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취재] 예술, 그 너머를 보는 사람
[해외취재] 예술, 그 너머를 보는 사람
  • 우아현 기자
  • 승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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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C ATS 학과 에두아르도 카츠(Eduardo Kac) 학과장
미국 SAIC(School of Art Institute Chicago)의 ATS(Art and Technology Studies) 학부 에두와르도 카츠(Eduardo Kac) 학과장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2000년, 자외선을 비추면 형광 초록색을 띄는 토끼, ‘알바(Alba)’가 등장했다. 초록색 빛을 내는 이 기이한 토끼는 한 과학자의 실수 혹은 유전자의 자연적 변형으로 탄생한 돌연변이가 아니다. 예술가의 예술작품이다. 작업 발표 당시 예술의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며 예술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GFP 토끼(GFP Bunny)알바, 이를 만든 바이오 아트의 세계적 권위자 에두아르도 카츠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저는 1982년도부터 기술을 활용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시를 전공했고요.” 카츠 교수의 전공은 공연 예술 및 시 분야였다. 그는 돌연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해 작업을 시작했다. 미래에는 디지털이 미디어 혹은 도구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활용해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덧붙여 ‘컴퓨터 앞에서 희곡을 쓰는 셰익스피어’ 보다 디지털을 이용해 ‘전혀 새로운 종류의 시’를 만드는 모습을 상상했고요.”

시간이 흘러, 언어에서 시작한 그의 관심은 기술 및 생명 공학 분야로 이어졌다. 그렇게 탄생한 작업에는 1986년 발표한 최초의 ‘텔레프레즌스(telepresence)’ 작업, 1989년에 원격 제어 로봇을 이용한 ‘오니토린코(Ornitorrinco)’ 프로젝트 그리고 1997년에는 세계 최초로 TV와 인터넷과 연결된 마이크로칩을 교수의 왼발에 이식한 작품, ‘타임캡슐(Time Capsule)’등이 있다.

“관심사는 하룻밤 사이에 바뀌지 않습니다. 저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지만, 어떤 것에 대한 관심이 다른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매우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해요.”

충격적인 작품으로 놀라움과 논란 사이를 오가던 카츠 교수는 바이오 아트 작업 비중을 점차 늘려갔다. 바이오 아트는 유전자 및 생물학을 활용한 예술작업을 통칭한다. 이를 이용한 그의 대표작으로는 해파리에서 녹색 형광 단백질을 추출해 GFP유전자를 이식한 형광 토끼 ‘알바’ 프로젝트, 페튜니아 꽃에 본인의 유전자를 넣은 ‘에듀니아(Edunia)’ 프로젝트 등이 있다. 명실상부 바이오 아트 분야의 개척자인 그는 이제 가상현실, 우주 정거장과의 협업 프로젝트 등 또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카츠는 작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의 토끼 알바가 ‘형광색 토끼’라는 점에 이목이 쏠리고, 그의 유전자가 섞인 꽃 ‘에듀니아’를 하나의 ‘윤리적 논란 거리’로 보는 사람이 많다. 첨단 기술을 화용하는 작가의 특성 상, 작품의 매체적인 특성에 작가의 의도가 가려지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담담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것은 항상 일어나는 일입니다. 여기, 피카소의 일화를 예시로 들 수 있겠네요.”

피카소는 생전에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의 초상화를 그렸다. 초상화를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그 초상화가 모델을 닮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피카소는 “거트루드가 이 초상화를 닮게 될 것(It will)” 이라고 짧게 답했다. 실제로 위 작품은 당대 동시대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큐비즘을 예고하는 작품이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집중합니다. 당연한 일이에요. 다만 예술가는 그 너머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감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다른 많은 사람들과 이를 공유할 때, 그 상상이 곧 현실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작업의 매체 자체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것 역시 하나의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가 학과장으로 있는 SAIC의 ATS 학부 수업 역시 ‘기술’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학생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우선됐다. 이는 분야를 넘나드는 카츠 교수의 작업방식과 닮았다.

“ATS 학부는 주로 ‘기술’에 대해 배우는 것 외에, 다른 학부와 두드러지게 다른 부분은 없습니다. 연필도 17세기에 발명됐을 무렵에는 대단한 기술이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흔히 생각하는 ‘기술’의 개념을 다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ATS 학부 학생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개념에 적합한 형식이 ‘네온 아트’인 학생, ‘프로그래밍 예술’인 학생 등이 모이는 학부입니다. ATS는 학생이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대화를 마무리하기 전, 그에게 예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예술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예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분야 간 경계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지금 현대미술의 흐름이 그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