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를 마무리하며

과학과 예술이 만났을 때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위 질문의 답을 얻고 싶었다. 예술과 과학에 능통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시카고 SAIC(School Art Institute of Chicago), 뉴욕 SVA(School of Visual Art), 보스턴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세 학교를 방문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3주간의 취재를 마치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국내 상황을 살폈다.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등 다양한 학교에서 시행되는 융합의 여러 양상을 봤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이뤄지는 융합의 시도를 보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외국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서울대 통합창의디자인과 정의철 주임 교수는 국내의 융합 교육이 외국 우수 사례를 표면적으로 따라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로봇을 만드는 협업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보자.

디자인을 전공하던 학생은 로봇의 하드웨어 디자인, 공과대학 학생은 로봇 프로그래밍을 주로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융합이 아니다. 그는 “전문 분야 계발도 중요하지만, 협업 프로젝트 시 분야가 다른 학생들과 생각을 섞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그다음, ‘융합 교육’의 목표가 ‘융합’ 자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분야 간 협업은 학문적인 성취, 기술 개발, 이를 통한 사회적 비용 절감 혹은 개인의 예술적 성취 등 다양한 목표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외국에 이런 흐름이 있으니 우리나라도 비슷하게 해보자는 식의 융합 교육은 결국 오래 가지 않아 힘을 잃는다. 융합 교육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학 기관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학교의 역할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며 대학에 온 것인가. 한국의 교육·입시 시스템을 알면서 이 질문에 그럴듯한 대답을 바라는 것은 역설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이곳에 왔든 대학 밖이 아닌 대학 안에서 같은 시기를 보내기로 했다면, 혹은 대학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다음 학기, 그다음 학기 계속 대학에 남아있기로 했다면, 이곳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표현해야 한다.

3주간의 해외취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이제는 대학이 보여줄 가능성을 함께 재고할 때다. 우리는 어떤 기대를 하고 다른 선택지가 아닌 ‘대학 교육’을 선택했나. 대학 교육 안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고, 더 나은 교육을 받고자 한다면 학생들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고 이를 요구하며 크게는 대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해외 여러 대학을 보며 다른 무엇보다, 학생과 학교가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선명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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