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과(한음과)에서 무리한 연습 및 연주 일정, 교수들의 언어폭력, 음악캠프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학생들이 지난 17일 학관, 학문관 등에 부착된 대자보를 시작으로 관련 해결책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총 4차례 간담회와, 감사가 진행 중이며 지난달 말 한음과 학장은 자리를 내놓기도 했다.

예술계에서는 후배나 선배 간, 제자와 스승 간 권력 관계가 불평등하다. 이는 예술대학에서 문제에 대한 공론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반응이 공포와 불안이라는 점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문제를 고발한 한음과 학생들은 교수에게 개인지도를 받는 수업을 듣고 있어 개인이 특정될 경우 성적이나 취업에 혹시라도 불이익이 생길까 봐 걱정하는 중이다. 때문에 대자보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런 상황이 수년간 지속됐음에도 이제야 수면위로 떠오르게 됐다. 

한음과 한 학년 정원은 42명이다. 이론 반과 실기 반으로 갈라지면 함께 지내는 집단은 더욱 작아진다. 작은 집단 내에서 공론화는 누가 시작했는지, 누가 함께 했는지 예측하기 쉬워 학생들의 불안을 가중한다. 한음과에서는 전공 악기의 모습만으로 누구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실제 학보에 의견을 준 한 한음과 학생도 게재된 내용을 지우지 않으면 교수가 계속 의견 준 사람을 찾아다닐 것 같다며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음과 외에도 음악대학 미투(#MeToo) 사건 때나, 조형예술대학의 부족한 시설을 고발할 때 익명임에도 학생들은 자신이 특정돼 혹시라도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해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학생들이 항의하지 못하는 상황은 문제다. 이 문제는 사회에 나가서도 이어진다. 최근 문화·예술계에도 미투 사건이 있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온라인에서 실시한 ‘예술 분야 성폭력 실태 시범 조사’ 결과를 보면 성추행을 당해도 말을 하지 못한 사람들의 비율이 높았다. 그 이유로 가해자를 계속 만나야 하니까, 혹은 소용없을 것 같아서라는 답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대학은 사회와 다르게 불의에 맞서는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대학은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며 여러 교양 교육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사회의 악습이 대학 내에서 반복된다는 것은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당장 이 악순환의 고리를 완전히 끊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지금, 개선을 위해 목소리는 내는 학생들이 불안에 떨게 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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