지는 자체 모집한 재학생 패널 100명에게 소득분위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응답한 패널 25명 중 64%가 “소득분위에 불만을 가진 적이 있다”고 답했다. 패널로 참여한 ㄱ씨는 소득 기준일이 성과급이 지급된 달로 잡혀 4분위에서 8분위까지 높게 산정됐다. 또 최지윤(커미·17)씨는 “소득분위가 9분위로 나와 장학금을 받지 못 했는데 월 소득이 1천만원 이상이라는 게 말도 안 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소득분위 산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직접 한국장학재단에 최신화 신청(구 이의신청)을 하는 학생도 증가했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2017 국가장학금 소득분위별 이의신청 및 심의 결과 현황’에 따르면 최신화 신청 건수는 2015년 1만5246건에서 2017년 1만9166건으로 늘었다.

소득분위 산정 방식의 허점은 크게 ▲소득 기준일 모호 ▲소득 중복 산정 오류 ▲5인 이상 가구의 소득분위 산정으로 구분된다. 특히 소득 기준일 기준이 유연하지 않아 급한 가계곤란 상황을 겪은 학생의 소득분위가 높게 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본교는 해당 학생을 구제하기 위해 등록금 옴부즈만 제도를 마련했다. 담당 부서인 학생처 장학복지팀은 소득분위가 아닌 가계곤란 제증빙서류로 옴부즈만 장학금 수혜 대상을 선정한다.

소득 중복 산정은 부동산 재산 등의 소득이 타 소득과 중복 인정되는 행정적 오류가 원인이다. 본교에 재학 중인 ㄴ씨는 지난 학기 가계 재산에 변화가 없었지만 소득분위가 전 학기보다 2분위 높게 산정됐다. 최신화 신청 결과 실업급여 항목이 타 소득과 중복 인정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를 정정하기 위해 ㄴ씨는 소득 증명서와 건강보험금 납부서 등 추가 서류를 제출했고 한참 후에야 소득분위가 변경됐다. ㄴ씨는 “이의 신청 과정이 복잡해 힘들었다”며 “처음부터 오류가 없도록 산정 기준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과정을 진행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편 가구원 5인 이상 가구의 학생은 소득분위가 4인 가구 기준으로 측정돼 실제 가계 상황보다 높은 소득분위에 포함되는 실정이다. 삼 남매 모두 대학생인 ㄷ씨는 “1년에 들어가는 등록금 비용이 3000만원 이상인데, 가구 기준으로 인해 10분위로 측정된다”며 “외부장학금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학재단에 문의해도 성적 장학금을 받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으라고 하는데, 성적 장학금으로는 등록금을 충당할 수 없다”며 “매 학기 대출로 불어나는 빚을 보며 언제 갚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최신화 신청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최신화 신청 과정에서는 전화 상담이 필수 단계지만, 전화 연결 지연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7일 기자가 직접 상담원 연결을 시도했지만, 대기인원이 100명 이상이라는 안내 음성만 들리고 5분 이상 상담원과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2월7일 ‘2019 국가 장학금 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해 소득 기준일과 5인 이상 가구의 소득 기준 산정 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했다. 사업장의 휴·폐업 정보 자동 반영, 소득 구간 산정 시 가구원 수 반영이 핵심이다. 또한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대학생의 소득공제 금액을 100만원에서 13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는 계획도 포함한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