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임용고시 지원 사업, 허덕이는 수험생들
부족한 임용고시 지원 사업, 허덕이는 수험생들
  • 곽태은 기자, 양예지 기자
  • 승인 2019.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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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룸 대여, 연 200만원 인터넷 강의 비용 등 경제적 부담 커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그래픽=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우리 학교 임용고시 합격생 수가 많은 것은 기적이다.”

사범대학(사범대) 학생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본교는 작년 역대 최다로 324명의 임용고시 합격자 수를 배출했다. 서울, 경기, 인천, 충북 등의 지역에서는 부문별 수석과 차석을 차지했다. 사범대는 지금까지 4차례(1998, 2004, 2010, 2015)에 걸쳐 실시된 국내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ㄱ(사교·14년졸)씨는 “학교 측의 임용고시 지원은 미흡하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열심히 해서 나온 결과”라고 말한다. 임용고시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현재 사범대는 단대 자체 예산으로 130석 규모의 임용 고시실 운영, 공간대여, 물품 및 환경개선 등 임용고시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학과별로 진행하는 특강 개최 비용도 일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인터넷 강의(인강)비 부담 경감, 2차 시험 대비 공간 대여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비싼 강의료에 인강 불법 공유

한 유명 임용고시 인강 사이트의 역사 교과 임용 연간 커리큘럼에 따르면 1~2월 기본이론 강의는 약 55만원, 3~8월 기출문제 강의는 약 144만원, 9~11월 파이널 강의는 약 90만원이다. 현장에서 듣는 강의료도 동일하다.

변지영(역교·16)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데 1년 동안 드는 기본 인강비가 200만원이 넘는다”며 “학생 개인이 지불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비싼 인강비 때문에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강 아이디를 공유하는 일은 이미 만연하게 행해지고 있다. “임용 강의 같이 들으실 분 구합니다. 요일 정해서 겹치지 않게 나눠 들어요.” 임용고시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글이다. 그러나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에 따르면 인강 아이디 공유는 불법이다. 변씨는 “다른 학교는 사이트와 제휴해서 인강비를 할인해주기도 한다”며 “학생들은 학교 측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 임용고시 인강 사이트 관계자는 “작년 이화여대 학생들로부터 제휴 관련 문의가 7~8건 정도 들어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1년 동안 몇백만원을 호가하는 인강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사범대 학생 ㄴ씨는 “학교 커리큘럼만으로 임용 준비를 하기는 힘들다”며 “교직과목은 수업에서 전부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일부 전공 수업은 교수님이 자주 바뀌어 일관된 체계가 없다 보니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는 “임용고시 교육학 논술에 가장 도움이 되는 학교 교직 과목을 추천해달라”는 글이 기재되자 “학교 수업은 팀플, 과제, 시험 등으로 진도를 거의 못 나가 도움이 안 된다”며 “학원 1년 커리큘럼 따라가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2주간의 2차 시험 준비 기간, “칠판 있는 강의실 빌리기 힘들어”

임용고시는 1차 필기시험과 2차 수업능력 평가(수업실연) 등의 실기시험으로 이뤄진다. 1차 합격생들은 약 2주 동안 직접 교사가 된 것처럼 2차 수업실연을 준비한다.

“2차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수용정원 때문에 유레카 공간 대여 승인이 나지 않았어요. 답답한 마음에 인원수를 뻥튀기해서 공간대여를 신청할까 생각도 했죠.”

ㄱ씨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겪은 고충을 회상했다. 당시 모든 고시생이 수업실연 준비를 하느라 대여 가능한 강의실이 부족했다. 그나마 빌릴 수 있었던 강의실도 최소 수용 인원 기준 미달로 공간 대여 승인을 받지 못했다.

ECC 공간 대여를 담당하는 수업지원팀에 따르면 대관은 강의실 수용 인원 1/8 이상의 학생이 신청해야 가능하다. 보통 수업실연 대비를 위해 구성된 스터디는 3~4명으로 구성돼 있어, 40명 규모의 대형 강의실은 대여 신청이 불가능하다.

학생 자치활동을 위한 공간 대여 시간은 3교시(4시간 30분)가 최대다. ㄱ씨는 “공간 대여 신청 승인이 나도 충분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없었다”며 “6명이 3시간 동안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부족한 대여시간 탓에 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시험을 준비한다. 한 시간에 1500원인 학교 앞 스터디룸을 빌려 하루에 여섯 시간을 준비하면 일주일 동안 6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반면, 홍익대학교의 경우에는 매 학기 60명의 고시반 인원을 뽑아 1인당 최대 200만원의 인강비와 도서비를 지원한다. 2차 수업실연 준비 기간에는 조교들이 미리 수업을 연습할 공간을 확보한다. 고려대학교의 경우도 2차 수업실연 기간에 맞춰 학생들에게 미리 공간 대여 신청을 받는다. 1차 합격생을 대상으로 교수님과 현직 강사에게 피드백을 받는 수업실연 클리닉을 공식적으로 신청 받고 있다.

 

△학생들의 꾸준한 요구, 학교의 입장은

작년 9월 졸업생들은 인재개발원 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임용고시 준비생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임용고시 지원 사업은 인재개발원 담당이 아닌 사범대의 권한이라는 게 인재개발원의 입장이다.

조일현 인재개발원 원장은 “배가 아프면 내과에 가야 하는 것처럼 그 일을 가장 전문적으로 잘할 수 있는 단과대학(단대)이 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조 원장은 “공인회계사시험(CPA), 교육 행정고시의 경우 전공과 무관하게 시험을 응시할 수 있어 예산을 지원하지만, 임용고시는 사범대생만 치를 수 있다”며 인재개발원이 임용고시 지원 사업을 전개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날 가능성도 제기했다.

임용고시 지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래영 사범대 부학장은 인강 비용과 관련해 “한정된 자원으로 학생 개인에게 인강비를 지원해주는 것은 무리”라며 “인강 사이트와 제휴하는 방법은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비어있는 사범대 공간에 한해 서면으로 대여 신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학장은 “학생회와도 상의해 학생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