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에 대한 단상
교환학생에 대한 단상
  • 이세현(환경·15)
  • 승인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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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yang Technological Univercity 난양기술대학교

나는 지금 싱가포르의 NTU에 한 학기간 파견을 나와있다. 종강을 일주일 남겨두고 교환학생 생활을 뒤돌아보려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처음 싱가포르에 도착했던 순간은 참 설레면서도 새로운 친구들은 잘 사귈 수 있을지, 외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수업은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매일이 새로운 일들로 가득 차있던 교환학생 생활은 하루하루 가슴 뛰는 나날들의 연속이었고 행복했다.

그러던 중 최근 나는 심한 무기력증을 겪었다. 처음에는 수업을 한번 가지 않는 것으로 시작해 두 번, 세 번 빠지다가 결국 한달 동안 거의 모든 수업을 결석했다. 치열하게 살았던 이화에서의 삶과는 달리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은 채로 시험을 보러 가고, 형식만 맞춰서 과제를 제출하고, 새벽에 잠들어서 오후에 일어나는 삶을 반복하게 되었다. 이화에서 열심히 살던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증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던 찰나, 다른 학교 교환학생 언니와 얘기하게 될 일이 생겼다. 언니는 나에게 본인도 같은 증상을 겪은 적이 있다며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무기력증은 내가 생각했던 교환학생 생활과, 현재 삶의 괴리에서 오는 것이라며 내가 꿈꾸던 교환학생 생활은 어떤 것이었는지 물어봤다. 교환생활을 시작한 후 한번도 나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 없는 질문이라 너무 당황스러워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싱가포르에서 원 없이 놀다가는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노는 것에도 흥미가 없다고 대답하자 언니가 다른 질문을 던져주었다. “그럼 그냥 전공 공부가 재미없는 건 아니야?” 라는 질문에 일말의 고민 없이 “나는 내 전공 좋아.” 라고 대답했다. 이 질문을 듣고 답한 후에 나는 내가 꿈꾸던 교환학생 생활이 어떤 것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원했던 삶은 너무 치열해서 종강하고 나면 지쳐 쓰러지던 이화에서의 삶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전공 공부를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하는 것이지 공부를 손에서 놔버리고 수업을 하나도 안가는 삶이 아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다시 열심히 과제를 하고 싶은 마음, 미뤄뒀던 전공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 시험을 보기 전에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생활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시작하면서 무기력증에서 벗어나고자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와 깊은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교환학생을 오고 나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한국에서 생활할 때 보다 훨씬 많아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한번도 해보지 않은 주제로 얘기를 하면서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마냥 설레고 행복할 줄만 알았던 교환학생 생활 중에 심한 무기력증에 빠지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는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훗날 다시 한번 무기력증이 나를 잠식한다고 해도, 나와 대화했던 지금을 잊지 않고 이번보다 더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니 참 뿌듯하다. 왜 교환학생 경험이 삶의 좋은 자양분이 된다고들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