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단추는 의복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 때로는 옷을 여미는 데에, 때로는 옷을 장식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활용된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과거 단추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는 이런 대사가 등장한다. 주인공 남숙희(배우 김태리)는 주인공 히데코(배우 김민희)의 드레스 등에 달린 작고 많은 단추를 보면서 이런 독백 대사를 한다. ‘이 많은 단추들은 시녀들 좋으라고 달렸지.’

영화에서 지나가듯 나온 이 독백 대사로 단추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의복을 입는 당사자의 시선으로만 단추를 보았다면 의복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시선으로 보게 된 것이다.

영화 속 대사를 계기로 영화 속의 의복과 가까운 서양, 유럽 귀족의 의복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전시했던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라는 전시에 다녀왔다. 전시에서는 시대별로 단추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단추가 시대상을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단추는 당시 공급의 수월함이나 신분에 따라 철, 보석, 자개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부유한 계층일수록 희소하고 비싼 재료를 단추에 활용했다. 18세기 중세 유럽에서의 단추는 예의범절과 장식, 신분을 나타냈고 영화 <아가씨>에서처럼 사실상 장식의 역할을 하는 단추가 많았다. 오늘날 격식 있는 자리에 단추가 있는 양복 와이셔츠를 입는 문화에는 이러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있다. 또, 19세기에는 산업화와 도시화, 제국주의, 나폴레옹 시기를 거치면서 단추들은 군복과 같은 제복의 상징으로 집단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역할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규격화, 기계화된 산업화의 결과물이기도 했다. 20세기에는 단추가 대칭에서 벗어나 비대칭에 사선으로 배치됐고, 모양도 다양했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겪은 20세기 사회에서 실용성은 매우 중요했으므로 실용적인 단추가 많았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여성 의복 또한 신체를 드러내는 대신 실용적이고 단순한 방향으로 변화했는데, 이 과정에서 단추는 실루엣을 살리거나 옷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했고, 옷에서 개성과 예술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역할을 맡았다. 그 시대에 활동했던 디자이너 코코 샤넬, 엘자 스키아파렐리도 단추에 실용성을 부여하면서 예술가적 사상과 느낌을 담았다.

작은 사물을 통해서 이렇게 사회의 흐름, 역사적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사물에 대한 시선 전환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러한 시선 전환으로 과거의 많은 사람들이 예술, 학문 등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심히 사용하는 어떠한 물건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져왔는지, 변해왔는지 생각해본다면, 우리를 둘러싼 일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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