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즈빌대학교 (University of Evansville, Indiana, USA)

나는 지금 미국의 인디애나주 에반스빌에 위치한 University of Evansville에서 교환학생으로 와있고 내년 5월에 한국으로 돌아간다. 미국에 온 지 겨우 한 달 조금 지났는데 어떤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동안 느낀 점을 이곳에 편안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미국에 가면, 친구들이랑 자주 놀러 다니고, 열리는 파티마다 따라가고, 학점 신경 쓰지 말고 정말 하고 싶은 공부만 하다가 와야지!” 내가 미국에 오기 전 단단히 벼르고 있던 생각이다. 개강 전 오리엔테이션 기간 중 생활은 나의 야심 찬 계획에 하나같이 딱 들어맞았다. 친구들과 매일 늦은 밤까지 게임을 하고, 매끼 식사를 같이하고, 또 함께 파티에 가고…. 오리엔테이션 기간만큼은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영어를 많이 사용하고자 먼저 말을 걸고, 친해지고자 큰 노력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어’는 그 친구들과 더욱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데 장애물로 작용했다. 나름 한국에서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에 오고 난 후 나의 자신감은 바닥을 쳤고, 외국인 앞에 서면 입이 마르고 혀가 꼬이곤 했다. 여러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는 말 한마디 않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다 알아듣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웃지만, 대화의 주제를 놓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또한, 한 학기에 두 번의 시험과 퀴즈, 한두 번의 글쓰기 과제가 있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매주 8차 시험에 매 수업 시간 퀴즈에 격주로 에세이 과제를 준다. 결국 나는 한국에서와 그리 다를 바 없이 도서관에 박혀 사는 인생을 살게 되었다.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공부하다가 저녁을 먹고, 저녁을 먹고는 돌아와서 자정까지 공부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것이 내 일과다.

누군가 나의 일상을 듣게 되면 “너무 재미없게 산다.” “교환학생 기간을 낭비하고 있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나의 생활은 내가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 꿈꾸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현재 나의 교환학생 생활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진 않는다. 친구들과 오랜 시간 동안 어울려 놀지는 못하지만, 파티마다 빠지지 않고 갈 수는 없지만, 학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다시 오지 않을 순간과 하루를 최대한 값지게 살아가려고 한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과 웃으며 인사하고, 교내에서 열리는 전시회와 뮤지컬을 보러 가고,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보드게임 분석과 디자인도 해보고….

돌아보면 한국에서는, 학업과 아르바이트, 그리고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온전히 나에 대해서 성찰할 시간이 없었지만 이곳에서는 매일 매일 나의 한계에 부딪히고, 부서지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성찰할 수 있고, 더욱더 단단한 나로 성장하고 있다. 때론 깨달음의 내용은 아프지만, 깨달음 자체는 너무나 즐겁고 1년 뒤 나의 모습을 기대케 한다.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는 언제쯤 없어질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영어 또한 부딪히고 상처받는 과정에서 적응되리라 믿는다. 아직 나는 10개월이라는 시간이 더 남아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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