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의 1년
출판사에서의 1년
  • 강채원(영문·18년졸)
  • 승인 201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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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해외 저작권부 사원

나는 민음사 해외 저작권부에 근무한 지 1년이 되어가는 사원이다. 2017년 11월에 이화에서 진행됐던 ‘82년생 김지영’ 작가와 편집자와의 만남에 친구들과 가봤다가 출판사 근무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생겨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사지원서를 제출해봤다. 그런데 면접 연락을 받게 됐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겨울의 문턱에 걸쳐 있는 지금, 입사 지원했을 때 코끝으로 느꼈던 서늘한 공기를 다시금 느끼고 있다

저작권부는 해외 도서 수입과 국내 도서 수출을 전담하는 부서로,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진 않다. 도서 계약 준비부터 출간 후 계약 종료까지의 전 과정을 관리하기 때문에 세부 업무는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리고 우리 부서는 민음사의 임프린트인 민음사, 민음인, 판미동, 황금가지, 사이언스북스, 반비, 세미콜론의 모든 책을 관리하기 때문에 업무 범위가 굉장히 넓다. 또한 대다수의 회사와 마찬가지로, 우리 부서도 광범위한 관리 범위와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4명이라는 부족한 인원으로 구성돼있다. 이사님 말씀대로 4명 모두 할딱거리며 일을 하는 상황이고, 대부분의 사람이 출판계 하면 떠올리는 불투명한 미래 안정성을 우리도 역시 항상 우려하고 있다. 그렇지만, 입사 지원을 후회한 적은 없다. 우연히 들어오게 된 직장이지만, 이 또한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필연의 길이다.

올해 내 기억에 남는 일은 단연 ‘82년생 김지영’(이하 김지영)의 수출이다. 이전까지 한국 도서 수출은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었는데, 김지영 수출을 준비하면서 수출 세트업을 새로 쌓았을 정도다. 각국의 편집자들은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책에 대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감상을 담아 장문의 편지를 보내왔다. 이 책은 김지영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전 세계 여성 모두의 목소리이며, 차별과 부조리에 저항하는 세계 곳곳의 움직임에 힘이 될 것이라는 말을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열기로 이야기했다. 편집자들의 글, 관련 부서 20명가량의 글을 읽으며 여러 종류의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다. 여성에 대해, 글의 힘에 대해, 운집력에 대해, 출판사에 대해, 우리나라에 대해, 그리고 나의 미래에 대해 별별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글을 읽으며 기뻐하시는 작가님의 메일을 읽으며 나도 가슴 한 켠이 따뜻했다.

연장 근무는 거의 일상이고, 집에서 일할 때도 잦지만, 책을 다루면서 배우는 바는 넓고 깊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느낀 바를 통해 삶의 방향성이나 자아 정체성을 찾았다거나 앞으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솔직히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인간다운 인간이 되기 위해 배워야 할 점이 많다는 걸 직장에서 깨달을 수 있다는 건 좋은 현상인 것 같다. 마치 내가 이화에서 생활하며 항상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 것처럼. 순식간에 입사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서툴고 모르는 것투성인 것 같다. 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며 성숙한 인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