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측 두차례 개선안 발표했지만, 학생들 본질 파악 못 한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며 비판

*한국음악과 소속이 아닌 재학생의 국악기로 연출한 사진입니다. 사진=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한국음악과 소속이 아닌 재학생의 국악기로 연출한 사진입니다. 사진=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음악대학 한국음악과 교수들의 폭언, 학과행사 및 공연 참석 강요 등 한국음악과 교수들의 권력 남용 문제가 제기됐다. 교수진 측은 간담회 후 논의된 입장을 공지했지만, 학생들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대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또한 지난 31일 마지막 간담회 이후 현재까지 상황 개선이 지지부진해 해당 문제에 관한 조속한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한국음악과 타임라인

한국음악과의 문제는 지난 11일 새벽, 한국음악과에 재학 중인 익명의 사용자가 커뮤니티 사이트에 과도한 연습과 교수들의 폭언에 관한 글을 올리며 처음 대두됐다. 이에 같은 날 한국음악과 공동대표와 학과장은 게시물과 관련해 1차 간담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날의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한국음악과 학생들은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대자보를 작성해 커뮤니티 사이트와 교내 건물 곳곳에 게시하며 공론화했고 지지성명을 받았다.

이후 지난 18일 오전11시 음악대학 리사이틀홀에서 대자보에 명시된 문제들을 다루는 2차 간담회가 진행됐다. 2차 간담회 이후 한국음악과 교수들은 1차 의견과 2차 의견을 각각 19일, 23일 발표했다. 2차 의견서는 정기 연주회, 필참연주관람, 학점 변경이 담긴 1차 의견의 내용을 구체화한 내용으로 음악캠프, 전공 실기 점수, 무대 진행, 위클리 수업 폐지, 필참연주관람 폐지 등에 관한 개선안이 담겨있다. 3차 간담회는 지난 29일 오후5시 음악대학 김영의홀에서 진행됐으며 재정 비리 논란이 불거지자 이틀 후 긴급 감사 간담회가 진행됐다.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조채린 조교

△ 한국음악과 논의사항

대자보에서 지적된 문제들은 ▲음악캠프 강제 참여 및 참가비 사용내역 미공개 ▲무리한 연습 혹은 연주 일정 ▲교수들의 도를 넘은 언어폭력이었다. 대자보 작성자는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내일의 우리가, 뒤이어 새로운 꿈을 안고 입학하게 될 우리의 후배들이 이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한국음악을 이끌어 나갈 학생들이 마음 놓고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이화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악캠프의 문제는 참석 강요와 참가비 사용 내역 미공개다. 음악 캠프는 2학기 정기연주회 공연의 첫 연습을 시작하는 학과 정기 행사로 과 학생 모두가 기간 동안 합숙하며 연습한다. 대자보에 따르면 한 교수는 음악 캠프의 하루를 결석할 때마다 다음 학기의 전공 실기 점수를 감점하겠다고 말했다. 작년과 올해 음악캠프에 참가한 ㄱ씨는 “교수가 음악캠프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은 자신과 직접 면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불이익이 따른다는 상황에 용기 있게 안 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ㄴ씨는 “기악반에게 음악캠프는 필수적이지만 이론, 작곡 학생들에게는 그렇지 않다”며 “유동적이고 효율적인 일정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수진 측은 음악캠프 운용 방안에 대해서 학생들과 논의해 캠프를 시행할 경우 교내에서 진행하고, 연습 시간을 축소하고 혹은 캠프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음악캠프 참가비는 약 30만원으로 ‘강촌 엘리시안’에서 4박 5일 합숙했다. 올해는 교내에서 진행해 6만원으로 참가비가 책정됐다. 학생들은 캠프에 참여하지 않아도 참가비를 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ㄱ씨는 “학교에서 진행해 작년보다 가격은 저렴해졌지만, 지방에 거주하는 친구들은 캠프를 위해 친구 집에 머물거나 사정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여 게스트 하우스를 빌리기도 했다”며 “캠프 비용이 부담스럽고 그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ㄴ씨는 “참여하지 않아도 참가비를 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참가비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수진 측은 올 해 음악캠프 참가비 사용 내역서를 3차 간담회에서 공개한다고 명시했지만, 현재까지 사용 내역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무리한 연습과 연주 일정에 관해서는 정규 시간 외 추가 연습에 부과하는 실기 점수와 정당한 공연 대가 지급 문제, 공연 관람 필참 문제 등이 지적됐다. 최초로 한국음악과의 문제를 커뮤니티 사이트에 제기한 글에 따르면 한국음악과 학생들은 2학기 대부분 시간을 정기 연주회에 할애한다. 특히 올해 정기 연주회는 2학기 교양 시험 기간 날짜와 겹치는 10월 26일에 진행돼 시험 직후 연주회에 참여한 학생들도 있었다.

한국음악과에는 8학기 내내 들어야 하는 전공 필수 수업인 ‘관현악’ 수업과 ‘한국음악 전공실기’ 수업이 있다. 8학기 동안의 필수 수업임에도 실제 받는 학점은 할애하는 시간보다 적어 관현악은 1학점, 한국음악 전공실기는 2학점이다. 관현악 수업의 경우 1, 2학년은 목요일 5~6교시, 3,4학년은 목요일 7~8교시에 진행되며 한국음악 전공실기는 교수와 시간을 정해 레슨을 받고 실기 시험으로 성적을 매긴다. 한국음악 전공실기를 듣는 4,5학기 재학생들은 번갈아가며 매주 목요일 3교시에 공연을 하게 되는데 이를 ‘위클리’라고 부른다. 이 공연에는 이수 학점이 부여되지 않지만, 공연을 하지 않는 학과 학생들도 모두 이 시간에 필수로 공연을 관람해야 한다. 위클리 공연과 더불어 한국음악과와 관련된 교내 공연 12회를 필수적으로 관람해야 하며 이는 실기 점수에 반영된다.

강의계획표상 수업 시간은 위와 같지만, 학과 공지에 따르면 학생들은 정기 연주회를 위해 매주 월요일 오후6시30분과 목요일 오후2시부터 개인 시간을 비워놓아야 한다. 이에 모든 학년은 대개 월요일 약 3시간, 목요일 약 8시간을 연습하는 일정을 소화한다. 정규 수업 시간 외 모든 추가 연습에도 출결 확인을 하며 이것 또한 모두 한국음악 전공 점수에 반영된다.

1학년은 일명 ‘세팅 도우미’라는 교내 공연 연주 도우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연습 전후로 더 많은 시간을 비워야 한다. 즉 한국음악과 학생들은 월요일 저녁과 목요일 대부분의 시간을 강제로 연습에 투자하고 있다. 교양 수업과 세팅 도우미 시간이 겹쳐 수업을 온전히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ㄱ씨는 “1학년 때 교양 수강 신청에 실패해 4교시 수업을 넣었는데 이 수업이 끝나고 연습을 하러 가면 세팅에 참여하지 못해 목요일마다 해당 수업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일찍 나왔다”고 전했다.

간담회 이후 교수진 측은 필참연주관람을 이번 학기부터 폐지하고 학점인정이 시행되기 전까지 위클리 공연을 잠정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위클리 폐지에 대한 학과 내 의견은 다양하다. ㄱ씨는 “위클리가 폐지돼 좋다”며 “이렇게 쉽게 폐지될 수 있던 것을 지금까지 왜 유지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ㄴ씨는 “위클리 자체는 음대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간에 맞는 학점을 부여해야 하고 완전히 폐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학생들이 제기한 불만 사항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교수들의 섣부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자보에서는 한국음악과 교수들의 도 넘은 언어폭력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한 교수는 “성폭력 같은 건 똑바로 허리를 곧추세우고 다니지 못하거나, 당당하게 다니지 못하는 애들에게나 노려져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른 강사는 “왼손잡이는 병X”이라며 비하 발언을 했다. 

언어폭력 실태가 대자보를 통해 밝혀지며 타 과 학생들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소민(커미·18)씨는 “강압적이고 구시대적인 모습으로 학생들을 억누르고 있어 학교 명성에 부끄러울 정도”라며 “교수들의 성차별적 발언과 학생들을 향한 인격적인 모독은 학생들을 병들게 하고 한국음악계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ㄷ씨는 “현재 공개된 이야기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다”며 “한 번은 레깅스를 입고 복도를 지나가는데 교수가 복장 지적하며 끼는 옷이 보기 안 좋다는 식의 말도 서슴지 않고 했다”고 밝혔다.

교수진 측은 입장문을 통해 부적절한 언행으로 학생들에게 상처를 준 강사에 대해 이번 학기부터 강사직을 해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들은 언어폭력이 강사 한 명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ㄷ씨는 “정작 잘못한 것은 교수들인데 단순히 강사 한 명만 자르고 넘어가려고 한다”며 “교수들도 자격이 없으며 이 결정은 권력 남용”이라고 말했다.

△한국음악과 간담회 후속 상황

대자보에서 제기된 문제 이외에도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간담회 날짜를 결정해 알렸다는 비판도 있었다. 2차 간담회가 열리는 시간에는 해당 주의 위클리가 예정돼 있었지만, 하루 전 갑작스레 연기 통보를 냈다. ㄱ씨는 “위클리가 중간고사 기간과 겹쳐 학생들이 오래전부터 이 공연을 위해 연습했는데 갑작스레 연기됐다”며 “적어도 그날 공연하는 학생들의 동의는 구하고 간담회를 진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취재를 위해 한국음악과 교수들에게 연락했지만 안현정(한국음악과) 교수와 김선옥(한국음악과) 전 학과장을 제외하고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안 교수는 “앞으로 과 내 소통 기구를 만들어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신뢰를 쌓겠다”고 말했다. 김 전 학과장은 “감사실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감사 중”이라며 “더이상 진전된 사항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현재 김 전 학과장은 10월 31일 한국음악과 학과장 직책에서 물러났다. 또한 감사실에서는 11월1일자로 학생인권침해 및 후원금, 재정 비리 사항으로 감사를 시작했다. 한국음악과 학생대표들은 7일~8일 학과 학생들에게 설문을 돌려 정기연주회와 음악캠프, 무대 세팅 진행 방향에 관해 의견을 모았다.

한편 10월 31일 진행된 마지막 간담회 이후 설문 조사 외 어떠한 내용도 학생들에게 전해지지 않아 이대로 상황이 종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ㄹ씨는 “상황이 흐지부지 끝나는 게 아닐까 두렵다”며 “아무런 징계 없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면 교수들의 횡포는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나영(사회·17)씨는 “너무 큰 용기를 내 준 한국음악과 학생들과, 이에 힘을 보태준 이화인들의 움직임이 헛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학생들이 간담회 진행 상황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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