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말 ‘당신’ 입니까?
당신은 정말 ‘당신’ 입니까?
  • 백지현(사학·18)
  • 승인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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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집을 나섬과 동시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 앱을 실행했다. 9월부터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이 앱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내 취향에 맞는 음악들을 선별해주기도 하고 기분과 상태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오늘은 조금 우울하길래 ‘우울할 때’라는 이름을 가진 DJ 스테이션을 틀어보았다. 과연. 잔잔하고 감성적인 노래가 들린다. 그리고 문득 들리는 대로 음악을 듣는 내가 수동적이고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울함마저 인공지능에게 맡겨 버리다니. 그러니까, 내가 좋아할 만한 노래도 알아서 추천해주고, 내 기분에 맞는 노래도 알아서 들려주는 요즘 시대에서 나는 얼마나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가 의문이 든 것이다.

오늘 느낀 점을 삶에 연결시켜 말하고 싶다. 살면서 온전히 나의 의지로 무언가를 선택하는 경우는 얼마나 있을까.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그의 책 지식의 고고학에서 “역사는 그를 조직화하고, 마름질하고, 분배하고, 질서를 지우고, 여러 수준으로 분배하고, 계열들을 수립하고, 관여적인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구분하고, 요소들에 지표를 부여하고, 통일성을 정의하고, 관계들을 기술한다”고 말했다. 푸코가 말하는 ‘그’는 ‘문서’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문서 대신 ‘인간’을 넣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인간은 주변의 맥락과 관계 속에서 자신을 규정하기 때문에 완벽한 ‘내 마음’이란 애초에 없다.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것마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실패로 최대의 성공을 거두고 싶어 한다. 성장할수록 시간은 더욱 빨리 간다.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는 편리한 기계들이 발명됐지만 어째서인지 시간에 더 쫓기는 삶을 산다. 나는 생산적인 삶이 의미 있는 삶이며 나의 삶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너무 당연하게 해왔다. 세상이 원하는 것이 나의 취향이 되고 목표가 된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께서 낡은 턴테이블을 집에 들여온 것은 내가 인공지능 음악 앱을 내려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나는 언제 들어도 좋아서 평생 듣고 싶은 앨범 LP를 모으기 시작했다. 우연이긴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아날로그 LP판을 모음으로써 나의 취향을 지켜간다는 것이 역설적이다. 아니, 사실 나의 취향이 정말 ‘나의 것’일지 의문이 든다. 일분일초 차트 순위가 바뀌고, 음악 취향도 알아서 맞춰 곡을 추천해주는 요즘 시대에 내가 스스로 선택해 듣게 된 음악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결국 LP판 수집을 통해 내가 실천하고 싶은 것은 ‘정말 나’에 대해-완벽하게 주체적으로 구성된 나란 존재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것이다. LP판을 수집하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처럼,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가 줄어드는 일상일수록 내가 생각하는 나다움을 잃지 않도록 자신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김예슬 선언에서 김예슬 작가가 말했듯이 우리는 상품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