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에 명확히 기재된 정보 높이 평가 받아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항아리·보물 제237호)가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항아리의 굽 안쪽에 새겨진 명문(銘文)을 통해 제작연도, 항아리의 용도와 사용처, 제작자를 정확히 알 수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이 평가됐다고 밝혔다.

항아리는 고려청자가 처음 만들어지던 고려 초의 가장 확실한 편년 자료다. 올리브색에 가까운 황갈색 빛은 고려청자 특유의 푸른빛인 비색(翡色)으로 가기 전 단계의 초기 청자 모습을 보여준다. 문구가 쓰인 완전한 형태의 청자로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항아리에 새겨진 ‘순화4년 계사태묘제일실 향기장최길회조’(淳化四年 癸巳太廟第一室 享器匠崔吉會造)라는 음각명문은 순화4년인 성종 12년(993) 고려 왕실의 제기로 쓰기 위해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는 항아리가 고려 태조를 위한 태묘의 제1실 향기(享器)였으며, 장인 최길회가 국가제사용 제기제작을 담당했음을 보여준다.  

항아리의 제작지는 황해남도 배천 원산리 일대로 추정된다. 1989년부터 1년간 진행된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의 원천리 가마터 발굴 조사에 따르면, 항아리는 명문 내용과 구조가 원산리 가마터 출토품과 동일하다. 항아리의 유색과 질 또한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항아리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초기 보물로 지정됐다. 이후 일본인 수집가와 국내 골동품상을 걸쳐 1957년 박물관에 수장(收藏)돼 1963년 보물 제237호로 지정됐다.

장남원 박물관장은 “항아리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사료에 언급된 고려종묘의 설치운영과 장인제도, 성씨제도 등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며 “고려청자의 초기단계부터 전성기까지의 발전과정을 구체적으로 드러내 준 것”이라고 말했다.

항아리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1년 6개월간의 과학적 보존 처리 과정을 거쳐 재정비를 마쳤다. 항아리는 3월 중 박물관 기획전시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