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8시 ‘아트하우스 모모 개관 10주년 영화제’ 기념 포스터 앞에서 이날 상영작인 ‘아비정전’(1990)을 관람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13일 오후8시 ‘아트하우스 모모 개관 10주년 영화제’ 기념 포스터 앞에서 이날 상영작인 ‘아비정전’(1990)을 관람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황보현 기자 bohyunhwang@ewhain.net

  전국 영화관 중 70% 이상인 311개는 3대 복합영화관(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점유하는 스크린 수는 전국 2575개의 스크린 중 86% 이상.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도 독립·예술영화를 볼 수는 있지만 상영목록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있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2015년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지원자격 조건이 바뀐 이후 3년 전 31곳이었던 예술영화관은 현재 전국 19곳이 남았다.

  예술영화관이 많이 남아있지 않는 지금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며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예술영화관이 본교에 있다. ECC 지하 4층 3번 게이트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모모)’다. 2개의 상영관과 276석을 보유한 모모는 2008년 8월5일 국내 최초로 대학 안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아트하우스 모모를 만나보자.

 

△ 예술영화 독립영화 상영 초점

  1994년 창립 이래 국내에 예술영화를 소개해온 영화사 백두대간이 운영하는 모모는 예술영화 관객층 형성을 목표로 대학 내 예술영화전용관으로 개관했다. 영화사 백두대간은 한국 최초의 예술영화전용관 동숭시네마텍을 기획, 운영하고 ‘타인의 취향’(1999), ‘브로크백 마운틴’(2005) 등 약 150편의 영화들을 수입해 배급한 영화사다.

  모모는 개관기념 영화제 ‘세상의 모든 애니메이션’을 통해 서울 국제 카툰 앤 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에서 2008년에 상영된 ‘프리덤’(2007), ‘알레그로 논 트로포’(1976) 등을 시작으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외 프랜차이즈 영화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예술영화들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상영중인 김의석 감독의 ‘죄 많은 소녀’(2018)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분 ‘뉴 커런츠 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화제작이다. “모두가 겪게 되는 일, 불안하고 불가해하며 예민하고 날카로운 사람들의 심리에 주목하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밝힌 이 작품은 현실의 문제를 극단적인 이야기로 처절하게 풀어낸다. 이와 같이 모모의 상영작은 작품성, 예술성과 함께 동시대 관객에게 얼마만큼 호소력을 줄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특별히 모모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영화도 있다. 서울 시내 예술전용영화관 중에서 유일하게 3D 상영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피나 바우쉬의 기일인 6월에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독일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의 ‘피나(2012)’를 매년 3D로 상영하고 있다. ‘400번의 구타’(1959)의 프랑수아 트뤼포(Francois Truffaut), ‘페르소나’(2013)의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1972)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tolucci) 등 영화사 속 거장들의 작품들을 비롯해 영화사 백두대간 라이브러리 고전 영화들은 영화관 내 필름 상영이 가능한 영상기를 통해 상영된다. 디지털 촬영 기법이 주를 이루는 현대 필름으로 촬영된 영화를 모모에서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모모에서 가장 사랑받은 영화로 ‘캐롤’(2016), ‘문라이트’(2017)와 함께 비교적 최근작으로는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두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목소리를 아름다운 영상미와 진한 감동으로 담아낸 영화들이다. 모모 내 프로그램 기획 및 홍보를 담당하는 이하윤씨는 “지난 10년간 모모에서 상영된 영화들의 목록을 살펴보면 작품성과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뿐 아니라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 작품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10주년 영화제의 상영작인 ‘쥴 앤 짐’(1961), ‘페르소나’(1966)도 영화사 백두대간 라이브러리 작품들로 상영될 때마다 많은 관객이 찾은 인기작이다. 이와 같이 모모에서는 영화사적 가치가 있는 고전 영화를 편성하고 상업 영화에 비해 ‘살아남은 아이’(2017), ‘봄이 가도’(2017)와 같은 상영 기회가 적은 한국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한다.

  모모에서는 스웨덴 영화제, 아랍 영화제, 국경 없는 영화제와 같은 각종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각국의 독립영화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가장 많은 관객이 찾는 스웨덴 영화제는 2012년 첫 개최 이후 스웨덴 대사관과 함께 매년 개최되고 있는 인기 영화제다. 올해 11월7일 7회째를 맞는 스웨덴 영화제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거장 잉마르 베르만(Ingmar Bergman)감독의 100주년 탄생을 기념해 영화제를 비롯한 전시, 씨네토크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 영화를 보다 더 가까이

  모모는 단지 영화 상영만 하는 곳은 아니다. 관객이 주인이 되는 영화관이라는 목표 아래 ‘모모 큐레이터’, ‘씨네토크’, ‘영화학교’등 다양한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모모 큐레이터는 2010년에 시작된 국내 최초 능동형 관객 참여 시스템으로 매해 운영돼 올해 9기가 활동하고 있다. 관객이 모모에서 주최하는 영화제 및 영화학교, 씨네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기획 및 홍보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더불어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서 영화 상영 후 관련 영화인과 관람객이 함께 대화하는 씨네토크,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다시 시작되는 영화 이야기’라는 부제로 진행되는 애프터무비와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해설 없이 보기에는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영화 내용에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예술영화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물고자 진행되는 행사이다.

  특히 이화인문과학원과 함께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모 영화학교’는 예술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진지한 영화 감상과 영화에 대한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된다.

  올해는 개관 10주년 영화제의 테마에 맞춰 ‘세상을 바꾼 영화, 영화를 바꾼 세상’이라는 주제로 10월25일 개최를 앞두고 있다. 김영진 전주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이상용 영화평론가, 손희정 문화평론가 등 문화예술인들이 강사진으로 참여해  켄 로치(Ken Loach), 다르덴 형제(Dardenne),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션 베이커(Sean Baker)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동시에 변화하는 현실을 그들만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감독들의 작품을 살펴본다. 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영화에서의 리얼리즘을 다루고자 한다.

  모모는 상영 전 극장 광고를 허용하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기 전까지는 불이 켜지지 않으며 생수 이외의 모든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다. 보다 성숙한 관람 문화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들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본 장소, 관람 당시의 기분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1월부터는 프랜차이즈 영화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영수증 티켓을 과거에 많이 사용되던 종이 티켓으로 다시 복원했다.

  모모 프로그래머 이하윤씨는 “프랜차이즈 영화관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아트하우스 모모를 비롯한 예술영화관들은 영화가 가장 영화다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얼마 남지 않는 공간”이라고 전했다.

  본교 안에 위치해 있는 만큼 작년 말부터 이화시네마떼끄와 협력해 ‘이화데이’가 진행되고 있다. 본교 재학생이면 매주 목요일 한 편의 영화를 할인 받아 관람할 수 있다.

  시간이 날 때면 틈틈이 모모 상영시간표를 확인해 본다는 박세린(시디·15)씨는 “다른 극장들과는 다르게 영화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불이 켜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며 “상업 영화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스크린 독과점이 빈번한 요즘, 진정성 있는 영화를 상영하고자 하는 아트하우스 모모가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영화제 ‘모모 10년 : 모두의 목소리를 모아’ 개최

  11일~16일 아트하우스 모모(모모)에서 개관 10주년 영화제 ‘모모 10년 : 모두의 목소리를 모아’가 진행된다. 지난 10년 동안 모모에서 상영된 영화 중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작품성과 예술성을 갖추고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고자한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이번 영화제는 모모와 모모를 방문하는 관객, 그리고 영화 속 타자화된 인물들의 목소리를 모두 아우르고자 한다.

  3개의 섹션으로 이뤄진 이번 영화제는 ‘Section A 모두의 10년’, ‘Section B 목소리’, ‘Section C 모아’로 이뤄져 있다. ‘Section A 모두의 10년’에서는 영화배우 장국영의 대표작인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1990), 개봉 당시 10만 관객을 기록한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정원’(2014)과 같이 작품성과 예술성으로 모모 개관 이래 관객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작품들이 상영된다. ‘Section B 목소리’에서는 ‘바그다드 카페 : 디렉터스’(1987), ‘캐롤’(2016)과 같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 담으며 비주류의 진보적인 시선을 담아낸 영화들을 만나 볼 수 있다. ‘Section C 모아’에서는 영화사 백두대간 라이브러리 컬렉션 중에서 선정한 영화들로 영화사의 굵직한 작품들이 선정됐다.

  프랑수아 트뤼포(Francois Truffaut)감독의 ‘쥴 앤 짐’(1961)을 비롯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영상철학자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감독의 ‘페르소나’(1996) 등 세계 영화사에 큰 영향력을 끼친 감독들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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