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성의 속옷, 그리고 그에 스며있는 이화의 역사
조선 여성의 속옷, 그리고 그에 스며있는 이화의 역사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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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 2019년 6월까지 조선 시대 여성 속옷 전시하는 ‘조선 시대 襯衣(친의), 겹치고 덧입다’ 展 열어

우리에게 익숙한 지금의 속옷은 고대 이집트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화를 거치며 현재 형태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한복을 입던 시절 여성들의 속옷 차림은 어땠을까? 이화100주년기념박물관(박물관)에서 열린 담인복식미술관의 소장품 특별전 ‘조선 시대 襯衣(친의), 겹치고 덧입다’에서 조선 시대 여성들의 속옷 차림을 알아봤다.

통풍이 잘되는 모시나 삼베를 이용해 만든 여름 속옷 최도연 기자 contagious-grin@ewhain.net
통풍이 잘되는 모시나 삼베를 이용해 만든 여름 속옷
최도연 기자 contagious-grin@ewhain.net

전시관 내부에는 비칠 정도로 얇은 모시와 삼베로 짜인 여름 속옷부터, 솜을 넣어 누빈 겨울 속옷까지 전시돼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은 다양한 속옷 문화가 발전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할 수 있고, 겨울에는 추위를 막을 속옷이 필요했다. 또한, 보수적인 사회였던 조선에서 여성들은 주로 규방에 머물렀기 때문에 치마와 저고리 이외의 겉옷보다는 속살을 감추고 옷의 매무새를 완성하기 위한 속옷이 발달했다.

조선 후기에는 ‘상박하후(上薄下厚)’의 실루엣이 유행이었다. 상박하후는 상의는 꼭 맞고 하의는 아래옷을 겹치고 덧입어 풍성하게 퍼지는 모양이다. 당시 여성들은 이를 위해 가슴에는 허리띠를 착용했고 치마 밑에는 통이 큰 바지형 속옷을 착용했다.

관람 순서에 따라 둘러보다 보면 조선 후기 여성들의 속옷 하의인 아래옷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당시 여성들은 보통 다리속곳, 속속곳, 바지, 단속곳 등의 순서로 여러 종류의 속옷을 겹쳐 입었는데, 다리속곳은 얼마 남아있지 않아 해당 전시에서는 볼 수 없었다.

잘 말린 모시풀로 만들어진 새하얀 속곳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계절에 따라 재질과 바느질이 모두 다른 바지들도 눈에 띈다. 아래옷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입는 순서와 보이는 모양새에 따라 다른 소재와 디자인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다리속곳 위에 착용하는 속속곳의 경우, 피부에 닿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면이나 삼베, 모시 등을 사용해 만들었다. 입고 벗기에 쉽게 옆이 트여 있으며, 밑은 막혀있다. 다리의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바지 위에 입는 단속곳은 치마 바로 아래 입는 속옷이다. 조선 시대의 치마는 끈으로 둘러 착용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걸으면 치마가 벌어져 속곳이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특성 탓에 겉으로 보이는 단속곳에는 명주나 사(紗)와 같은 고급직물을 사용했다.

상의 속옷인 웃옷의 경우, 가장 안에 입는 적삼이 전시돼 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상의가 꼭 맞는 실루엣이 유행했기 때문에 아이 옷과 비슷한 크기의 적삼도 눈에 띄었다. 조선 말기의 적삼과 함께 근대의 적삼도 전시돼 있는데, 전보다 활동하기 편하도록 길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허리띠의 경우 어깨허리가 없는 전통치마가 흘러내려 겨드랑이가 보이는 것을 막기 위해 착용했다. 전시된 누비 허리띠는 가슴을 꼭 조여 옷의 맵시를 살림과 동시에 겨울철에는 보온의 역할을 겸했다.

이화의 교육이 한국 여성의 속치마 변화에 기여했다는 점도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양식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체조를 배우게 됐지만, 전통 치마는 가슴을 압박하는 등 활동하기에 불편했다. 그래서 기존 전통 치마에 어깨허리가 달린 치마를 입으면서 속옷에도 어깨허리를 달아 입기 시작했다. 이화의 역사가 곧 한국 여성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이 여성의 속옷까지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담인복식미술관 송수진 연구원은 “이번 전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 시대 여인들의 속옷을 조명하는 전시”라며, “다양한 소재와 침선 방법을 사용한 속옷을 통해 맵시를 갖추면서도 더위와 추위를 이겨내던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시를 관람한 코니(Connie)씨는 “사실 속옷을 저렇게 여러 겹으로 입는 것을 몰랐다”며 “아주 좋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전시관에는 위의 설명을 통해 본 속옷을 비롯해 실제 사용했던 인두, 토시, 버선 등의 실물 자료와 당시 사진과 그림을 볼 수 있도록 한 동영상 자료도 마련돼 있다. 해당 전시는 2019년 6월1일까지 진행되며(1~2월 휴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