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축! 이대 앞 미용 특화 거리 명명식 beauty festival ’ 요즘 이대역에서 학교 정문을 향해 걷다보면 이렇게 쓰인 현수막이 힘차게 펄럭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용 특화 거리란 미장원 130여개가 밀집해 있는 이대 앞을 미용의 거리로 지정하고 새로운 문화 공간을 창출하고자 진행되는 지역 사업이다.

이 사업은 ‘이대 앞 거리를 첨단 미용 기술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미용업자들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서대문구의 명목이 딱 맞아 떨어져 합작품이다.

대한미용사회 서대문지회 이남수 사무국장은 “학생들이 우려하는 바와 달리 미용 특화 거리로 인해 교육 환경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간판 정리·노점상 및 호객 행위하는 사람들 단속을 강화해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거리로 재탄생 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화인들은 무엇보다 사람들의 머릿 속에 ‘이대 앞=미용의 거리’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진다.

곽민지(공학·1)씨는 “학교 앞 분위기가 더 소비적이고 상업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 부정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차라리 서점을 늘리거나 학문 공간을 확장하는 등의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ㅇ(인외문·1)씨는 “안그래도 좁은 길에 차는 많고 사람은 북적거리는데 특화 거리로까지 지정되면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문화 사업의 일환이라면 대학과 어울리는 다른 사업들도 많이 있는데 왜 하필 미용 특화 거리냐”고 불쾌해 했다.

또 이화인들은 ‘이대 앞’임을 내세워 미용 특화 거리를 홍보하는 것이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 있음을 우려한다.

김나리(기독·2)씨는 “이대 앞에 미용실이 많다는 것은 암묵적으로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지정해 버리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며 “학교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번 명명식의 공식 명칭에 대해 서대문구청 공중위생과 이효춘 팀장은 “사람들이 ‘대현동 미용 특화거리’라고 하면 잘 모르기 때문에 홍보 차원에서 ‘이대 앞’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화 거리 지정에 대해 학교측 및 총학생회·각 단대학생회·중앙운영위원회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

학교측은 “우리도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황스러워 정확히 논의된 바는 없지만 앞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개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정유성 동아리연합회 공동대표는 “이화인들에게 민감한 사안이므로 지속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며 “앞으로 논의를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거창하게 ‘교육 환경을 수호하자’라고 씌여진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가 구호를 외치지는 못하더라도 ‘이대 앞은 내가 생활하는 내 공간’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우리의 환경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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