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윌렴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장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조윌렴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장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역사적으로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화석연료다. 그러나 석탄, 석유와 같은 주 화석연료는 언젠가 고갈될 유한한 자원이다. 정부가 지난해 ‘탈원전·에너지전환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던 만큼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다. 본교에도 지구가 직면한 에너지 고갈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연구소가 있다. 지난 21일, 본부 소속 연구기관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를 찾았다.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탈원전 시대를 맞이하는 것은 틀림없는 인류의 미래예요” 연구소 탐방에 앞서,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 소장이자 산학협력단부단장을 맡고 있는 조윌렴 교수(물리학과)를 본관 308호에서 만났다. 조 교수는 예정된 에너지의 미래를 환기하며 신재생에너지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 연구에도 여러 분야가 있지만, 조 교수를 비롯한 물리학과 소속 연구원들은 ‘태양전지’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2009년 5월 설립돼 올해로 9년을 맞은 연구센터에서 지금껏 가장 큰 성과가 있었던 연구로 조 교수는 망설임 없이 ‘박막(thin film) 태양전지’연구를 꼽았다. 박막 태양전지는 현재 주로 사용되는 무겁고 비싼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얇으면서 비슷한 성능을 내는 태양전지다.

“태양전지는 효율도 중요하지만, 가격도 중요해요. 박막 태양전지 역시 구성 물질 중 인듐, 갈륨이 매우 비싼데 우리 연구소에서 이 물질을 아연이나 주석과 같은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연구를 해서 좋은 결과 발표를 여러 차례 했었죠” 

현재 중요하게 진행되고 있는 연구로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관련 연구를 꼽았다. 조 교수는 “금속 산화물인 페로브스카이트는 박막 태양전지의 친척 중에서 새로 떠오르는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며 “납이 들어가는 페로브스카이트는 효율이 높지만 신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납 대신 이를 대체하는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생활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는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는 올해 5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18년 이공분야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되기도 했다. 이로써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는 2027년 2월까지 향후 9년 동안 총 50억여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조 교수를 포함한 본교 물리 및 화학 분야 교원 5명이 공동으로 연구하는 이 과제는 신물질을 이용한 새로운 에너지원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다른 대학에도 비슷한 연구소가 많지만, 본교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만의 특징은 ‘물질’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조 교수는 “타 대학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연구소나 기관이 대부분 공학 중심이다 보니 효율을 높이고 저렴하게 만드는 데에 연구가 집중돼 있다”며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역사를 살펴보면 모든 발전의 시작은 다 ‘물질’이었다. 상업화 연구도 좋지만, 우리 연구소는 물리, 화학 전공의 교수들로 구성됐기에 새 물질을 찾고 그 특성을 규명하는 것에 특화된 연구소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에서 일하는 대학원생들 또한 물리를 전공한 학생이 대부분이다. 연구소에 있는 대학원생의 삶을 묻자 조 교수는 “대학원생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면서 “강요는 없지만, 대학원생의 삶은 회사원처럼 정해진 시간 일을 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유동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원생은 수업도 들어야 하고, 조교도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하고, 학회가 있으면 가서 발표도 해야 하는 등 바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가 끝나자 조 교수와 함께 참석했던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 소속 진혜진(물리학전공 박사과정)씨가 종합과학관 4층에 위치한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 탐방을 도왔다.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는 현재 교수 11명, 연구교수 3명, 박사 후 연구원(포스닥) 3명, 석사 후 연구원 1명, 대학원생 약 50명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처음 방문한 연구실은 ‘응용물리실험실’이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연구소 내 대학원생의 자리를 뒤로하고 왼쪽 방으로 들어가자 여러 실험 장비가 눈에 띄었다. 진 씨가 가장 먼저 소개한 장비는 박막 태양전지를 만드는 ‘전자빔 증착 장치(E-Beam evaporator)’였다. 그는 “인듐, 갈륨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박막 태양전지 구성 물질을 실험할 때 이 장비 안에 원하는 물질 여러 개를 넣으면 물질이 한 번에 쌓일 수 있게 해주는 장비”라고 설명했다.

그 옆에는 직접 만든 태양 전지 샘플에 광원을 쏴 흐르는 전류를 측정하는 ‘솔라 시뮬레이터(Solar simulator)’ 장비가 있었다. 진 씨는 “실제 태양 전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샘플에 태양 빛을 쐈을 때 전류가 흘러야 한다”며 “이 장비는 우리 연구소에서 만든 샘플에 실제 태양광과 똑같은 빛을 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장소를 이동해 이번에는 ‘고급물리실험실’에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특이한 외형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장비는 ‘글로브 박스(Glove box)’였다. 이름처럼 장비 외벽에 긴 검은색 고무장갑이 뒤집혀 붙어 있던 글로브 박스는 대기 환경을 제어해 태양전지로 사용 가능한 물질 중 하나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증착시키거나 다양한 시료의 전기적 특성을 제어하고 대기 환경 변화에 따른 전기적 특성 변화를 관찰하는 장비다.

대기 환경을 제어해 그 변화와 시료의 전기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장비인 ‘글로브 박스(Glove box)’<br>​​​​​​​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대기 환경을 제어해 그 변화와 시료의 전기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장비인 ‘글로브 박스(Glove box)’
이화선 기자 lskdjfg41902@ewhain.net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에서 가장 비싼 장비를 소개해달라는 말에 진 씨는 아래층으로 안내했다. ‘기초과학연구소공동기기실Ⅰ’로 들어서자 귓가를 울리는 바람 소리가 실험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진 씨는 최고가 장비 중 하나로 산화물 박막을 증착하는데 사용되는 ‘펄스 레이저 증착 장치(Pulsed laser deposition)’를 소개하며 “1999년에 9천만 원대였으니 지금 시세로 따지면 1억 원은 가뿐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소리는 이 장비 안을 진공 상태로 만드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연구소 탐방을 마치고 진 씨에게 신재생에너지 연구센터에서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의 향후 진로를 묻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박사 후 연구원을 한다고 답했다. 내년 2월 박사과정 졸업을 앞둔 진 씨는 “연구라는 것, 그리고 물리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무엇이든지 깊고 넓게 생각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걸어가게 해준다”며 “충분한 고민이 담긴 생각으로 다져진 길을 만들어나가면서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많은 학생이 기초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길을 만들어 함께 걸어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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