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동물카페의 현주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
국내 동물카페의 현주소,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
  • 김보영 기자, 박서영 기자
  • 승인 2018.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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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관리 기준 조항 부재한 동물보호법, 행정적 변화 필요해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얼룩이 묻어 있는 고양이 집의 모습<br>최도연 기자 contagious-grin@ewhain.net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얼룩이 묻어 있는 고양이 집의 모습
최도연 기자 contagious-grin@ewhain.net

작년 8월31일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출연진들이 고양이 카페에 방문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동물카페는 방송뿐 아니라 유튜브, SNS에서도 이색 데이트 장소로 꼽히며 유행하기 시작했다.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의식도 높아졌다. 지난 9월13일 개를 전살법으로 죽인 개 농장주가 1심과 2심에서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혐의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대상 동물에 대한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또한 지난 9월18일 대전 오월드동물원에서 사육사의 실수로 우리를 탈출한 퓨마 ‘호롱이’가 사살되자, 동물원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동물원 폐지 청원은 이틀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두 사건 모두 동물권 의식이 향상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높아진 만큼, 유행처럼 번지는 동물카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10월4일 동물의 날을 맞아, 본교 주변 동물카페를 점검했다.

올해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 ‘라쿤카페’, ‘고양이카페’ 등 동물카페 검색량이 2016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 동물카페의 수도 점점 불어나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2015년 전국에서 운영 중인 동물카페는 288개소로, 이중 99개가 서울 및 경기권에 편재한다. 종별로는 애견카페가 66%를 차지했으며(191개소), 고양이카페는 27%(78개소), 개와 고양이가 함께 있는 카페가 2%(5개소)였다. 나머지는 다른 반려동물과 야생동물 카페(파충류, 양서류, 조류 등)였다.

동물카페는 주로 신촌, 홍대 등 문화 중심지인 대학가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에 동물카페를 검색해보면 이색 데이트 장소나 아이들의 체험장소로 추천하는 후기가 가득하다. 포털 사이트 검색 결과, 2018년 기준 이대역과 홍대입구역 사이에 총 16곳의 동물카페가 등록돼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국내 동물카페는 개, 고양이 위주에서 라쿤, 미어캣, 카피바라 같은 야생동물까지 확대됐다. 대부분의 국내 동물카페는 전시와 체험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비교적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은 북미와 유럽의 동물카페가 구조와 입양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대조된다.

국내 전문가들이 동물카페를 바라보는 시선은 비판적이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오로지 인간의 쾌락, 만지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동물을 일방적으로 가둬놓고 속된 말로 앵벌이식의 영업을 한다”며 “동물도 고통받지 않을 권리를 사회가 어느 정도 인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동물카페는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관련 조사도 진행됐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AWARE)가 지난 6월25일 발간한 ‘야생동물카페 실태조사 보고서’는 국내 동물카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보고서에는 부적합한 사육환경과 먹이, 사람과의 상시 접촉으로 인한 동물들의 외상 및 이상행동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동물카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움직임이 커지자 관련 법이 개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반려동물(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과 관련된 영업은 동물생산업, 동물판매업, 동물수입업, 동물장묘업 4가지였다. 그러나 2017년 3월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는 기존 영업에 동물미용업, 동물위탁관리업, 동물운송업, 동물전시업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에 반려동물로 동물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에 업체를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결이 유지되지 않는 놀이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들. 사진은 고양이 놀이터의 일부.<br>​​​​​​​최도연 기자 contagious-grin@ewhain.net
청결이 유지되지 않는 놀이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들. 사진은 고양이 놀이터의 일부.
최도연 기자 contagious-grin@ewhain.net

해당 개정안이 2018년 3월부터 시행되면서 동물카페에는 전시되는 동물의 생리적 특정을 고려한 시설 설치가 필수로 지정됐다. 동물카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 고양이 카페는 소독장비, 이중문과 잠금장치 등을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 ​​​​​​​

그러나 개정안은 무용지물인 듯했다. 법에 따라 손 소독제를 갖추긴 했으나 비치만 됐을 뿐 의무적으로 시행되지 않았다. 게다가 인력 기준에 따르면 20마리 당 1명의 관리 인력만을 확보하면 된다.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위치한 ㄱ카페 역시 고양이 13마리가 있었으나 직원은 1명뿐이었다. 따라서 관리, 감독이 어려웠으며 시설 이용 전 안내 교육 역시 부재했다.

한편 올해 8월16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원이 아닌 시설에서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2017년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라쿤, 미어캣 등 야생동물 카페에서 흔히 보이는 동물들은 포함되지 않아 야생동물 카페는 여전히 규제 없이 영업되고 있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동물원이나 수족관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되지 않은 시설이나 식품접객업소로 등록된 시설에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에 속하는 야생동물을 영리 목적으로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대표는 “동물카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제도뿐만 아니라 인식 변화 또한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그는 “행정적 차원에서는 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알려 자제를 요청하고 입법 차원에서는 금지에 관련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시민단체는 각각의 정부 지자체나 언론, 사회의 일반 대중에게 동물카페의 문제점에 대해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교 채식 동물권 동아리 ‘솔찬’ 조경림 회장은 대학생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물카페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소비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동물카페에 가게끔 유도하는 홍보물이 SNS에 자주 올라온다”며 “지적해주지 않으면 문제를 모를 수 있으니 홍보 게시물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짚는 댓글을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