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위한 필수 강의조차 수강하기 힘든 학생들 ··· 학교 측, TO 문제 포함 전반적 시스템 개편 논의 중
매 학기 학생들은 수강 신청에 매진하느라 개강하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학교 주변 PC방은 빠른 인터넷 환경에서 신청하려는 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컴퓨터 앞에서 수 시간 대기하며 여석을 차지하기 위해 ‘광클’하는 일도 예사다. 하지만 ‘올클(ALL CLEAR)’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전공 기초, 필수 교양 과목의 경쟁률이 때로는 10대 1, 13대 1로까지 치솟는다. 왜 학생들은 듣고 싶은 수업을 들을 수 없을까? 본지는 개강을 맞이해 수강 신청의 문제점을 파악했다.
△융합 기초(융기), 공급보다 넘치는 수요
융기 과목은 2016년 신설된 필수 이수 과목이다. 학과 관계없이 2016학년도 입학생부터는 졸업을 위해 융기 개설 과목 중 한 과목 이상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하지만 전체 정원이 적어 약 1만3000명의 재학생 중 약 11%만 해당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과목별 권장 학년이 지정되지 않아 고학년 학생에게 배정된 정원도 거의 없다. 예로 백지연 교수(국제사무학과)의 융기 <글로벌커리어개발과기업가정신>은 정원의 30%를 1~3학년에, 10%를 4학년에 배정했다. 이 수업을 저학년 때 수강한 후 경력 개발을 하는 것이 수업 개설 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16학번 학생들은 저학년에 대부분의 수강 정원(TO)이 배정된다는 학교 측의 공지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문제를 인식한 제51대 총학생회(총학) 인에이블(Enable)은 개설과목 및 수강 정원 부족 문제로 학생처 학생지원팀에 기존 융기 과목 개설 진행 방식과 과정 공개, 융기과목 인터넷 강의 개설을 요청했다. 호크마 교양대학(호크마대) 행정실 관계자는 “담당 교수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증원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강의는 담당 교수의 연구년으로 인해 개설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장벽 높은 복수 전공생의 수강 신청
디자인학부를 복수 전공하는 김민형(커미·17)씨는 전공을 시작하며 <형과이미지>와 <형태와공간>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1학년 권장인 이 수업들은 당시 2학년이었던 김씨가 들어갈 별도의 TO가 없었다. 이로 인해 그는 수강 신청 기간 때 해당 과목들을 신청하지 못했고, 정정 기간 간신히 남은 자리를 들어갔다. 타 전공과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한 개의 반이 있었지만, 수강 학년을 놓친 주 전공생과 복수 전공생들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경영학과의 전공기초 과목인 <경영통계학>은 수강하는 게 행운인 수업으로 유명하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아 수요는 높지만, 1학년 권장 과목이라 학년이 올라갈수록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하는 육경아(커미·17)씨는 지난 학기 수강 신청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육씨는 “<경영통계학>의 2학년 TO가 다섯 명이라는 소리를 듣고 경악했다”며 “이 과목은 계절 학기에도 경쟁률이 높아 못 듣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학기, 교수별로 차이가 있지만 <경영통계학>의 평균 경쟁률은 5:1에 육박한다.
복수 전공생들은 과목의 권장 학년을 따를 수 없어 매번 좁은 문을 두고 경쟁한다. 선호도가 높은 복수 전공일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수업지원팀 관계자는 “각 학과 사무실과 담당 교수에게 복수 전공생 이수 현황도 고려해 책정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입생의 자리는 어디에
성소율(사회·15)씨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편입학에 성공했지만 원하는 과목을 듣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했다.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재학생들이 모두 수강 신청을 마친 뒤 강의를 정정하는 기간뿐이었다. 편입생들에게 특별히 배정된 수강 신청 기간이 없기 때문이다.
성씨는 전공으로 모든 학점을 채우려 시도했지만 이미 재학생들로 가득 차 강의를 수강할 수 없었다. 결국 계획을 바꿔 듣지 않아도 되는 교양 과목들로 학점을 채웠다. 그는 “이화에 입학해 똑같이 등록금을 내도 편입학생들은 남는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차별이 아직 있구나 싶어 실망했다”고 말했다.
매년 약 200명의 학생이 일반 편입학을 통해 이화에 입학한다. 하지만 그들은 성씨와 같이 재학생들이 모두 수강 신청을 한 뒤 강의를 정정하는 기간에만 수강 신청을 할 수 있다.
올해 편입학 전형은 2월1일 합격자 발표를 시작해 15일까지 충원을 완료했다. 이후 입학처는 각 단과대학(단대)에 편입생 명단을 전달했으며 2월 말 전적대학 학점 인정 심사 결과가 나왔다. 편입생 대상 수강 신청 관련 오리엔테이션은 그 뒤에서야 열린다. 허나 재학생 수강 신청 기간은 13일~15일이었다. 수강 신청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현재 일정상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최근 ‘이화에 바란다’에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으며 학내 커뮤니티에도 문제를 공감하는 학생들의 여론이 형성됐다. 교무처 학적팀(학적팀) 관계자는 “편입생들의 경우 사전에 어떤 강의를 들을지 알 수 없어 별도의 TO를 분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재학생 수강 신청 기간 자체를 늦추는 방안도 있지만, 개강 전에 수강 신청 데이터를 정리해 폐강 과목을 산출해야 하므로 신청 기간 변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편입생에 대한 TO를 일괄적으로 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편입생 수강 과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임의로 TO를 남겨둘 경우 재학생의 민원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 3학년 TO에서 일정 인원을 편입생 TO로 설정하면 재학생들의 수강 신청도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학적팀 박혜진 팀장은 “편입생들의 민원이 계속 있었고 원인 상황에 대해서는 여러 부서가 관련돼 있어 유관 부서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강의 수요조사를 원하는 이화인
수강 신청에 지친 학생들은 학교 차원의 더욱 본질적인 해결책을 바라고 있다. 정규학기 강의 수요조사를 학교 본부에서 실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TO를 설정하는 데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현재 계절학기 강의 수요조사는 교무처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정규학기는 학과 자율로 맡겨져 있다. 학과 차원의 정규학기 전공강의 수요조사를 하는 단대는 사회대뿐이다. 전공강의 TO 문제가 심각한 경영대나 조예대는 강의 수요조사를 하지 않는다. 수업지원팀에 따르면 수요조사를 해도 특정 분반에 수강 신청 인원이 편중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측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요조사의 시기가 적절해야 한다. 하지만 강의계획안 게시와 수강 신청 기간 이전에 적절한 시기를 선정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러나 학생들은 강의 수요조사 시행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연화(중문·15)씨는 “수요조사를 통해 충분한 분반이 개설되면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기에 훨씬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수업지원팀과 학적팀은 수강 신청 시스템 개편을 위한 논의 단계에 있다. 수강 신청 외에도 교과과정 등 더욱 큰 틀의 논의가 이루어지는 중이다. 융기 과목의 경우 필수교양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담당 단대인 호크마대도 논의에 함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