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간 연계성·캠퍼스 무게중심 살려야

“처음 학교에 왔을 때 길 잃어 버리는 줄 알았어요” 우리 학교에 갓 입학한 학생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길 찾기’다.

그러나 이는 새내기만 겪는 어려움은 아니다.

고학년들도 건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어도 선뜻 설명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박윤희(사생·2)씨는 “작년 초 새내기 시절 중강당 가는 길을 한 이화인에게 물어본 일이 있었다.

그 사람은 학생 수첩에 있는 지도까지 펼쳐 보이며 자세히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나도 학교 안에서 누군가 길을 물으면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기성 없는 건물 배치와 복잡한 도로 형태는 우리 학교의 고질적인 문제다.

▷미로처럼 복잡한 도로 우리 학교 도로는 외부인이 왔을 때 길을 잃기 쉬운 미로형 구조다.

게다가 건물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고 각 건물 사이에는 샛길이 있어 이동시 많은 학생들이 혼란을 겪는다.

이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간표를 짤 때 ‘강의실 사이 동선’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

2∼4학년 학생들은 포관 4층에 있는 문을 통해 종과로 가거나 중앙도서관 5층 자유 열람실을 지나 기숙사로 가는 등 각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를 이용해 이동 시간을 단축시킨다.

그러나 새내기들은 아직 학교 지리에 익숙치 못해 건물 이동시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캠퍼스에서 먼 무게중심 캠퍼스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학내 모든 길이 운동장을 중심으로 모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캠퍼스의 무게 중심이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장 주변 체대·조예대 등의 건물들에서는 해당 단대의 전공 수업만 진행돼 다른 단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재 실질적인 캠퍼스의 무게 중심은 학관·생활관·포관 등이 있는 캠퍼스 외곽 지역이다.

이 곳은 인문대·사회대 등의 전공 수업은 물론 대부분의 교양 수업들도 진행하고 있어 유동 인구가 가장 많다.

동시에 생협·은행을 비롯한 다양한 학생 복지 시설이 모여 있는 학생문화관까지 위치해 있어 학내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교류 공간 부족 각 건물들 간 유기성이 떨어져 교류 공간이 부족한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건물 안에서 진행하는 활동은 공개적이지 못해 건물 안과 밖에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 불가능하다.

이는 건물 내부에서 이뤄지는 활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 부족으로 이어진다.

또 건물 자체가 제각기 독립돼 있어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학생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기 힘들다.

많은 이화인들은 도로는 단지 통행하는 곳으로, 녹지는 사색의 공간이나 대화의 장소로만 인식한다.

또 학생 활동의 부족은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학교는 수업만 듣는 곳’이란 생각을 각인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수업이 없는 밤이나 토·일요일에는 캠퍼스 공동화 현상이 나타난다.

학교측은 작년 3월부터 학내 건물 간 효율성과 연계성을 증진시키고자‘머물고 싶은 학교’를 키워드로 선정, 운동장 개발을 시작했다.

김광수 교수(건축학 전공)는 “건물 증축 등의 개발보다는 기존에 있던 공간을 재배치해 공간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마스터 플랜에 따르면 현재 학생문화관과 생활관에 흩어져 있는 학생 복지 시설들을 ECC로 옮기고 길과 광장을 혼합한 공간을 계획하고 있다.

그 계획을 완성하면 건물 간 유기성을 확보해 학생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또 대학이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끄는 진정한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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