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김혜숙입니다.

신입생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전 세계 23만 이화 동문을 포함한 이화 공동체의 일원이 되셨습니다. 각고의 노력과 인내를 쏟아붓고 어려운 입시 관문을 통과하여 오늘 이 자리에 선 3378명, 여러분들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학생들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다하여 헌신하시고 뜻깊은 시작을 함께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학부모님들께도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바쁘신 중에도 입학식에 참여하여 자리를 빛내주시는 이화학당 장명수 이사장님, 교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이화의 모든 교직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1886년 한국 최초의 근대식 여성 교육기관 이화학당으로 시작한 이화는 133년의 세월 동안 최초와 최고의 역사를 써 내려가며 이 땅의 여성들에게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한국 최초의 종합대학 인가, 세계 최초의 여성 공과대학 설립, 국내 대학 최초의 다국적 기업 RND 센터 유치 외에도 수많은 최초의 역사를 이화는 가지고 있습니다. 각종 평가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거두었고 국내외 많은 분야에서 이화 졸업생들이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첨단 IT 기술과 스마트 진료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미래지향적 글로벌 스마트 병원인 이대서울병원이 지난 2월 7일 개원했습니다. 글로벌 과학 연구를 선도하는 연구센터들의 거점기지인 연구협력관 완공을 또한 올해 상반기에 앞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화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세계 최고의 여자대학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화는 온 학교가 여학생들의 삶의 형상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면서 역량을 이끌어내는 곳입니다. 여학생들이 이렇게 인적, 물적으로 넓은 맥락 안에서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이런 대학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화만큼 여성 롤모델을 많이 경험할 수 있는 곳도 없으며, 여성들끼리 서로 격려하면서 서로의 발전을 위해 돕는 곳도 없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이화인들이 서로 만날 때면 단지 이곳 캠퍼스에 잠시 머물렀었다는 그 경험만으로 일체가 됩니다. 자랑스러운 이화인이 되신 여러분,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의 삶에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되는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오늘 저는 여러분들에게 삶의 변화를 가져오고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핵심 역량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자긍심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식입니다. 여기에 앉아 있는 여러분들 대부분이 2000년에 태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인터넷이 있었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입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듭니다. 우리 교수님 중에는 초등시절에 온 마을에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던 경험을, 기억을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십니다. 저도 새해가 되면 새 수첩에 지인의 전화번호를 옮겨 적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이제 핸드폰은 전화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그 무엇이 되었습니다. 사진기이기도 하고, 컴퓨터이기도 하고, 전화기이기도 하고, 만보기이기도 하고, 녹음기이기도 하고, TV, 라디오이기도 하고 심지어 손전등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라 이름하기 어려운 것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 핸드폰이 없는 삶을 우리는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대학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이처럼 매우 다양할 것입니다. 조금 전 말씀 드린 그런 아날로그 교수님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에 엄청나게 통달해 있는 그런 사람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는 속에서 여러분은 처음에는 외롭고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워서 익숙한 장소나 자신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것입니다. 옆에 친구들을 보면, 혹은 선배들을 보면, 혹은 밝고 행복해 보이는 캠퍼스를 보면. 봄이 되면 우리 캠퍼스는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움 때문에, 여러분들 중에는 굉장히 많은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매우 스마트해 보이는 교수님들을 보면 왠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유리멘탈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이렇게 기술이 발전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우리는 행복하지 않고 자꾸 자신감이 없어집니다. 나만 빼고 모두 다 행복해 보이고 잘난 사람들 같아 보입니다. 우리 사회는 자아가 외출해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끊임없이 바깥의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기를 재단하는데 매우 익숙한 문화입니다. 여러분도 어릴 때부터 그런 경쟁 속에서 살아왔고 지금 이 자리에 섰을 것입니다. 자아는 외출해서 저 멀리서 다른 사람들이 내 가격을 어떻게 매기고 있는지를 떨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리멘탈은 자아가 외출해서 텅 빈 나의 멘탈, 그래서 쉽게 부서지는 멘탈을 가리키는 말일 것입니다. 이제까지 여러분들은 부모님 혹은 요즘 말로 쓰앵님이 내게 기대하는 바에 따라 살아보려고 노력해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홀로서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어미 새에 밀려 절벽으로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새끼 새는 죽을힘을 다해 위태롭게 퍼덕이다 어느 순간 날아오릅니다. 스스로 날기 전까지는 그리고 그 죽을 것만 같은 공포심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자기도 자기에게 그렇게 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입니다. 새끼 새는 처음에는 여기저기 부딪힐 수도 있고, 어설프게 날것이지만, 곧 나는 법을 익혀 멀리 비상할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외출에서 돌아와 여러분에게 얼마나 많은 능력과 재능이 있는지 발견해야 합니다. 얼마 전, 저는 괴산에서 동계훈련을 받는 학군단원들을 격려차 방문하였습니다. 얼굴에 얼룩무늬 위장을 하고 씩씩하게 나를 반기는 우리 학생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한 학생은 20발 중 열넷, 열다섯 발만 맞추면 잘 맞추는 것이라는 사격에서 20발 중에 20, 40발 중 40발을 맞춰서 그곳 남녀 학군단생 사이에서 유명해졌을 뿐만 아니라, 사령관님께서도 제게 엄청나게 이화여대 학군단원들에 대한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110개 학군단 중에서 이화학군단은 남녀 통틀어서 10위 안에 듭니다. 해보지 않았던 군사 훈련을 특수훈련, 낙하산 훈련까지 하면서 자신감을 얻어가는 우리 학생들을 보면서 스스로 부딪히며 깨달아가는 자기의 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못할 것이 없는 여러분입니다. 인간은 의외로 강합니다. 여자들이 못 넘을 것이라 여겨지던 벽들이 많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아직 여성들 앞에 놓인 장애가 많을지 모르지만, 가장 큰 장애는 결국 자기 마음 안에 있는 것입니다. 이화는 아기 새를 절벽으로 떨어뜨리는 어미 새의 마음으로 여러분들을 교육할 것입니다.

여러분, 자신을 믿고 여러분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옆에 사람과 손을 잡고 이화에서 힘찬 날갯짓을 해보기 바랍니다. 자긍심이란 자신을 믿고 자신의 존재를 긍정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 선배, 교수님, 직원 선생님들을 만나 이제 날갯짓을 시작해보기를 바랍니다. 이화는 앞으로 여러분들에게 많은 도전과 실현의 장을 제공할 것입니다. 도전 학기제와 같은 것을 통해서 현장 체험, 창업, 특허출원 등 다양한 활동을 경험해보십시오. 또한 국내 유일의 미국 하버드대학과의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서 여러분들의 경험의 폭을 넓혀 가십시오. 세계로 향해 나아가십시오. 국내외 봉사활동을 통해 이화의 정신과 사회적 가치의 확산을 경험해보기 바랍니다.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만들어가면서 자신이 누구이고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가기 바랍니다.

여성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매우 강한 자의식을 요구합니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여성으로 스스로 살아가는 일을 불편하게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가치나 문화, 제도와 같은 무형의 것뿐만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위험하고 노골적인 장애 요인들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을 너무 얕봐서도 안 되지만,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화에는 이런 사회를 살아내는 많은 지혜가 축적되어있습니다. 언제든 도움을 받을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남이 안 해본 것을 실험해보고, 도전해 보는 일이 이화 DNA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은 이화라는 큰 산이 뒷배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생활이란 일종의 ‘buffer zone(완충 지대)’ 입니다. 여기에서는 조금 실수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으며, 우스꽝스럽게 보여도 아직 창피하지 않습니다. 실수는 한 번하고 안 하면 되는 것이고, 실패는 딛고 다시 일어면 되는 것이고, 성적이 안 좋으면 공부해서 좀 더 올리면 되는 것입니다. 안 되는 일은 없는 것입니다. 정 안되면 여러분들 욕망의 수준을 낮추면 됩니다. 망가져도 아직은 대학 안에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안전한 것입니다. 이런 투지와 이런 경험들은 결국 여러분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엄청난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여러분이 경험한 것들은 온전히 여러분의 것으로 남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말기 바랍니다.

우리 인류는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사고와 이해, 분석 방법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AI의 발전은 공상과학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듭니다. 정보의 양은 이미 임계점을 넘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기술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드는데 인문적 사고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뒤집어보고, 헤집어보고, 넓게 보고, 깊게 보아 요모조모로 생각하고 사고를 발전시켜 우리 앞에 주어져 있는 무한대적 정보를 주체적으로 사용하고 가공해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로봇이 일을 다 해주는 사회 안에서 인간은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이런 문제들이 심각하게 고민이 되는 사회가 여러분들 생애 안에 도래할 것입니다. 많은 기업인이 미래형 인재 역할로 인문·예술 역량을 꼽습니다. 산업간 및 시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초연결 시대에는 인문적 사유를 통해 창의적 시각을 디지털 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역량이 가장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인문사회, 예술, 자연과학, 공학 등 모든 학문 분야를 포함하고 있는 이화는 여러분들이 이러한 융·복합적 창의적 사고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최적의 기반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러한 다양하고 탄탄한 학문 기초 위에 여러분의 창의성과 도전성을 더하여 새로운 지식을 개척해 나가고, 멋진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가십시오.

이화는 여러분이 전공을 넘어 타 영역과의 창의적 융합을 준비하고 훈련받을 수 있도록 학사제도를 유연화했습니다. 자유전공학부 및 뇌인지과학 전공과, 신산업융합대학을 포함하여 문·이과의 경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다 학제적 전공을 갖추었습니다. 또한 입학 시,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학문 분야를 탐색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개방형 트랙과 같은 유연한 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 나만의 융·복합 지식을 축적해 나가기 바랍니다. 이화는 여러분의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 주저하지 마십시오. 저를 비롯한 이화의 모든 구성원은 여러분이 꿈을 실현하고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서 지원할 것입니다. 한국 여성 지도자의 산실에서 세계 여성 지성의 요람으로 성장한 이화가, 세계 여성들의 자부심이 되어 새로운 도약을 하고 있습니다. 이화가 써나가는 세계 여성 교육의 새로운 역사의 중심에 바로 여러분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화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도전을 통해 미래를 개척하는 여성 지성의 중심에 서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참석하신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축복이 늘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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