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개념이 대두되면서 ‘융합형 인재’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게 됐다. 현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전공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인재, 나아가서 창조적인 융합을 이끌어내는 인재라는 것이다. 이는 융합 교육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됐다.

그렇다면 융합 교육이란 무엇일까. ‘융합’의 뜻은 서로 다른 분야가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새로운 특성을 가진 분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 단어가 교육적 방법론과 결부된 ‘융합 교육’은 두 개 이상의 학문 분야를 서로 연계하고 통합해서 그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말했듯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변했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도 융합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적으로 부각돼왔다. 

그러나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는 사회의 강력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대학가는 여전히 ‘융합 교육’의 흐름에 쉽사리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학내 융합 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단순하다. 대학 측이 융합교육에 대한 시도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측이 시도를 기피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대학 내에서 융합 교육의 개념 및 패러다임이 정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융합 교육이 이뤄진다면 어떤 범위 내에서 실현돼야 하는지, 개설된 수업은 어느 학과에 편입시켜야 하는지 등 실현 방안과 관련해서 명확하게 정의 내려진 바가 없다. 개념이나 패러다임이라는 기초 전제가 불분명하니 융합 교육이 이뤄졌을 때의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은 대학 입장에서 큰 위험 요소다.

둘째는 재정 문제다. 사실상 미국 등과 같은 선진국에서 융합 교육을 성공적으로 실현한 학과들의 사례가 가능했던 이유는 과감한 시도를 뒷받침해줬던 대학 내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다수 대학은 미국의 사례와 다르다. 한정적인 재정을 불투명한 융합 교육에 쏟는 것은 대학 입장으로서 시도하기 어려운 모험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융합 교육에 대한 시도를 이어나가야 한다. 융합 교육 시도로 인한 어려움이 무의미한 통증이 아닌 성장을 위한 성장통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교육 대안으로 떠오른 ‘융합 교육’은, 단순히 한시 한철의 유행이 아닌 앞으로 변화될 패러다임과 맞닿아있다. 전통적 교육방식만을 고수하는 대학이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변화를 기꺼이 끌어안은 대학과 점차 격차가 벌어질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당장은 아플지라도 우리나라 대학이 깨지고 부딪히면서 치열하게 융합 교육으로의 변화를 꾀해야 할 당위성은 여기 있다. 대학 내에서 융합 교육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를 했는지, 바르게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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