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프로배구 시즌이 개막했다. 이번 시즌부터 여자배구는 기존 평일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로 경기 시간을 변경한다. 가장 많은 관중을 끌어모으는, 일명 ‘프라임타임’에 경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여자배구는 남자배구와 같은 시간에 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선수에게 쏟아지는 질문은 꽤 한결같다. 바로 남자배구와 견줄만한 경쟁력. 여자배구가 구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우리나라에 선사한 종목임을 되짚는다면 다소 씁쓸한 질문이다. 1990년대 겨울스포츠로 절정의 인기를 누린 시기와 비교하면 여자배구가 2000년대 들어 흥행 면에서 침체를 겪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10년은 여자배구가 다시금 발전하는 시기였다. 여자배구는 프로 출범 이래 지난 시즌 역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달성하고 많은 관중을 동원했다. 특히 올해 봄 경기 후반부의 평균 시청률은 남자프로야구에 비견할만했다. 국내 4대 스포츠 중 단 두 개뿐인 여자프로스포츠가 일군 빛나는 성과다.

이제 여자배구는 한국배구연맹이 남자배구를 중심으로 운영했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여자프로배구라는 새로운 리그를 구축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경쟁력에 대한 질문이 의뭉스러운 이유다. 사실상 여자프로스포츠가 체계화될 최적기임에도 여자배구는 유구한 자기 증명의 시험대에 올라선 듯 보인다.

일찍이 각 구단은 한국배구연맹에 여자배구의 경기 시간 변경을 수차례 요청했다. 여자배구를 향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지만, 경기장을 찾는 관중을 수용하기에 오후 5시 경기가 적합하지 못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김연경이라는 세계 정상급 선수와 국가대표팀이 세계 무대에서 거둔 유의미한 성적은 이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여러 우려점을 내비치며 결정을 유보했다. 관중 분산은 그중 하나다. 여자배구와 남자배구가 같은 시간 진행되면 경기장을 찾는 관중과 중계 시청률이 분산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 이번 시즌 남자배구의 1라운드 평균 관중은 지난 시즌 대비 12% 하락했다. 얼핏 한국배구연맹이 우려한 결과로 보일법하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여자배구의 완벽한 성공이다. 한국배구연맹에 따르면 이번 시즌 여자배구의 1라운드 경기에 평균 관중 약 2천4백 명이 모여 선수들을 만났다.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남자배구의 1라운드 평균 관중을 앞지른 기록이다. 이는 지난 시즌 대비 20% 증가한 수치기도 하다. 지난 22일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가 맞붙은 여자배구 개막전에는 약 5천5백 명의 구름 관중이 몰리기도 했다. 경기 시간이 저녁으로 늦춰져 이전에는 경기장을 찾기 힘들었던 직장인이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는 분석이다.

“여자가 운동한다고 하면 깡패나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하는 거로 생각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배구 동메달의 주역인 조혜정 전 배구선수의 인터뷰 일부다. 이로부터 약 40년이 지났지만, 여성과 스포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잔존한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국내 여성 스포츠 선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지탱할 기반이 단단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여자배구가 분리와 자생을 시도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갖는다. 이번 시즌 여자프로배구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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