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7일 오전10시 선큰가든에서 만난 야마시타 미치카(Yamashita Michika)씨, 마리나 로자노(Marina Lozano)씨, 우샨딴 포남발람(Ushanthan Ponnambalam)씨, 발레리아 치파오(Valeria Chipao)씨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9월27일 오전10시 선큰가든에서 만난 야마시타 미치카(Yamashita Michika)씨, 마리나 로자노(Marina Lozano)씨, 우샨딴 포남발람(Ushanthan Ponnambalam)씨, 발레리아 치파오(Valeria Chipao)씨
김미지 기자 unknown0423@ewhain.net

최근 본교에 외국인 학생의 수가 부쩍 늘고 있다. 학위과정 대학생, 어학 연수생, 교환학생 등의 자격으로 온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에 와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며 한국 학생들과 소통한다. 본지는 그중 본교에서 한 학기 또는 일 년 동안 머물며 자신의 전공을 공부하는 교환학생들의 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California State University) 미술 전공의 발레리아 치파오(Valeria Chipao)씨, 스페인 말라가대(University of Malaga) 동아시아학 전공의 마리나 로자노 (Marina Lozano)씨, 일본 츠다주쿠대(津田塾大) 국제관계 전공의 야마시타 미치카(Yamashita Michika)씨, 네덜란드 스탠든대(NHL Stenden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커뮤니케이션·미디어 디자인 전공의 우샨딴 포남발람(Ushanthan Ponnambalam)씨까지 4명의 교환학생에게 각각 한국에서의 생활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국, 특히 이화에 오게 된 이유는

발레리아 치파오(이하 발레리아): 이화에서 교환학생으로 캘리포니아 주립대로 오는 많은 여학생이 있었고, 그들 중 몇몇이 이화를 칭찬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이곳으로 교환학생을 오고 싶었고, 실제로 그들이 말한 것처럼 좋은 학교라는 걸 알았다. 여자만 있는 학교라는 게 정말 맘에 든다.

마리나 로자노(이하 마리나): 내 전공은 동아시아사인데, 그중에서도 한국에 관심이 많다. 14살에 한국을 알고 나서 지금까지 7년 동안 한국에 대해 공부했고,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또한 페미니즘에도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화에 오게 됐다. 지금은 ‘글로벌 시각으로 보는 여성, 문화, 이주(Women, Culture, and Migration from Global Perspective)’라는 여성학 강의도 듣고 있다.

우쌴딴 포남발람(이하 우쉬): 교환학생 프로그램에서 갈 수 있는 학교가 이화뿐이었다. 유럽에는 특정 성별만 갈 수 있는 대학이 없기 때문에 여자만 갈 수 있는 대학교의 학생이 된다는 건 매우 특별한 기회였다.

-문화적 차이로 당황한 적은 없는지

야마시타 미치카(이하 미치카): 일본에서는 서비스가 좋다. 예를 들면 카페에 가서 음료를 시키면 직원이 웃으면서 말을 걸어주는데, 한국에서는 그런 게 별로 없다. 학교 앞에서 쇼핑했을 때도 직원이 아무 말도 없이 계산만 해줘서 놀랐다. 그래도 가끔은 일본에서 왔냐고 말 걸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땐 기쁘다.

우쉬: 한국에 머무르면서 당황한 적은 별로 없었다. 처음 몇 주 동안 한국인에게 악수하고 눈을 맞추며 날 소개했다. 그들이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였지만 흔한 일이 아니기에 이해한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발레리아: 자유시간에 피스버디 친구들과 학교 주변을 돌아다닌다. 수줍음이 많은 편이라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는데 피스버디는 사람을 만날 기회를 주기 때문에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미치카: 학생들과 교류하기 위해 한글아씨(한국어 멘토링 동아리)와 피스버디(외국인 지원 학생 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다. 거기서 사귄 친구와 여행도 다니고 밥도 먹는다. 피스버디 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가기도 했다. 다른 교환학생들과는 자연스럽게 기숙사에서 같이 살면서 친해졌다. 지난 학기 룸메이트는 스위스에서 온 친구였고, 지금은 중국에서 온 친구가 룸메이트다.

마리나: 피스버디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거나 저녁을 먹는다. 함께 농장체험도 가려 했지만 각자 일정이 맞지 않아 아직 못 가고 있어 아쉽다. 그렇지만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도 일상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우쉬: 자주 어울리는 교환학생들과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친구들과 팝(pub)이나 편의점에 자주 가는데, 유대감을 느끼기 좋은 것 같다. 그 후 노래방에서 케이팝(K-pop)을 부르기도 한다. 동방신기 노래를 부르는 건 생각보다 어렵더라.

-한국어로 의사소통할 때나 수업들을 때 어려움은 없는가

발레리아: 한국어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도 지하철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이 나를 도와주려 했고 학교를 잘 찾아갈 수 있게 친절하게 알려줬다. 또한 지금 한국 전통화 수업을 듣고 있는데, 접해본 적 없지만 내가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환학생 기간을 늘려 한국화를 더 심화로 배우고 싶다.

마리나: 한국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들을 준비가 아직 안 돼서 영어 강의만 듣고 있다. 한국 학생과 같이 듣기도 하는데, 그들과 말하는 데에 별로 어려움은 없다.

미치카: 지난 학기부터 이곳에 있었는데,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정말 어려워 예습과 복습을 많이 했다. 이제는 많이 알아듣게 됐지만 아직도 어렵다. 복습을 많이 해야 한다.

우쉬: 한글은 쉬운 자모를 가지고 있어 외국인이 배울 때 얼마 걸리지 않는다. 나는 항상 불편하더라도 사람들에게 한국어로 말하려고 한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건 어렵지만 친구들과 함께 배우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돼 어려움이 별로 없다. 나는 거의 모든 수업에서 유일한 남자지만 다르게 대우받는다고 느낀 적은 없다.

-공부는 얼마나 자주 하고 있나

발레리아: 미술 전공이라 공부보단 작업실에 있을 때가 많다. 하루에 2-3시간 정도 작업한다.

마리나: 매주 한국어 공부를 한다. 과제는 보통 카페테리아에서 하곤 한다. 수업 전날엔 예습하고, 주말엔 일주일 내내 공부한 것을 복습하려 하지만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못할 때도 있다. 적어도 매일 2시간씩을 공부하지만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우쉬: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공부한다. 학기가 시작될 땐 더 적게, 시험이 다가오면 더 많이 공부하는 편이다.

-등록금과 생활비, 거주지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발레리아: 원래 다니던 대학교에서 지급하는 장학금으로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충당하고 있다.

마리나: 현재 고시원에 살고 있다. 기숙사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생활비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부모님이 돈을 보내주신다. 등록금은 원래 다니던 대학교에서 내준다.

미치카: 일본 대학교에 등록금을 내는데, 원래 내던 등록금보다 훨씬 적게 낸다. 보통 일본에서 등록금이 1년에 천만 원 정도지만, 나는 지금 1년에 200만 원 정도를 내고 이화여대에 왔다. 이건 정부에서 지원해줬다. 또 일본 대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생활비와 기숙사비를 해결하고 모자라는 돈은 부모님이 보내주신다.

우쉬: 나는 원래 다니던 대학교나 어떤 기관에서 장학금을 받지 않아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모은 돈을 쓰고 있다. 성적이 좋더라도 유럽에서 비유럽권으로 갈 때 장학금을 받기가 쉽지 않다.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지

발레리아: ECC를 가장 좋아한다. 편의점도 있고, 공부하기도 좋다. ECC 밖의 계단도 좋다.

마리나: ECC에서 이화·포스코관으로 가는 길을 좋아한다. 자연과 분위기가 너무 좋다.

미치카: 중앙도서관이 편해서 좋다. 일본은 도서관에 편의점 같은 곳이 없는데, 본교 중앙도서관은 편의점과 휴게실이 있고 소파도 많아서 좋다.

우쉬: 학교 정문 바로 옆을 가장 좋아한다. 학교 캠퍼스 안에선 술을 마실 수 없지만 정문 앞 편의점에서 술을 사고 먹을 수 있어 좋다. 친구들과 자주 그곳에서 떠들고 논다.

-이화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따뜻함을 느꼈는가. 차가운 경험도 좋다.

발레리아: 모두 여자이기 때문에 결속이 가능한 것 같다. 내가 길을 잃거나 어려움에 부딪친다면 사람들이 날 도와줄 거로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사람들이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바빠서 말을 걸기 어렵다.

마리나: 다니던 학교에서 내 전공은 원래 남자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지금과 별로 차이를 느끼진 않는다.

미치카: 나도 일본에서 여자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여자만 있어서 좋은 점은 술을 원하지 않으면 안 마셔도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남자가 있으면 술자리가 많은 편이다. 그리고 이화에 와서 새롭게 느낀 점은 학생이 페미니즘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나도 여대에 다니고 있긴 하지만 그런 학생이 별로 없다. 이곳에 왔을 때 미투(#MeToo)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걸 보고 적극적으로 목소리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