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애는 똑똑한데 얼굴도 예뻐”

사춘기 시절부터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꿈꿔오던 나의 미래엔 항상 아름다운 외모가 있었다. 그래야 사람들에게 더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쩌면, 아직 우리 사회는 정말 그럴지도.

나는 초등학생일 때부터 다이어트를 했다. 매달 초엔 새로운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고 즐거워했다. 가뜩이나 큰 키가 더 자랄까 운동으로 줄넘기는 하지 않았으나, 얼굴이 작아지는 마사지를 따라 하고, 예쁘게 웃는 법을 연습하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수능이 끝나고는 귀를 뚫었다. 태생부터 남들보다 두꺼운 내 귓불은 귀를 뚫은 지 반년이 지나도록 고름을 뱉어냈고, 그래서 찾아낸 것은 ‘귀찌’라는 타협점. 더는 고름 때문에 아프지 않아도 되면서, 귀에 반짝거리는 것을 달고 다닐 수 있었다. 고름이 나오는 것 보다는 귀찌가 귀를 꼬집는 편이 나았다. 그때 나에게 ‘귀걸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무엇을 위해 예뻐져야 하는가? 항상 대답은 같았다. 나를 위한 것이라고. ‘남자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거잖아!’라는 말은 나를 정말 화나게 했다.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작고 마른 몸, 큰 눈과 오똑한 코를 갖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넌 예쁜데 왜 남자한테 인기가 없을까?”라는 말은 칭찬이 아닌 위로였다. 2015년에는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입학하면 뭐하냐. 재단에 도움이 될 남학생 뽑으라”라는 모 대학 이사장의 발언이 큰 화제가 됐다. 이 말은 여자의 화장이 무능력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회는 여자에게 화장은 예의이고 무기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치장하는데 바쁜 여자’들을 비판한다. 누굴 만나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자 아름다워지길 희망했고, 아름다워지고자 화장을 배웠더니, 이가 되래 화살이 돼 나의 능력을 폄하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예뻐지고 싶지 않다. ‘똑똑한데 얼굴도 예쁜 여자’에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얼마나 똑똑한지’가 아니라, ‘얼마나 예쁜지’였다. 이젠 정말 똑똑해지겠다. 작은 얼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큰 머리를 만들기 위해, 볼륨있는 가슴을 만들기 보다 넓은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하겠다.  곡선형의 몸매보다, 중심이 바로 선 기개를 펼치겠다. 연애 감정이 아닌 존경심이 먼저 드는 사람, 외모가 나를 평가하는 큰 기준이 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쁜 여자보다 멋진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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