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과학대학 윤보석 학장

지난 9월 대학 분권화가 포함된 기획처 5개년 발전계획이 발표돼 일부 단과대학(단대)의 정책 변화가 예고됐다. 본지는 남은 2학기 동안 14개 단대 학장에게 분권화 참여 여부 및 현안을 묻는 인터뷰를 연재한다.

 

인문과학대학 윤보석 학장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인문과학대학 윤보석 학장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최근 몇 년 동안 인문대 정원이 급격히 축소됐다. 그 이유와 대책이 궁금하다.

학교 전체 정원은 교육부 규제 하에 일정 수로 유지된다. 다른 단대에서 정원을 늘리면 딱 그만큼 다른 곳에서 정원을 줄여야 한다.

그 때문에 뇌인지과학전공이 신설되면서 인문대에서 약 10명 정원이 축출됐다. 이후 진행된 프라임 사업에서 엘텍공과대학 정원을 확보하기 위해 인문대 정원의 10%가 축소됐다.

최근에는 정시 모집 통합 선발로 입시 정책이 바뀌면서 정시로 뽑던 20%의 인원이 다시 줄어들었다. 2018년 정시통합선발생(통합선발생)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결과 전체 정시 인원 중 인문대를 선택한 학생이 10명도 채 되지 않았다. 기존 인문대 정원은 450명이었는데 현재에 와서는 320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단대 정원은 예산이나 교수 수와 관련이 깊다. 현재처럼 급격히 정원이 적어진다면 학생들이 기존보다 축소된 지원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인문대 정원확보는 현재 가장 중요한 사안이고, 이를 위해 교직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인문학 자유여행’ 과목을 신설한 것이다. 1학년 통합선발생을 대상으로 인문대 전공을 압축적으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많은 학생이 인문대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과목을 운영 중이다.  

 

-기획처 5개년 발전계획의 일부인 단대 분권화 정책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분권화라는 것은 단대별 특성에 맞는 행정을 할 수 있게끔 권한을 양도해주는 것이다. 현재는 중앙 부서에서 교내 사안을 결정하고 단대별로 실행해 단대 개별 사정과 특성이 반영되기 힘들다. 분권화를 통해서 이런 점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학교 본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당장 인문대에서 분권화를 시행하기에는 여러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 우선 분권화를 시행한다면 단대에서 재정을 개별적으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정확한 논의가 되지 않았다. 분권화를 시행하는 단대는 소속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외에도 외부로부터 독자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 외부에서 지원을 잘 받지 못한다면 운영이 어려워질 텐데, 이러한 상황에 학교가 어떻게 지원을 해줄지 불투명하다.

어떤 순서로 분권화를 진행해야 하는지도 문제다. 분권화라는 것은 당장 하겠다고 해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구성원과의 논의를 통해 세부사항을 모두 정해야 한다. 단대 학장은 어떻게 뽑을 것인지, 학생에게 받은 등록금은 어떻게 쓸 것인지 등. 그러나 이 역시 학교와 논의되지 않았다.

후에 구성원 대다수가 분권화를 원한다면 당연히 의견을 수렴해서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교직원을 비롯한 구성원 중에 우려하는 이들이 많아 아직 보류 중이다.

 

-인문대생들의 취업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 중인지

사실 본교 인문대 취업률은 높은 편이다. 2016년 학교에서 단대 취업률 순위를 매긴 결과 인문대는 약학대학, 간호대학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취업률을 보였다. 이처럼 각 단대마다 경쟁력이 있기에 인문대라고 해서 꼭 취업률이 낮다고 할 수는 없다.

인문대생의 취업 걱정에는 공감하는 바이기에 다양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루체테인문학 사업(루체테 사업)을 통해서는 인문대생의 취업을 돕기 위해 ‘기업현장방문’, ‘1:1 코칭’, ‘취업아카데미’ 등을 운영한다. ‘국내/해외 인턴쉽’, ‘면접컨설팅’, ‘취업캠프’ 또한 루체테 사업의 일환이다. 또한 단대 내에서는 취업 문제에 조언해줄 수 있는 선배들을 초청한다거나, 학과별 지도교수가 취업과 관련된 상담을 해주는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물탱크 사고, 내진설계 2등급 판정 등 학관 건물이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학관 건물을 개선할 계획이 있는가

학관 건물은 1960년대에 지어져서 굉장히 낙후된 건물이다. 따라서 예전부터 리모델링, 재건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학교에서 학관 건물을 현대건물로 재건축하자는 시도가 두 차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모두 실패했다. 현실적인 문제와 구성원의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건축을 위해서는 최소 2~3년 동안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동안 학관에서 진행되는 수업은 어디로 옮겨지는지, 재건축 이후에는 컨벤션 홀이 학관의 주 용도가 되는데 인문대를 상징하는 건물이 사라지는 게 아닌지 등 합의되지 않은 지점이 많았다.

따라서 현재는 재건축 대신 학관 건물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방학 낡은 독서실을 루체테 라운지로 조성하고 일부 강의실 내 창호 공사, 의자와 책상 교체, 바닥 공사 및 흡음재 설치를 한 것도 계획의 일부다. 가까운 시일 내에 본격적인 리모델링에 앞서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물론 학관은 전통이 있는 건물이지만 학생들의 교육 환경을 개선해주기 위해 보수해나가고자 한다.

 

-인문대 학장으로서 이화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인문학이라는 것이 당장 취업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인문대에서는 엑셀, 영어로 보고서 쓰기 등을 가르치지 않는다. 인문대 교수가 직접 직장을 소개해줄 수도 없다. 그렇지만 인문대에서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중요한 가치를 가르친다.

인문대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대학 이후 다시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삶의 전선에 일단 뛰어들면 인문학적 사색, 반성으로부터 멀어진다. 때문에 삶에 대한 궁금증, 불안이 가장 큰 현재 이 시기에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기회다. 굳이 인문학이 아니더라도 대학 시절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며,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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