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밀레니얼 세대가 미디어의 새로운 소비자로 등장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출근길이나 등굣길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밀린 예능프로그램을 본다.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OTT, Over The Top)의 등장으로 TV 없이 콘텐츠 이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OTT를 통해 톱(셋톱박스) 없이 인터넷을 통해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TV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연령별 OTT 이용률(중복응답가능)은 2030세대가 전체의 약 50%를 차지했다. 10대가 71.7%, 20대가 78.4%, 30대가 64.2%, 40대가 44.6%, 50대 이상이 36.4%로 5060세대는 2030세대의 절반에 못미쳤다.

본교 내에서도 OTT 업체 중 하나인 넷플릭스(Netflix)가 인기다. 본교 커뮤니티 이화이언(ewhaian.com) 열린광장에 넷플릭스 아이디를 공유하자는 글이 1년 새 937개 게재됐다.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는 작년 4월6일 ‘벗들의 넷플릭스’ 게시판이 형성돼 재학생들 간 아이디를 공유하고 콘텐츠를 추천하고 있다. 

본지는 넷플릭스 열풍에 따라 본교에 재학 중인 학부생으로 구성된 패널단에게 OTT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2월12일부터 3월7일까지 진행됐으며 103명 중 45명이 응답했다. 설문 결과, 응답자 모두가 OTT에 대해 들어봤고, 응답자 중 36명이 현재 OTT를 이용 중이라고 답했다. 

패널단은 콘텐츠의 다양성, 시공간 제약이 없는 것을 OTT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OTT를 통한 콘텐츠가 기존의 매체(TV 방송, 영화관 등)보다 좋은 점은 무엇’(중복응답가능)이냐는 질문에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서’ 73.3%(33명), ‘시공간 제약이 없어서’ 71.1%(32명), ‘저렴해서’ 24.4%(11명), ‘내게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줘서’ 13.3%(6명), ‘기타·응답 없음’ 17.7%(8명)의 응답을 얻었다. 

다양한 OTT 업체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업체는 넷플릭스였다. 패널단의 응답에 따르면 OTT 업체 중 넷플릭스의 이용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패널단의 응답자 중 넷플릭스 이용자는 80%(36명), 왓챠플레이(Watcha Play) 이용자는 31.1%(14명), 티빙(Tving) 이용자는 11.1%(5명), 푹티비(Pooq TV) 이용자는 6.7%(3명), 기타 업체 이용자는 2.2%(1명)다. 

넷플릭스는 1997년 온라인 영화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현재 넷플릭스는 190여 개국에 걸쳐 1억3천900만명의 유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에서 넷플릭스가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넷플릭스에 직접 방문했던 유의선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는 “요즘 젊은이들은 모바일 세대”라며 “넷플릭스와 함께 오디오 시스템도 보편화되는 등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수요 시장에 부응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유 교수는 “넷플릭스는 가격이 저렴하고 이용이 편리하다”며 젊은 세대에서 넷플릭스가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넷플릭스의 가격 경쟁력에 대해 그는 “넷플릭스는 광고가 없기 때문에 콘텐츠에 투자할 재력이 많다”며 “장기적으로는 ‘규모의 경제’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가 늘어나 투자비용도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용자 기반 알고리즘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은 넷플릭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넷플릭스 이용자 임윤아(커미·17)씨는 “시청한 콘텐츠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다음에 뭘 볼지 고민할 필요 없이 넷플릭스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한 시즌의 모든 에피소드가 하루에 전부 공개되는 것도 넷플릭스의 독특한 편성 장치다. 이 기능은 ‘몰아서 시청하기’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임씨는 “넷플릭스는 동시 방영되는 콘텐츠를 제외하고는 완결된 시리즈가 업로드 돼있다”며 “다음 회를 기다릴 필요 없이 한 자리에서 정주행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양질의 콘텐츠다. 특히 자체제작 콘텐츠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는 기존 콘텐츠 시장에 없던 신선한 내용을 다뤄 주목받고 있다. 유 교수는 “기존 지상파 방송 콘텐츠는 식상하지만 오리지널 콘텐츠는 새로운 내용이 많다”며 “넷플릭스가 ‘카니발리즘(식인주의)’에 따라 지상파 콘텐츠를 잡아먹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자체제작 콘텐츠인 ‘그레이스 앤 프랭키’(Grace and Frankie)(2015)를 본 김규연(영교·16)씨는 “평소 미디어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 불만이었다”며 “넷플릭스는 노인, 여성, 퀴어, 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주인공들이 등장해서 시청한다”고 말했다. 

여성중심적 콘텐츠에 관심있는 김지은(사회·16)씨는 “넷플릭스 콘텐츠들은 대체로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고, 여성이 극의 서사를 주도하며 여성 제작진들이 많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는 여성중심의 작품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를 통해 양질의 여성중심 작품을 본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유 교수는 “넷플릭스의 파급 속도를 보면 지상파 TV가 지금의 독점적인 지위는 누리지 못하겠지만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승부는 콘텐츠 경쟁력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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