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맴도는 라쿤, 스스로 물어뜯는 미어캣 ··· 야생동물카페에 ‘야생’은 없다
제자리 맴도는 라쿤, 스스로 물어뜯는 미어캣 ··· 야생동물카페에 ‘야생’은 없다
  • 김보영 기자
  • 승인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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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환경·스트레스 등 미흡한 환경서 기본적 생존권 보장받지 못해
격리된 스트레스로 정형행동을 하는 라쿤의 모습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격리된 스트레스로 정형행동을 하는 라쿤의 모습 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본지는 8월13일 신촌과 홍대 사이에 위치한 한 야생동물 카페를 찾았다. 입구에는 ‘10여 종의 야생동물을 직접 만지고 먹이는 체험을 통해 이색 힐링을 즐길 수 있다’는 홍보문구가 적혀있었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위생 상태였다. 악취가 코를 찔렀고 내부 곳곳에 오물이 묻어 있었다. 동물들은 더러운 바닥을 돌아다니거나 먼지가 쌓인 구석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동물들의 상태 또한 심각했다. 미어캣, 왈라비, 프레리도그 등 다양한 야생동물들과 고양이들이 섞여 있었다. 초식동물인 왈라비의 사료가 육식동물인 고양이의 사료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자율배식을 시행하고 있어 동물들은 아무 때나 사료를 먹을 수 있었고 방문객들이 구매한 간식 또한 계속해서 먹고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라쿤은 카페에 설치된 구름다리 위에서 계속해서 내려오려 하는 정형행동을 보였다. 라쿤이 있는 공간은 유리벽으로 구분돼있었고 그 밖으로 나올 수 있는 통로는 구름다리뿐이었다. 라쿤은 자리를 옮겨가며 사람에게로 손을 뻗어 내려오려는 시도를 반복했고 방문객은 그런 라쿤의 모습을 보고 귀여워하며 사진을 찍었다. 정형행동은 의미없는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으로 격리된 동물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미어캣은 바닥에 앉아 몸 이곳저곳을 긁기 시작했다. 꼬리 부분을 물어뜯더니 결국 피가 나올 때까지 한참 동안 같은 곳을 물어뜯었다.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이상행동이었다.

해당 매장 내 동물들은 약 40마리였으나 직원은 카운터를 보면서 동물을 돌봤다. 직원은 결제하면서 카드를 만진 손으로 별다른 소독 절차 없이 라쿤을 안았다. 동물과 접촉하기 전에 손 세정제로 소독하라는 안내문이 있었으나 대부분의 손님은 손 세정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안내나 주의도 없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듯 했다. 취재하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계속해서 방문했다. 지하, 1층, 2층으로 된 가게의 테이블이 꽉 찼다. 그중엔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도 있었다.

 

육식동물인 고양이와 같은 공간에서 급여받는 초식동물 왈라비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육식동물인 고양이와 같은 공간에서 급여받는 초식동물 왈라비 김보영 기자 b_young@ewhain.net

 지난 해 11월 녹색당이 발간한 서울시내 야생동물카페 전수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야생동물 카페에 있는 동물 대다수가 벽면에 서서 반복적으로 점프를 하거나, 카페에 있는 쳇바퀴를 계속 돌리는 등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먹이, 환경, 소음 문제 등으로 기본적인 생존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야생동물 카페는 인간의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동물을 가둬놓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다.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대표는 “애초에 야생동물을 가져다가 좁은 실내 공간에 사육하고 방치하면서 오랜 시간 만짐을 당하도록 하는 영업형태에 문제가 있다. 해당 야생동물의 생물학적 욕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영업형태다”며 야생동물 카페가 갖고 있는 원론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동물 복지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인간에게 길들지 않은 야생동물을 실내의 좁은 공간에 가둬 계속 번식시키고 사람에게 노출하는 게 그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말했다. 또한 야생동물 카페는 동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제공하는데, 그와 관련해 소독이나 인수 공통감염병에 대한 주의가 거의 없어 공중 보건 상의 큰 위험을 끼칠 수 있다. 야생동물 카페에 많은 라쿤이나 카피바라는 인수 공통감염병의 가능성이 있는 병원체를 지니고 있고 학자들 역시 이미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생물 다양성 위협 역시 문제다. 이 대표는 “1970년에 비하면 현재 지구의 생물 다양성이 3분의 2 이상 줄어들었다고 얘기된다”며 “특히나 육상 포유류의 경우는 인간이 야생에서 잡아 가둔 행위가 멸종위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이 즐거움을 위해 사냥을 하거나 동물원에 전시하기 위해 야생에 잡아서 가둔 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야생동물 카페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이 대표는 “야생동물 카페 외에도 수많은 동물전시업체가 있다”며 “서울대공원 같은 시립동물원 아래에 체험 동물원, 사설동물원이 있다. 야생동물 카페는 그 아래, 즉 가장 밑에 위치해있다”고 비판했다. 야생동물 카페는 개인이 영업하면서 동물에게 가장 최소한의 환경도 제공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바람직한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서 야생동물 카페는 사라져야 하는 존재”라며 야생동물 카페가 하루 빨리 금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