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이화’ 1차 협의체(협의체)에서 이번 달 말 학생회실 및 샤워실 등에 카드리더기를 총 53대 설치하기로 협의했다. 카드리더기는 학생증을 찍어야만 문이 열리는 시스템으로 현재 ECC 2번 출구에서 상시 운영 중이고 나머지 건물에서는 오후11시 이후부터 운영된다. 이 리더기들은 전부 건물 입구 위주로 설치돼 있다.

카드리더기 설치는 협의체에서 도출해 낸 첫 실질적 대응책으로 학교 측에서 공문을 발송해 확정 지었다.

그러나 결정된 설치 장소는 외부인의 무분별한 출입을 막는다는 본래의 효과를 실현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제기된 외부인 문제들은 샤워실, 학생회실 등 건물 깊숙한 곳의 침입이 아니라 수업 공간 침해와 외부인 출입 금지 건물 침입 등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일어난 이화·포스코관 복도에서 발생한 성추행 문제가 대표적 예시다. 국소적 장소에 한해서만 리더기를 설치하는 지금의 협의 내용은 외부인 출입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외부인에 대해서 면학 분위기에 방해되니 출입하지 말아 달라는, 다소 개인의 양심에 기대있는 통제를 해왔다. 외부인이 출입 금지구역에 들어와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넘어가는 경우도 잦았다. 중국어, 영어, 한국어로 써져있는 안내문도 소용이 없다.

이에 학생 측은 모든 건물 입구에 외부인을 솎아낼 수 있는 기기를 설치하거나 경비원을 추가 고용하자고 한 바 있다. 학교 측은 예전처럼 정문과 후문 등 교정으로 들어올 수 있는 모든 문에서 외부인 출입을 전면 금지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외부인 통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외국 대학교들의 경우 외부인에게 학교를 선별적으로 개방하고 개방하지 않은 곳은 철저하게 통제한다. 영국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의 경우 연구실 등 일부 장소는 외부인을 철저하게 막고 있지만 나머지 공간은 주민들과 함께 공유 중이다. 미국 코넬대(Cornell University)의 경우도 도서관에 외부인이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지만 중요한 자료를 보관해 둔 특별 자료실의 경우 사전 신청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처럼 공개할 부분과 통제할 부분을 확실하게 구분해하게 되면 학생들이 편하게 앉아서 공부하거나 쉬거나 할 경우 외부인이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공간 선택을 통해 학생들도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최근 한국 대학교들은 외부인 출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는 추세다. 그러나 전면적 통제는 인력 충원이나 비용적인 면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카드리더기 추가 도입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외부인 출입에 대해 허용되는 범위와 그렇지 않은 범위를 확실하게 설정하고 특정 장소만 선별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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