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단에 담는 이화, 패션디자인 연구소
원단에 담는 이화, 패션디자인 연구소
  • 한채영 기자
  • 승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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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플로 제작된 학위복이 마네킹에 걸려있고 색색의 천 조각과 착의 사진이 곳곳에 놓여있다.

  내부 연구원들은 갖가지 옷들을 정리하고, 디자인에 대해 회의하며 다음 시즌에 내놓을 의상을 검토한다. 패션 전문연구인력이 날마다 치열하게 옷감, 색채, 패턴을 고민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내보내는 곳, 바로 조예대 A동 117호에 위치한 패션디자인연구소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설립된 본교 패션디자인연구소는 미술 기반의 패션디자인전공 교육을 모태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디자인연구기관이다. 2001년 설립 이래 활발한 패션디자인 연구를 해왔으며 이 외에도 디자인 용역, 교육 과정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연구소가 작죠? 그래도 이곳에서 다른 연구소 그 이상의 일들이 진행됩니다.”

  박선희 패션디자인연구소장은 웃으며 연구소 내부를 소개했다. 현재 연구소는 연구소장 1명, 본교 석·박사 출신 연구원 5명, 총 6명의 인원으로 운영 중이다. 이들은 수업과 연구를 병행하며 연구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비록 소규모로 운영되는 작은 연구소이지만 모두가 각자의 분야에 특화된 전문 인력이다.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는 박선희 패션디자인 연구소장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버려지는 원단을 최소화한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에 대해 설명하는 박선희 패션디자인연구소장 사진=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공부했던 수많은 선임 연구원들이 현재 디자이너로서 본인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착실히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패션 브랜드 ‘랭앤루’의 변혜정 대표, ‘프로젝트 307’의 권서린·박혜수 공동대표, ‘Jcompany’의 허진영 대표 등 유수의 디자이너들이 이곳 연구소를 거쳤다.

  “패션디자인연구소 활동을 통해 실력을 쌓고 개인 브랜드를 만든 디자이너들이 참 많아요. 연구소에서 교내 브랜드 이필(E;FEEL)을 같이 운영하며 얻게 된 실무 경험이 다른 학교 출신 디자이너들과 차별되는 강점이 되곤 하죠.”

  실제 연구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교내 패션 브랜드 이필의 상품을 개발하고 매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브랜드 이름인 이필은 ‘이화의 감성’이라는 뜻으로, 2005년 개시된 후 13년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필의 브랜드 정체성은 무엇일까.

 “이필은 이화여자대학교의 패션 브랜드니까, 이화여자대학교라는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죠.”

  박 소장은 이필의 정체성이 ‘이화’이며, 이필이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 또한 이화라고 답했다. 2005년 이필이 런칭된 이래로 13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본교 소속의 디자이너와 구매자의 애교심 덕이라는 것이다. 

패션디자인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제작한 의류와 사용한 바느질실들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패션디자인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제작한 의류와 사용한 바느질실들 사진=선모은 기자 monsikk@ewhain.net

  브랜드 운영 외에도 패션디자인연구소에서는 패션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패션스타일리스트 리더쉽 인증교육과정이다. 대한민국 1호 스타일리스트이자 본교 졸업생인 조인실(장식미술·87년졸)씨 등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 과정은  전문패션스타일리스트에게 필요한 기능과 소양개발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현재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하게 진행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일까.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신규 학위복 개발 프로젝트 연구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1886년 이화학당 창립 이후 제 1회 졸업식에서 처음 착용했던 학위복을 현재까지도 차용하고 있었어요. 지난 130년 동안 이화에서 졸업했던 학생들은 모두 같은 학위복을 입은 거죠. 때문에 총무처에서 신규 학위복 개발을 기획했는데 기왕 디자인할 거 외주를 맡기기보다 본교 학생들이 참여해있는 교내 연구소에 맡기면 어떨까하고 결정하게 된 겁니다.”

  이후 진행된 신규 학위복 개발에는 실제 본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진행 중인 재학생이 참여해 최종 샘플까지 제작하게 됐다. 이들이 학위복 디자인개발을 하면서 가장 중요시하게 여겼던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학생들의 의견’과 ‘이화 정체성’이다.

  연구소는 다른 학교처럼 이미 결정된 디자인의 학위복이 아닌, 졸업식의 주인공이 될 학생이 직접 원하는 학위복을 결정해 입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기에 지난 5월에는 신규 학위복 개발을 위한 선호도 리서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학위복에는 이화의 상징인 짙은 녹색과 교표를 사용함으로써 상징성을 부각했다.

  연구소를 나서기 전, 박 소장는 패션디자인연구소에서 구상 및 판매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디자인 샘플 몇 개를 보여줬다. 양면의 색이 다른 조끼, 카라 부분만 남아있는 와이셔츠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디자인들은 매장 구매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환경을 생각해 불필요한 원단을 줄이기 위해 구상됐다. 이처럼 패션디자인 연구소는 앞으로 사회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디자인에 집중할 예정이다.

  “패션이라고 하면 사치스럽게 소비하는 게 먼저 떠오르잖아요. 저희 연구소에서는 그런 이미지를 탈피하고 정말 필요한 소비, 착한 소비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