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관리 근로자, 매연 탓에 호흡기 건강 악화, 안(眼) 질환도 우려
주차 관리 근로자, 매연 탓에 호흡기 건강 악화, 안(眼) 질환도 우려
  • 이수빈 기자
  • 승인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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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환기 시스템 충분히 작동 중이나 지하 공간이라 한계 있어
문틈에 뭉쳐있는 매연 찌꺼기(왼쪽)와 먼지가 낀 공기청정기 필터(오른쪽)제공=서경지부 이대분회
문틈에 뭉쳐있는 매연 찌꺼기(왼쪽)와 먼지가 낀 공기청정기 필터(오른쪽)
제공=서경지부 이대분회

ECC 지하 주차장의 하루 평균 차량 통행 수는 약 5000대. ECC 지하 5층 주차 관리실 소속 근로자들은 근무 시간 종일 수많은 차량이 뿜는 매연에 노출되고 있었다. 주차 관리 근로자의 근로 환경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9월12일 주차 관리실을 찾았다.

주차 관리실은 창고를 개조한 공간으로 창문이 없어 실외와 직접적인 환기가 불가능했다. 또한 주차장 이용객들이 주차비를 결제하기 위해 수시로 관리실을 왕래해 주차장의 공기가 관리실 내 사무실로 계속 유입됐다. 중강당에 있던 주차 관리실이 ECC 지하로 들어온 것은 2010년.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관리실 소속 일부 근로자들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근무 시간 종일 자동차 매연에 노출됐다.

이대목동병원 강충원 교수는 “계속된 지하 주차장의 유해 물질 흡입 시에는 호흡기, 점막 자극 증상뿐 아니라 만성적인 비염, 천식,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킨다”며 “특히 미세먼지는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고 국제암연구소는 디젤 연소물질, 라돈 등을 폐암 유발 물질로 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열악한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9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이대모임(노동자연대)은 주차 관리 근로자들과 연대해 ECC를 비롯한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주차 관리실 위치 개선을 호소했다. 노동자연대에서 활동하는 한가은(중문·15)씨는 “계속된 개선 요구에도 학교는 묵묵부답”이라며 “해당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필요해 자보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본지는 주차 관리 근로자를 대상으로 근무 이후 나타난 건강 악화 증상을 전수 조사했다. 이 조사에는 28명의 근로자 중 21명이 응답했다. 조사는 근무 연차와 하루 근무 시간, 본교 근무 이후 나타난 건강 악화 증상을 서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에서는 참여자 중 17명의 근로자가 가래와 기침이 오래 지속되는 등 공통으로 호흡기 질환을 호소했다. 5년째 근무 중인 ㄱ씨는 “한 번 감기에 걸리면 낫지를 않아 기침을 달고 산다”고 말했다. 또한 주차 관리실이 이전하기 전부터 근무해온 ㄴ씨는 “지하 근무 후에는 기침이 계속되고 코에는 검은 콧물이 나온다”고 전했다. 

주차 관리실 8년 차 근로자 ㄷ씨는 “9시간의 근무 기간 중 외부에 나가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 뿐이기에 평상시 호흡을 원활하게 할 수 없어 가슴이 답답하다”며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도 불안한 상태”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비흡연자임에도 목이 쉽게 쉬며 항상 갑갑해 비염 증상이 생겼다는 응답, 지속적인 매연 노출로 눈이 건조하거나 침침해져 안(眼)질환이 우려된다는 응답이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해당 사업장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고 근로 조건을 개선할 의무가 있다. 고용노동부 고시 사무실 공기관리 지침에는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실내 공기 질과 관련해 건강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 공기 관리 상태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학교 당국에 문의한 결과 관리처 안전팀 관계자는 “본교 주차장은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 공기 질 관리법’에는 해당되지 않아 공기 관리 상태를 평가하지 않는다”며 “주차 관리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근로자건강센터 정최경희 센터장은 “지하에 위치한 주차 관리실은 다중이용시설의 공기 질 관리가 아닌 사무실 공기관리 지침에 포함된다”며 “지하와 지상의 사무실에 적용되는 기준이 같아야 하므로 주차 관리실 또한 공기 질을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쾌적한 사무실 실내 공기 유지를 위해 환기 혹은 공기 정화 설비 시스템 정비를 권한다. 하지만 본교 주차 관리실은 환기를 위해 문을 열면 다시 매연이 들어온다. 내부 공기 정화를 위해 공기 청정기 2대가 있지만, 그중 한 대는 가정용이라 자동차 매연까지는 거르지 못한다. 주차 관리실 소속 유해숙씨는 “2개월 주기로 필터를 교체하지만 교체해주는 업체 직원이 필터에 쌓인 먼지를 볼 때마다 놀라고는 한다”며 “타 사무실보다 공기 오염이 심각한 상태라고 걱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관리처 안전팀 관계자는 “ECC 지하 주차장의 환기 시스템 기계는 지하 5층과 6층을 모두 합쳐 약 130대가 연중무휴로 운영 중이고 장비도 월 1회 이상 점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아무리 환기를 한다고 해도 지하 공기가 지상에 비해 나쁜 것은 사실”이라며 “개선이 필요하다면 추후에 주차 업체 측에 공기 질 측정과 실내 공기청정기 개선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사람에 따라 질병 발생 여부와 유해 물질 축적량은 다르지만, 자동차가 있는 지하 환경에서 지속해서 근무 시에는 인체에 유의미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측정해 그 결과에 따라 조속히 사무실의 위치를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