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대 흡연구역 살펴보니 주변 지나다니는 학생은 여전히 간접흡연해

본지(1567호 2018년 10월8일자)는 본교 캠퍼스 실외 지역에 흡연 및 금연구역이 설정돼 있지 않음을 지적하며 별도의 구역 마련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입장을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관리처 안전팀 관계자는 타 대학의 흡연부스 사례를 살피며 흡연부스의 문제점을 찾았고 그 대안으로 현재 흡연구역 지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본지는 서울 시내 주요 대학 10곳이 운영하는 흡연부스 및 구역을 살펴봤다. 그 결과 고려대, 서울대, 중앙대, 한양대는 흡연구역과 부스 모두 운영했으며 경희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국외대는 흡연구역만을 지정했다.

본지는 흡연부스 및 구역을 관찰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고려대, 중앙대, 서강대를 찾았다. 취재 결과 흡연부스 및 구역의 성공적 운영 여부는 위치와 관계가 있었다. 흡연부스가 캠퍼스의 각 건물과 인접할수록 학생들은 지정된 곳에서 흡연하는 것이다.       

10일 오후3시 경 흡연부스 운영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중앙대를 방문했다. 중앙대는 흡연부스를 가장 먼저 설치한 대학으로 부스 1대를 운영하고 있었다. 해당 부스는 2013년 비흡연자의 건강 보호 및 흡연자의 건전한 흡연문화 조성을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담배소비자협회가 중앙대에 무상 제공했다. 중앙대 흡연부스는 인문대, 사회과학대, 사범대, 교육대학원 수업이 열리는 서라벌 홀 입구와 약 3m 떨어진 곳에 있다. 오후3시30분~4시 경까지 약 30분간 관찰한 결과 16명의 흡연자가 흡연부스를 이용했다. 흡연자 ㄱ씨는 “흡연 시 비흡연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 편하다”고 말했다. 중앙대 총무처 총무팀 관계자는 “서라벌 홀 근처가 학생들의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라며 “부스 위치 선정은 학생들의 간접흡연으로 인한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온 곳으로 했다”고 말했다.

본지가 흡연부스 안으로 들어가자 환풍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약 5년간 축적된 담배 냄새가 풍겼다. 부스 안에는 담배꽁초를 버리기 위한 쓰레기통 3개와 의자 9개, 에어컨 1대가 있었으며 천장에는 환풍기 14개가 설치돼 있었다. <중대신문>에 따르면 이 부스에는 사람이 나가면 자동으로 담배연기를 공회전시켜 없애는 장치인 분연기가 설치돼 연기가 부스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관찰하는 동안 최대 10명이 부스 안에 동시간대 있었지만, 부스 내부 공간은 충분했다. 해당 부스는 최대 약 2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같은 날 오후5시 경 고려대 흡연부스도 찾았다. 고려대는 두 개의 흡연부스를 운영 중이다. 부스는 과학 도서관 뒤편과 중앙광장 근처에 위치한다. 그 중 중앙광장 흡연부스는 정문과 약 30m정도 떨어져 있었다. 오후5시~5시30분 경까지 약 30분 간 중앙광장 앞 흡연부스를 관찰했다. 부스에는 10명이 오가며 담배를 피웠다.

하지만 고려대의 경우 부스 안보다 그 근처 다른 금연 장소에서 더 많은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고려대 지윤환(기계공학·18)씨는 “사람들이 팻말 앞에 모여 담배를 피우기에 흡연구역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금연구역이라 명시돼 있었다”며 “부스가 단과대 건물들과 떨어져 있어 다들 가까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흡연구역 지정은 간접흡연의 불만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했다. 11일 오전11시 경 흡연구역의 운영 실태를 확인하고자 서강대를 방문했다. 흡연구역은 18개로 서강대 총무처는 각 건물 주변에 흡연구역을 지정했다. 사람들이 모여 흡연하는 곳을 찾아가보니 흡연구역이라는 팻말이 크게 세워져 있었다. 팻말에는 흡연구역를 제외하고는 모든 캠퍼스가 금연구역임을 명시하고 있었다. 흡연구역 앞에는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었으며 구역을 구분하는 별도의 구분선은 없었다. 캠퍼스를 계속 돌아다녀도 흡연구역이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서강대 제은효(커뮤니케이션·17)씨는 “학생들이 흡연구역을 잘 지키는 편”이라며 “인도 옆에 흡연구역이 위치해 냄새가 나기는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희대는 8월18일 청운관 앞 광장에 흡연구역이 신설됐다. 청운관은 경희대 전교생이 사용하는 교양강의관이다. 흡연구역 바닥에는 초록색 스티커를 붙여 타 공간과 구분했다. <대학주보>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경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학생지원센터에 흡연부스 설치를 요구했지만 기술적 결함과 효율성 문제로 부스 설치가 현재 무기한 유보된 상태다. 현재 지정된 흡연구역은 경희대 총무관리처의 임시조치인 것이다. 경희대 전현우(회계세무·14)씨는 “아직 흡연구역이 정착되지 않아 많은 학생들이 운동장과 같은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며 “흡연구역 지정만으로는 간접흡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