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인재(人災), 꾸준한 생태 모니터링 필요
기후변화는 인재(人災), 꾸준한 생태 모니터링 필요
  • 강지수 기자
  • 승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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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종합과학관B동 320호에서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이자,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최재천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불편한 진실을 바꾸기 위해서 일상의 작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13일 종합과학관B동 320호에서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이자,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최재천 교수를 만났다. 최 교수는 “불편한 진실을 바꾸기 위해서 일상의 작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며 “학생들 사이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형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아현 기자 wah97@ewhain.net

 

  올해는 사상 최고 기온을 갱신하며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온몸으로 느낀 해였다. 8월 첫날 홍천은 우리나라에서 역대 가장 높은  41도를 기록했고 서울에서도 같은 날 기상 관측 111년 만에 39.6도라는 가장 높은 온도가 관측됐다. 그야말로 최악의 폭염이었다. 또 8월 마지막 주, 전국 각지에는 열대기후의 스콜과 유사한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지며 또 한 번 큰 기후변화를 체감하게 했다.

  기후변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그린란드 북부 해안에서는 평균 두께 4m에 이르는 빙하가 무너져 내렸다. 이곳의 빙하는 수천 년, 수만 년 전에 형성된 후 단 한 번도 녹지 않아 지구 온난화에도 마지막까지 얼음이 남을 것으로 여겨지던 지역이다. 기상학자들은 이 현상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고 무서운 일이라며 우려했다.

  기후변화는 현실로 다가와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논의는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으며 7월 서울에서도 환경부와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주최로 ‘제10회 기후변화 적응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이 심포지엄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과 유럽연합, 독일, 일본 등 국내외 전문가 약 2백명이 참석해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거버넌스와 전문기관의 역할을 논의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한 최재천 교수(에코과학부)는 ‘기후변화 시대, 생명의 가치’를 주제로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고갈의 심각성 문제를 제기하며 “결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태도나 자세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2008년부터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명예 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또 조선일보 오피니언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를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본지는 13일 최재천 교수를 만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우리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생물다양성 위협

  꿀벌은 전체 농작물의 수분(受粉) 중 약 80퍼센트를 담당한다. 만약 이 꿀벌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해 사람이 먹을 음식도 없어질 것이다. 벌 사이에도 각자의 역할이 구분돼있다. 호박벌은 꿀벌이 담당하지 않는 나머지 20퍼센트의 농작물 수분을 담당한다. 그러면서도 꿀벌의 영역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이처럼 자연은 긴밀하게 조율돼 있다.

  생물학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이번 세기 안에 2도 이상 상승하면 생물다양성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인류)가 그 절반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생물다양성 고갈은 곧 인간의 존재 위협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결국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고갈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의 지표가 되는 생물다양성 연구가 오랜 기간 이뤄져야 한다. 꾸준히 동물과 식물을 연구하는 것은 기후변화 연구에 중요한 데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의 생물다양성 연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 교수 연구팀은 ‘까치’ 추적연구를 20년 넘게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미 20여 년 전에 옥스퍼드대학교(University of Oxford) 조류연구소에서는 박새를 70년 간 연구해 와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결국 점진적으로 둥지를 트는 시기가 빨라졌다는 점을 포착해 기후변화의 영향이 미쳤다는 점을 연구논문으로 발표했다. 그 당시 우리 연구팀은 까치를 관찰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꾸준한 연구가 핵심이다.

 

△원인은 사람

  그의 오피니언 ‘기후변화와 영양실조’에서 최 교수는 “지금 우리의 의식주 생활 방식이 미래 세대의 식량과 삶의 질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1980년부터 33년간 인간의 식생활에는 육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인당 연간 평균 육류 소비량은 33년 간 11.3kg에서 4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소의 사육량 증가를 불러왔고, 소는 메탄가스가 포함된 방귀를 뀐다. 이 메탄가스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기체다. 인간의 식생활 변화가 온실 효과를 일으켜 지구 온도 상승을 일으킨 것이다. 또한 합성섬유가 포함된 폴리에스테르나 아크릴 소재의 옷들을 사람들이 즐겨 입기 시작하면서, 이 옷들을 세탁할 때 합성 섬유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해양 생태계로 방출하고 있다.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간 미세플라스틱은 해양생태 파괴의 주범이다. 최 교수는 “파도에 휩쓸리고 자외선에 노출되며 입자크기가 더 작아진 미세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가늠이 안 돼 환경에 더 위협적이다”며 “이 문제들이 결국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고갈 문제를 끊임없이 일으킨다”고 말했다.

  최근 한반도의 기온 상승 폭은 지구 전체의 상승 폭보다 두 배가량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양성 기후에 속한다. 바다의 영향으로 기온 변동의 폭이 작다는 뜻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미국과 같은 대륙성 기후 국가보다 기후변동 폭이 작아야 한다. 그러나 근래 나타난 비정상적인 기온 변동을 심각한 일이라 판단한 국내 연구진이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기후변화는 결국 인재(人災)다. 인간들은 냉각 완충재인 숲을 없애고 건물을 지어 올렸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의 지나친 개발이 급격한 한반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서울 같은 대도시의 경우 빽빽한 건물들로 인해 도시 열섬현상이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냉각 완충을 해 줄만한 자연환경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언론에서는 연일 올겨울 최강한파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전문가의 예측을 주시하고 있다. 이에 보온용품인 롱패딩을 미리 구매하는 사람들이 증가해 모 브랜드의 롱패딩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증가하는 등 한파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국민들이 기후 관련 문제를 체감하고는 있지만, 막상 위협이 닥치면 화들짝 놀라긴 하는데 금방 익숙해진다”며 “우리 국민들은 조금은 무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변화한 결과다. 최 교수는 이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인가 크게 터지면 그때야 극단적으로 대응하지 미리미리 준비하고 걱정하지 않는 편”이라며 “우리도 ‘꾸준히’ 대비하고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금 불편한 삶

  사회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환경부는 8월1일자로 카페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법률을 시행했고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11월부터 국내 모든 매장에서 친환경 종이 빨대 사용을 운영할 예정임을 밝혔다. 최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먼저 친환경 정책을 도입 및 시행하면 더 큰 사회 패턴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이 먼저 나서 이러한 정책을 기업이나 국가에 요구할 수 있도록 변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국민들은 아직도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로까지 환경보호에 적극적이지 않다. 카페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에 따라 음료가 머그잔에 제공되자 “잠깐 앉아있다 나갈 것인데 일회용 컵에 달라”는 불만을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또 가게에서는 장바구니 이용 대신에 여전히 유상으로 판매되는 비닐봉지를 사 물건을 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기후변화문제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고, 모두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최 교수는 기후변화라는 아주 불편한 진실을 이겨내는 방법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삶을 약간 불편하게 만들기를 감수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생각에 앞장서 최 교수는 왕복 7km를 걸어서 출퇴근하고 장바구니를 상시 휴대하고 다닌다. 그는 “도보로 출퇴근하며 매번 몸이 조금 더 건강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마음 한구석에는 지구도 조금 더 건강해지고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장바구니를 매일 휴대하는 것 역시 불편하지만, 우리가 불편을 감수하면 훨씬 더 지구환경이 나아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기꺼이 실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일회용 컵 금지와 관련해 환경부 중앙정책위원회가 열리면 제안해보고 싶은 이야기가 한 가지 있다”고 전했다. 집 안에 있는 머그컵들을 모두 모아 편의점에 가져다 놓는 방법이다. 정부가 편의점에 설치한 멸균 소독기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그 주변 카페에 가는 사람들이 소독기 위 칸의 머그컵을 무료로 들고 가 음료를 마신 후 멸균 소독기 아래 칸에 넣어둔다. 후에 정부 예산을 들여 수거를 하고 소독을 해서 다시 컵을 위 칸에 배치해둔다. 그럼 자연스레 여러 가정에서 나온 다양한 디자인의 컵이 순환되며 “오늘은 어떤 컵에 커피를 마셔 볼까”하는 재미도 생길 것이다. 이처럼 머리를 쓰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뜻을 가지고 좋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을 응원하기는커녕 이를 불편하게 보는 시선과 비웃는 시선이 존재한다.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은 어느 날 채식을 하겠다고 결심한 후 가족들에게서 ‘가족들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비난을 받는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도 이처럼 유별나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최 교수는 앞으로 100년 이상을 살아갈 이화인들에게 “이화인들은 카페에서 제공하는 플라스틱 빨대를 거부하고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을 보고 비웃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화인들이 지구 살리기에 개개인의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전했다.