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국제화, 교육부 정책의 영향 등의 요인으로 외국인 유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에 따라 유학생들은 학교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잡았으며, 본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재학 중이다. 그 중 눈에 띄는 활동은 단연 교내 동아리다. 유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한국과 학교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본지는 유학생 비율이 높은 동아리인 이클레스(EKLES), ISF(국제학생회), 이화태권의 활동에 찾아가봤다.

2일 오후6시30분 학관 레크레이션홀에서 이화태권이 정기 연습을 해 유학생 안타 도넬 리폰스(Anthe Donelle Rippens)씨가 돌려차기 중단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2일 오후6시30분 학관 레크레이션홀에서 이화태권이 정기 연습을 해 유학생 안타 도넬 리폰스(Anthe Donelle Rippens)씨가 돌려차기 중단 동작을 연습하고 있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하나! 둘! 어이!” 학관 레크레이션홀에 우렁찬 기합 소리가 가득 울린다. 흰 도복을 갖춰 입은 학생들이 두 줄로 열을 맞춰 달리면서 내는 소리다. 달리기가 끝나면 기존 부원과 신입 부원이 나뉘어 운동을 시작한다. 한쪽에서는 신입 부원들이 모여 기본 발차기 동작을 배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존 부원들끼리 겨루기를 한다. 곳곳의 유학생들이 한국인 학생들과 섞여 열정적으로 태권도 동작을 연습하며 기합을 넣는다. 태권도 동아리 ‘이화태권’의 학교운동 모습이다.

“독일에서 한국학을 전공하고, 운동을 좋아해서 한국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배우고 싶었어요” 올해 2학기 본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독일 보흠 루르대(Ruhr-Universitat Bochum) 얀크 이을마즈(Yanki Yilmaz)씨는 9년간 해온 킥복싱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무술을 배우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이번 학기 이화태권에 가입했다.

중앙동아리 이화태권은 주 3일 학교에서 태권도를 하고, 주말을 제외한 주 5일 북아현동 태권도장에서 겨루기를 연습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이외에도 전국대회, 교류전, 선수권대회에 참가한다. 최근에는 연세대에서 이뤄진 5개교 교류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유학생을 대상으로 시작한 동아리는 아니지만, 동아리 부원 78명 중 18명이 유학생일 정도로 유학생에게 인기가 높다.

2일 학관 레크레이션홀에서 진행된 이화태권 학교운동에서는 준비운동을 시작으로 신입 부원을 대상으로 한 옆차기 교육, 기존 부원 간의 겨루기가 이뤄졌다. 얀크씨는 “나는 의사소통 문제가 없는데, 다른 유학생 친구들은 선배 부원의 동작 지시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옆차기 교육 당시 동작 순서를 이해하지 못한 유학생을 위해 동작을 가르치던 기존 부원이 영어를 섞어가며 설명하기도 했다.

이번 학기 새롭게 이화태권에 가입한 신단미(사회·17)씨는 “선배 부원이 한국어가 서툰 유학생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유학생 대상 동아리가 아닌 일반 동아리라도 유학생들이 적응하기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평소 유학생과 만날 기회가 없던 한국인 학생들은 이화태권 활동을 통해 유학생에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이화태권에서 1년째 활동 중인 김민주(사회·17)씨는 “이전에는 교내 유학생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었는데 운동할 때 동아리에서 운동하며 친해진 후 유학생들의 삶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화태권 황은정(조소·16) 부장은 “지난 5월 연무 시범 때 태권도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교환학생들이 발차기로 송판을 깨고, 기존에 활동했던 유학생들은 체권 체조도 선보였다”며 “태권도가 처음이고 의사소통도 되지 않아 힘든 부분이 있었을 텐데 잘 따라와 줘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친구들이 이화태권 활동을 통해 한국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4일 오후5시 종합과학관A동 B101호에서 이클레스(EKLES)가 전통놀이 체험 행사를 열어 한 유학생이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4일 오후5시 종합과학관A동 B101호에서 이클레스(EKLES)가 전통놀이 체험 행사를 열어 한 유학생이 딱지치기를 하고 있다.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아름다운 한강에서 동아리 부원들과 함께한 꼬리잡기 게임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일본에서 온 메이(Mei·경제·18)씨가 지난 9월27일 이클레스(EKLES) 부원들과 한강을 다녀온 소감이다.

메이씨는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한국어를 연습하기 위해 이클레스에 가입했다. 그는 친절한 멘토와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이클레스 활동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동아리 이클레스는 한국인 재학생과 유학생이 멘토-멘티의 관계를 맺어 국내 명소와 축제에 찾아가고,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동아리 부원은 65명이며, 임원진과 한국인 멘토 24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학생이다. 이번 학기에는 유학생의 한국 이름을 지어주는 활동을 시작으로 서예 체험, 한강에서의 치맥(치킨 먹으며 맥주 마시기), 전통놀이 체험을 진행했다.

4일 진행된 전통놀이 체험에서는 유학생이 직접 말이 되는 대형 윷놀이, 투호 던지기, 딱지치기, 공기놀이를 했고, 마지막에는 꿀떡을 나눠 먹는 시간도 가졌다. 대만에서 온 장우예(You Rui Jiang·전자전기·18)씨는 “오늘 해본 윷놀이가 가장 재미있었다”며 “오늘 먹은 꿀떡은 너무 달아 내 취향은 아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인 재학생과 유학생이 멘토-멘티의 관계를 맺다 보니 활동 중 의사소통의 문제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멘토 유호진(소비·17)씨는 “스페인에서 온 멘티 킴벌리가 본인의 애칭을 키미라고 소개하면서 키위 주스를 마시러 가자고 말했는데, 그 말을 키위의 스페인어가 키미라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었다”며 “그 오해로 멘티에게 키미 주스를 마시고 싶다고 잘못 말해 멘티가 웃으면서 고쳐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클레스 이경은(경제·16) 공동대표는 “유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알아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화의 재학생들과 좋은 관계, 경험을 공유하고 추억을 얻어갔으면 좋겠다”며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사는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다름을 어떻게 대처하고 인정할지 그리고 관계의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등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3일 오후7시 한국인 교사 홍영옥(53·서울 양천구)씨와 몽골인 학생 돌고르자브(Dolgorjar·국제학과 석사과정)씨가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3일 오후7시 한국인 교사 홍영옥(53·서울 양천구)씨와 몽골인 학생 돌고르자브(Dolgorjar·국제학과 석사과정)씨가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4일 오후7시 이화·포스코관(포관) 351호에서는 ‘광화문’이라는 단어의 발음을 반복해서 연습하는 외국인 학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한복을 입어본 적 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이 “광화문에서 한복을 입어봤다”고 대답한 이후였다. 이외에도 그림 속 상황을 한국어로 설명하며 그림과 연관된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바로 ISF(국제학생회) 한국어 교실의 자원봉사자와 본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유학생이다.

ISF는 국제학생회(International Student Fellowship)의 약자로 국내 유학생을 돕는 외교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이들은 유학생 한국 역사 문화 탐방, 의료 지원 등의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 중 ISF 본교 지부에서는 유학생 대상 한국어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ISF 한국어 교실이란 ISF 소속 자원봉사자가 유학생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무료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ISF 본교 지부는 매주 목요일마다 유학생과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는 4명이며 유학생 또한 4명이다.

몽골에서 온 리아(Leah·국제학과 석사과정)씨는 1년간 ISF 한국어 교실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ISF 자원봉사자 교사 김민영(34·서울 양천구)씨와 가까운 관계가 됐다. 그는 “배우는 과정이 느리더라도 선생님과 일대일로 상호작용하며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기독교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정해진 교재 수업 외에도 찬송가를 한국어로 익히고 부르는 수업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문화를 통해 언어를 배우면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찬송가 수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몽골에서 온 돌고르자브(Dolgorjar·국제학과 석사과정)씨는 “친구 리아와 함께 지난 학기부터 ISF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는데 소풍 갔던 외부 수업을 비롯한 모든 수업이 훌륭했다”며 “이제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유학생의 한국어 실력이 늘어 한국에서 취업하게 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ISF 본교 지부에서 유학생을 가르치는 유원열(65·서울 서초구)씨는 “베트남 학생을 가르쳤는데 이 학생이 한국에서 취업하고 싶다고 해서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며 “하지만 그 학생이 결국 학위수여식 전에 하나은행에 취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언어에 있어 도움을 줬다는 것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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