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 소담 배꽃 수다방

 

고민이 많은 이화인들을 위해 편하게 마음과 심리적인 지식을 나누는 배꽃수다방이 2학기에 다시 오픈됐어요. 여러분들이 주신 사연들을 읽다보니 마음 한 구석이 일렁이네요. 우리 함께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추어 내 마음을 살피는 시간 가져 보면 어떨까요?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그래픽=이유진 기자 youuuuuz@ewhain.net

 

한 배꽃님이 보내주신 사연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용기가 없는 것이 고민입니다. 용기가 없어서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합니다. 예컨대, 저는 교환학생이든 워킹홀리데이든 외국에서 잠시 살아보는 것이 인생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꽤 오랫동안 꿈꿔왔고요. 하지만 대학교에 몸을 담은 지 3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그 꿈의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했습니다. 무섭고 걱정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나 혼자 사는 것이 무섭지 않을까? 인종차별을 당하면 어떡하지? 내가 거기에서 얻는 것이 없다면 어떡하지? 그 시간에 취업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더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가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면 어떡하지? 돈만 낭비하고 오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짧은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걱정들이 떠오릅니다. 저는 비단 교환이나 워홀이 아니더라도, 인생 전반에 걸쳐서 용기가 부족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살까봐 두렵습니다. 이러한 제가 어떻게 하면 용기를 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이루면서 살 수 있을까요?

 

  사연을 주신 배꽃님,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들,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안고 실행의 길목에서 주저하고 계시군요? 하고자 하는 꿈, 동기가 꿈틀거린다는 것은 배꽃님에게 좋은 에너지가 있다는 좋은 신호이지요. 배꽃님 속에 꿈틀거리는 동기에 일단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 안에 긍정적인 에너지, 동기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나를 격려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내 에너지를 차단하는 걱정, 두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내면에 간직한 나의 소망, 꿈, 이루고 싶은 이유들을 소환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두려움, 걱정에 압도되면 마음이 초조해지고 시야는 좁아져서 실제로 더 생산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정적인 생각, 방어적 생각만 하게 되지요. 내가 가지고 있는 열정, 동기, 에너지에 주목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동기 강화, 자기 강화 훈련이야말로 혼자서 고민하는 우리에게 너무 필요한 훈련입니다.   

  사실 뭔가를 실행하려면 여러 가지 구체적인 걱정들이 다가옵니다. 배꽃님의 사연처럼 말이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불안과 어렵게 가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낭비만 하게 될까봐 하는 여러 가지 걱정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몇 년 전 존 크롬볼츠가 참여했던 스탠포드대학 평생교육과정의 ‘인생성장프로젝트’ 에서도 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떤 일이든 시도하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있다는 결론을 내놓은 적이 있어요. 그만큼 실행은 배꽃님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이지요. 

  유명한 심리학자인 존 크롬볼츠는 이 연구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 행동패턴을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어요. 그 행동패턴을 ‘빠르게 실패하기’라고 이름을 붙였답니다.  ‘빠르게 실패하기’의 예시로 ‘훌륭한 뮤지션이 되고 싶다면 먼저 엉망인 음악을 수없이 작곡해봐야 한다, 용감하고 능숙한 암벽등반가가 되고 싶다면 우선 소심하고 어설픈 등반가가 되어야 한다, 훌륭한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다면 수많은 경기에서 패배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를 들고 있어요. 어설프고 엉망인 행동, 작은 시도들이 모여서 성공으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크롬볼츠가 성공한 사람들을 분석해보니 성공의 키워드로 여겨왔던 ‘철저한 조사와 분석, 계획, 대비책’이 아니라 정작 중요한 성공 키워드는 ‘실제 행동’이었다고 해요. 완벽한 대비책보다 어설프더라도 작은 실행을 동반한 계획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지요.

  철저한 계획, 실패하지 않는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을 보내고 정작 중요한 ‘실제 행동’은 막상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은 ‘기회를 포착’하는 것보다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더 발달돼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잠정적인 위험 때문에 ‘언제나 알고 있는 것,’ ‘자신 있는 것’만 한다면 새로운 변화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해 보아요. 우리가 직접 해보지 않는 이상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일을 하면서 어떤 기분이 들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실제 행동은 실패한 경우에도 낭비가 아니라 일과 나 자신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더 발전할 수 있는 성공패턴의 일부라고 할 수 있지요.   

  배꽃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수많은 걱정들, 두려움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동기를 살펴볼까요? 그리고 그 동기, 에너지를 음미해보아요. 그 다음은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실제 행동’을 해보는 거지요! 예를 들면 성공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실제 행동에 있다는 스탠포드대학의 20년 프로젝트에 참여한 크롬볼츠의 “천개의 성공을 만드는 작은 행동의 힘”과 같은 도서를 빌려 읽어보는 ‘실제 행동’을 해보는 거지요.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에 관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전화해보기, 조언을 구하기와 같은 ‘작은 실제 행동’은 어떨까요? 나의 상상 속 불안을 실제 행동으로 하나씩 옮겨서 살펴 보아요. 거창한 계획, 걱정에 압도당해 그래서 아무 것도 못하는 나를 또다시 자책하는 패턴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작은 행동 실천 계획을 통해 불안을 통제하고, 불안으로 분산된 에너지를 재초점화 시키는 성공패턴을 우리도 경험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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